코펜하겐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린 둘 다 배가 무척 고팠어. 그래서 중앙역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 중 아무 곳에나 들어가 대충 샌드위치 하나를 골라 먹었는데 그게 정말 정말 맛있었던 거야. 숙소랑 역이랑 가깝기도 하고, 오며 가며 계속 역 근처를 지나기도 해서 우린 그 뒤로 '그 카페테리아의 그 샌드위치'를 즐겨 먹었지. (이름이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내 기준에서 '그 샌드위치'는 굉장히 컸어. 그래서 매번 "엄마 이거 하나 사서 나눠 먹자!" 하고는 물 한 병이랑 같이 사이좋게 나눠먹었거든. 아니, 그랬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니었더라. 그 사실을 코펜하겐을 떠나는 오늘에서야 알게 된 거야!
코펜하겐을 떠나는 날, 숙소에서 나와 공항 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걷고 있는데 조앤 더 주스(JOE&THE JUICE)라는 카페가 보였어. 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저기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웠지. 나는 꼭 여행이 끝날 때가 오면 괜히 사소한 것들도 막 엄청 아쉽고 그러더라고.
엄마는 어떨까? 엄마에게도 이번 덴마크 여행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 나는 엄마에게 물었어. 그랬더니 오 마이 갓, 진짜 생각도 못했던 답이 나온 거야!
중앙역 샌드위치 혼자 먹고 싶었어. 엄마는 그거 하나 다 먹어도 배 안 부른데... 맨날 너랑 하나 가지고 나눠먹어서 아쉬웠어.
"아니 뭐라고? 그걸 왜 이제 말해! 그걸 왜 말도 못 하고 맨날 배고팠어! 이 바보야!"
하아... 진짜 당황스럽고 귀여운데 속상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 그게 뭐라고 정말. 그까짓 게 뭐라고 진짜. 왜 참냐고. 왜. 엄마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내 눈치를 보고, 나는 잘한 것도 없는 주제에 한참을 씩씩거렸어.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잘못이더라. 상대방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내 기준에서 멋대로 행동한 건 나였어. 엄마는 배려의 숲이 아마존 뺨을 치는데, 내 배려의 숲은 말라비틀어진 시금치 한 단만큼도 안 된 거지. 누가 누구한테 바보라고 하는 거야. 엄마는 그래도 뒤늦게라도 용기를 내서 말해주었는데...
마음 같아선 '그 카페테리아의 그 샌드위치'를 100개라도 사주고 싶은데, 우린 이미 덴마크를 떠났고 다시는 그 샌드위치를 먹을 수 없어 내 마음은 더 천근만근이야. 엄마 다음에는 내가 엄마 눈치를 조금 더 살필게. 그러니까 엄마도 조금만 더 빨리 말해줄래? 우리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위해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