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9일 금요일
경로를 이탈했다.
처음으로 혼자 판교 가는 길. 네비가 갑자기 교통 변화를 감지하더니 새로운 경로로 안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3킬로 뒤에 우측으로 빠지래서 거의 그때부터 맨 오른쪽 차선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다가 원래 나가려던 곳과 네비가 새롭게 알려준 곳 중간으로 빠져버렸다.
뭐야 왜 나 광진구 화양동이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초보에게 네비의 말은 신의 목소리. 절대복종해야 하는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그녀의 명령 번복은 내 멘탈을 산산이 뿌셔뿌셔버렸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핸들은 양손으로 모아 잡은 뒤 얼굴을 핸들에 바짝 붙인다. 누가 보면 권투 선수인 줄.
그렇게 권투 선수의 자세로 레프트 라이트 훕훕 하며 이탈한 경로 때문에 추가된 시간 20분을 1분이라도 줄이려 최선을 다 하는 나. 마치 평범한 직장인의 경로에서 이탈한 뒤 남들보다 뒤처질까 전전긍긍하는 어느 울적한 날의 내 모습 같다.
흥. 쳇. 아니야!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대안 경로가 얼마나 많은데.
새로운 경로도 엄청 빨리 찾는다고.
그까짓 거 20분 좀 늦으면 어때! 덤벼라 세상아!
애써 우울한 생각을 떨치려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