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워요?

by 김별


첫 책『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을 쓴 뒤 내 인생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 쓰는 법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 나를 즐겁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회사가 합병되어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고 조직이 개편되면서

견고할 것만 같았던 내 발 밑이 사정없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다.


퇴사 후 수많은 출판 기획서를 만들었고.

출판사에 투고했고.

까였다.


헤헤헤헤.

헤헤헤헤헤세세헤헤헤헤헤.



그러나 나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온갖 콘셉트의 책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뿜어내고.

여행책을 넘어 일반 에세이까지 두루두루 기획해서 폭풍 투고질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당시 제 메일을 받았던 출판사 담당자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찡긋!)



그러던 와중에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쓰던

우리 할매 관찰일기가 훌륭한 소스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음 스토리볼에 제안서를 보내기도 하고

웹툰으로 만들어 줄 그림 작가를 물색하기도 하면서

뭐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첫 번째 책을 함께 작업한 편집장님이 내게 말했다.


"별아, 그럼 할머니 이야기를 책으로 써 볼래? 그림도 네가 그리고?"


오... 야스! 얄루! 예압! 예히호!


그동안 보낸 기획서는 이게 구리고, 저게 구려서 책으로 만들 수 없지만 할머니 이야기는 잘만 다듬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말에 나는 기뻤더랬다.



목차를 잡고, 샘플 원고를 쓰고, 빠꾸를 먹고, 또 쓰고, 샘플 일러스트를 그리고..

긴긴 과정을 통해 퇴사 후 5개월 만에 두 번째 출판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다음에는 똑같.

원고 쓰고 그림 그리는 무한반복의 일상.


첫 책은 회사를 다니면서 작업해서 몰랐는데.

아무런 (출퇴근) 스케줄이 없는 상태에서 책 쓰기는 또 신세계였다.

24시간을 내 의지로 움직여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느낌표!!!


초보 프리랜서인 나는 일하고 쉬는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

언제 쉬어야 하는지 몰라서 손목이 나갈 때까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며칠 동안 집 밖에 안 나가서 괜히 셀프로 우울해지기도 하면서 두 번째 책 작업을 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2015년 10월,

나의 두 번째 책 『세상에 이런 가족』이 탄생했다.

『스페인을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이 나오는데 2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정말 순식간에(?) 출판이 되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1)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쓰는 것과 아닌 것

2) 원고의 소스가 있는 상태에서 쓰는 것과 아닌 것

의 차이를 느끼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흔히들 말한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쉽다고.


출판의 경우에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인 것 같다.


단순히 작업만 보면 확실히 두 번째라 쉬웠다.

처음 책을 쓸 때는 너무 심하게 아무것도 모르니까

쉴 새 없이 허공에 삽질하는 기분을 많이 느꼈었는데

두 번째 책을 쓸 때는 그때보다는 목차 잡는 것부터 원고를 쓰는 것이 조금 수월했다.


계약을 하는 건 두 번째고 뭐고 없는 거 같았다.

쓰고 싶은 책을 기획하는 것과 출판사를 설득해서 계약을 하는 과정은

백 번을 해도 쉬워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렵고 힘드니까 묘하게 매력 있다.

약간 변태 같나? 음훼훼후헤...




★ 역시 책 소개는 여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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