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득 우리들 각자의 집에 대해 생각했다. 엄마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한 번이라도 사적인 적이 있었나? 그 안의 구성원들의 삶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도록 매일매일 ‘살림’이란 걸 하면서 과연 우리는 ‘사적인 공간’이 주는 자유를 누린 적이 있던가? 아마도 없었던 것 같다. 사적이라는 것의 범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한 인간으로서 공간이 주는 자유를 누리진 못한 것 같다. 우리들이 맡은 일, 살림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때문에 엄마는 언제나 공용되고 엄마의 삶은 늘 개방적이다. 우리는 살림하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엄마만 방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괜찮아, 집 전체가 내 방이지.” 엄마의 뜻과 달리 그 말은 엄마의 처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며느리ㅡ아내ㅡ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