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2월의 대구.
시작은 어느새 꽤 많아진 대구의 독립책방 중 시내에 있는 몇군데를 가보려는 거였다.
목적지는 더폴락과 차방책방. 두 곳. 날씨도 따뜻하고 맑으니 걷기 딱 좋은 날씨구나, 했다.
반월당에서 대구역으로 걸어내려오면서 그냥 가게가 생기고 사라질 뿐, 정말 안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2n년을 살아온 대구고, 시내는 중학생 때부터 우리 집 앞마당마냥 쏘다녔으니 골목골목 다 안다고 믿으며 걸었다.
그런데 이쪽 방향이 어찌나 낯선지. 동성로만큼 자주 오진 않았어도 이쪽을 안 다니진 않았는데.
대구근대역사관은 경상감영공원 바로 옆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경상감영공원에 마지막으로 온 건 15년 전이다. 대전사람이었던 두번째 남자친구와의 두번째 데이트.
그 이후로는 당연히 아는 길이라 생각해서 제대로 안 보고 지나갔는데 이렇게 낯선 곳이 많아졌을 줄이야.
언젠가부터 근대골목투어 등이 속속 생겨나는 걸 보며 '대구에 뭐 볼 게 있다고?' 했었는데 의외로 볼 게 많다. 누가 대구 놀러 온다고 하면 늘 볼 거 없다고 곱창이나 먹고 가라고 했는데, 골목여행 다니기 좋은 곳이었구나, 대구.
지금 앉아 있는 차방책방은 폭보다 내부가 깊어서 그런지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으로 들어오니 더 좋다. 인테리어나 음악도 각자 한 몫하면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
독립서점은 열 곳 가면 하나 정도 취향이 맞을랑 말랑 한다. 취향에 아주 맞진 않더라도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 응원을 담아 책을 산다.
오늘은 두 곳 중 하나는 책을 살만큼, 다른 하나는 종종 오고 싶을만큼 마음에 들었으니 수확이 좋다. 덤으로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들에 여행하는 기분도 얻었고.
좋은 날이다. 매일 행복하진 않아도 좋은 일은 매일 있다는데, 아마도 이게 오늘의 좋은 일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