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움직임
불편함을 느끼면 이를 행동으로 적극 표현한다.
이전엔 모자나 헤어밴드 등을 씌워주면 잘하고 있었다. 빼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였는지, 아니면 불편해도 표현하지 못해서였는지 알 수 없으나 8개월 차 아기들은 자기 머리에 무언가 있음을 알고 불편함을 느끼면 잡아 뺀다. 이현이는 생후 258일째 이런 행동을 처음 보였고, 이준인 가만히 모자를 쓰고 있다가 9개월에 다다르면서 모자를 잡아당겼다.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 아기를 안으면 그때도 몸을 바둥대며 불편함을 표현한다.
아기의 예측하지 못한 이동이 놀라움을 준다.
낮에도 움직임이 활발해졌지만, 밤잠 동안의 아기들 움직임도 낮에 버금간다.
부산으로 놀러 가 숙소에서 잠을 자던 새벽의 일이다. 침대에서는 내가, 아래에서는 아기들이 자고 있었는데, 아래를 보고 이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세상에.
침대 아래 공간을 막아두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아래 다리를 넣고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다음 날엔 방에서 화장실로 가는 복도 가운데 엎드려서 손바닥으로 바닥을 치고 있었던 이현이. 이 또한 밤잠을 자던 새벽의 일이다.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 있던 이준이가 일어났다. 이현이를 먼저 거실에 두고 왔는데, 분명 매트리스 위에 있던 이준이가 그 아래 매트 위에 엎드려 고개를 들고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내려온 것인지, 굴러 떨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행인 건 매트리스의 높이는 낮았고, 바닥에 깔아 둔 매트는 폭신했다는 것.
이런 일들이 잦아지면서 느낀 건, 짧은 시간이라도 아기를 혼자 두면 안 되겠다는 사실과 내 생각과 다르게 아기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성인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따라 하고자 시도한다.
이전부터도 성인이 자리를 이동한다던가 무언가 행동을 하면 그쪽을 바라보던 아기들. 8개월이 되자 관찰과 함께 그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하는 약간의 모방이 나타났다.
남편이 들려준 에피소드. 남편이 이현이와 함께 잠을 자고 있던 날의 일이다.
누군가 툭툭 치는 것을 느껴 눈을 떴는데, 이현이가 자신의 팔을 손바닥으로 '툭', '툭' 반복해 치고 있었다고 했다. 마치 아빠를 깨우듯이.
툭툭 치거나 흔들어서 깨우는 모습을 보고 따라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잡히고, 만져지는 것을 두드려본 하나의 놀이였던 것일까?
까칠까칠한 촉감 판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이준이가 바로 따라 만진다. 이후 부드러운 촉감 판을 만졌다. 이준이가 따라 만진다. 내가 만지는 촉감 판의 순서에 따라 촉감 판을 따라 만진 이준이.
뽀로로 뮤직 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대문 모양의 완구가 있다. 문이 달려 있어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벨도 달려있다. 이 벨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누르면 '딩동' 하고 소리가 난다.
생후 267일째의 일이다. "이현아 이거 봐봐"라고 말하며 대문의 벨을 누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현이는 나의 움직임을 보더니 벨 가까이로 자신의 팔을 뻗어 보였다.
'와 이현이가 내가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려고 하는구나'
놀라우면서도 앞으로의 모든 행동들을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라고 보다 명확하게 말한다.
생후 269일째, 이현이가 '엄마'하고 말했다. 이전엔 우는 상황에서만 '엄마', '엄마마', '마마'라고 하던 아기였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 기분 좋게 놀이하는 상황에서 "엄마"하고 말한 것이다.
이전부터도 명확하게 '엄마'를 말하던 이준이는 엄마가 필요한 상황에서 '엄마'를 더 말한다. 쏘서를 타다가 그만 타고 싶을 때 약간의 울먹임과 함께 "엄마", 놀다가 안기고 싶을 때 팔을 벌리며 "엄마"
'아빠'는 명확하게 발음하지 못하지만 "아바", "아바바"하며 '아빠'와 유사한 소리를 낸다.
대상영속성의 초기 조짐을 보인다.
대상영속성이란 눈앞에 있던 사물이 눈앞에서 없어져 보이지 않더라도 어딘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우리 아기들이 대상영속성을 획득했는지 궁금해 실험을 하나 해보았다.
이현이가 가지고 놀던 소리 나는 공을 잡아 "이현아 공이 여기 있네"라고 말한 뒤 바닥에 두고 그 위를 손수건으로 덮었다.
이후 손수건을 들면서 "까꿍" 소리와 함께 손수건 아래에 공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를 반복 한 다음에는 "까꿍" 하지 않고 공 위에 손수건을 가만히 덮어만 두었더니 이현이는 손수건을 잡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아래 공을 발견하자 공을 잡았다.
이현이가 공을 찾기 위해 손수건을 잡아 든 것이 아니라 눈앞에 없던 새로운 물건인 손수건이 자기 앞에 놓이자 그것을 잡고자 손수건을 잡은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놀던 공을 손수건으로 덮었을 때 이를 자세히 보았고 "까꿍"하며 손수건을 들었을 때 웃음을 보였다는 것은 대상영속성을 조금씩 획득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눈앞에 보이던 사물이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이에 대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완전히 대상영속성을 획득한다면, "까꿍"하며 손수건을 들기도 전에 아기가 먼저 손수건을 잡아 들어 공을 찾을 것이다.
잘 먹는 음식과 먹기 어려워하는 음식이 있다.
7개월 처음 아기들에게 치즈를 주었을 때, 아기들은 새로운 맛과 느낌에 표정을 찡그리며 치즈를 뱉어냈었다. 그러나 8개월 아기들은 치즈를 매우 좋아하며 잘 먹는다. 치즈를 알아보는지 "치즈"라고 말하며 보여주면 '허허허' 하고 웃기도 하면서 말이다.
쌍둥이지만 아기들이 서로 잘 먹는 음식과 어려워하는 음식은 각각 다르다.
이준이는 귤, 배 퓌레, 사과 퓌레 등 약간 시큼할 수 있는 간식을 이유식 보다도 잘 먹는다. 이유식을 줄 땐 입을 잘 벌리지 않는데 퓌레를 주면 입을 크게 벌리는 이준이. 반면 이현이가 좋아하는 떡뻥은 한 개를 다 먹지 않는다.
이현이에게는 귤이 아직은 어려운 음식 중 하나. 처음엔 신맛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귤은 잘 먹지 않는다. 귤이 입에 닿으면 표정부터 귀여운 찡그림을 보여주고, 먹다가 뱉어낼 때가 많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뭐가 불편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될 때까지 "으~"하며 온몸에 힘을 준 이현이
바닥에 내려놓자 울면서 양팔을 옆으로 벌린 이준이
좋아하는 놀잇감을 꺼내 주면 웃음소리와 함께 양팔을 들고 흔들기도 하는 아기들.
아기가 말하지 않아도 아기의 행동에서 지금 아기의 기분이 어떤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아기가 자신의 표현하는 방법이 명확해진 것 이리라.
반복하는 행동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
이유식을 먹이기 위해 아기들을 아기용 하이체어에 앉혔다. 이준이가 자신의 손에 닿은 이유식 용기 뚜껑을 만지작하더니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다시 주워주니 떨어뜨리고, 떨어뜨리고를 반복.
반복적인 행동에 즐거움을 느낀 것인지 이 행동을 반복한 이준이다.
블록을 잡았다가 던졌다가 다시 잡았다가 던졌다가 하면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 양손에 각각 쥔 도형 블록을 반복적으로 서로 맞부딪히면서 놀기도 한다.
사물의 움직임을 가만히 응시한다.
생후 266일째의 일이다. 이준이가 한 손은 소파 위를 짚고 한 손은 땅을 짚은 체 상체를 숙여 소파 아래를 보고 있지 않은가. 소파 밑에 뭐가 있는지 살펴보니 놀잇감 하나가 있었고, 그 놀잇감을 꺼내 주자 이준이는 소파 아래를 보지 않았다. 가지고 놀던 놀잇감이 소파 아래로 굴러가자 그 움직임을 따라 소파 아래를 보았던 이준이.
함께 놀던 성인이 자리를 이동하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이전에서 더 나아가 이젠 작은 놀잇감까지도 위치를 쫒아 눈을 움직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익숙한 놀잇감의 소리 나는 버튼을 누른다.
흔들어서 소리를 만들어 내는 놀잇감이 아닌 건전지를 필요로 하는 소리 나는 놀잇감에는 소리를 재생시키는 버튼이 있게 마련이다. 생후 270일, 이준이가 쏘서를 타던 중 쏘서에 있는 지구본의 소리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전엔 놀던 중 손으로 쳐서 우연히 버튼을 눌렀던 아기들. 이젠 지구본의 어떤 부분을 누르면 소리가 남을 알고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온다'라는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기엔 아기아기.
사운드북의 버튼, 그 외 여러 놀잇감에 부착된 버튼을 정확히 손으로 누르진 못한다.
기억하고 싶은 이준이
천천히 팔을 뻗어 원하는 것을 잡는다. 천천히 느리게
엄마, 엄마마 하며 잠꼬대를 할 때가 있다.
배가 고프면 헛기침을 한다.
새벽에 깨서 뒤척뒤척 잠 못 들다가 분유를 가져오면 갑자기 숨소리가 빨라지고 젖병을 대주면 열심히 쫍쫍.
볼을 마주대고 비벼주면 환하게 웃는다.
착착 소리가 나게 양손을 부딪혀 박수를 친다.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해 끙끙 대며 운다.
이현이가 잡은 놀잇감에 천천히 손을 뻗는다.
엎드려서 앞으로 가기 위해 노력한다.
매트리스 옆면에 있는 동그란 마크를 손으로 열심히 만진다.
응가를 닦아 주기 위해 화장실로 이동하면 환하게 웃는다.
그림책을 보여주면 바로 손을 뻗어 가져 간다.
졸리 점퍼를 타면서 앞 뒤로 움직이고, 한 바퀴 돌기도 한다.
이유식보다 과일 퓌레를 좋아하며 입을 벌린다.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눕혀주면 웃으며 좋아한다.
투정 부릴 때 "녜녜"하는 소리를 낸다.
밤잠 도중 기저귀를 갈면 두 다리를 쭉 힘주어 편다.
기억하고 싶은 이현이
떡뻥을 주면 허허허 하고 웃는다.
이유식을 주던 숟가락을 뺏고는 허허허 하고 웃는다.
누워서, 엎드려서 놀다가 어느 순간 혼자 앉아서 논다.
높이 들어 안아주면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기분이 좋을 때 양팔을 동시에 들고 흔든다.
낮잠 시간에 혼자 쪽쪽이를 물고 토끼 귀를 만지다가 잠들기도 한다.
할머니의 바지에 달린 단추를 손가락으로 만지작만지작.
울 때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목욕할 때 손바닥을 쳐서 물을 세게 튀긴다.
엄마, 아빠, 맘마 하고 말한다.
놀면서 소리를 지른다.
로션을 보면 바로 손을 뻗는다.
한 손으로 놀잇감을 잡아 흔들 때, 반대 손을 함께 흔든다.
너무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 기록하지만, 모자라고 모자라다.
지금은 이 정도로-
하지만 계속 수정하고 발행할 것 같은 글.
기억하고 싶은 것은 또 생각날 것이기 때문이다.
8개월 한 달도 잘 성장한 아기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은 아기들이 9개월에 접어들고도 2주 정도가 지났다. 9개월 성장 기록도 적어두고 있지만 이렇게 8개월 기록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9개월은 또 컸고, 8개월은 과거가 되었음에 시간의 힘을 다시금 느낀다.
과거의 시간은 아쉽고
현재의 시간은 소중히 살아가며
미래의 시간은 설렌다.
아기들을 키워 나가며 느낀 엄마의 시간은 말이다.
커가는 것은 아쉽지만, 현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소중히 오늘을 살아가고, 아기들이 보여줄 놀라운 성장과 점점 더 귀여워질 모습에 설렐 것이다.
내일도 아기들의 9개월 중 하루를 잘 보내 봐야지.
"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