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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Mar 07. 2021

9개월 차 아기의 성장 1

아기 잡고 서다.

2021년 1월 5일. 생후 275일. 9개월이 된 아기들.

9개월부터 아기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행동반경은 넓어졌고, 나의 움직임 또한 많아졌다. 이 말은 즉, 무언가 바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어디론가 이동해 있는 아기를 찾아 다시 데리고 오거나, 위험한 행동을 할 때 이를 제지하면서 말이다.

체력의 떨어짐을 느낀 것도 바로 이때부터 인 것 같다.

덩달아 글을 쓰는 시간이 부족해졌고, 9개월의 성장 기록 또한 다소 늦어졌다.


9개월 쌍둥이는,

놀잇감을 뺏고, 빼앗긴다.


 놀잇감을 뺏겼을 때 둘의 반응은 다르다. 이준이는 다른 놀잇감을 찾아 놀고 이현이는 바로 운다.

놀잇감을 뺏을 때도 둘은 다르다. 이현이는 가지고 싶은 놀잇감을 향해 다가가 빠르게 뺏고, 이준이는 천천히 손을 뻗어 뺏는다.


쌍둥이는

같은 곳에서 같은 놀이를 할 때가 많다.

 

 한 명이 복도로 기어가면, 어느새 또 한 명도 그 뒤를 따라 기어간다.

같이 놀이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둘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 때가 많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놀잇감을 뺏고 뺏기며 놀다 보니 같은 놀잇감을 가지고 놀 때가 많을 수밖에 없긴 하다.


 한 명이 블록으로 놀면 또 다른 한 명도 블록으로 놀고

한 명을 쏘서에 앉혀주면 또 다른 한 명은 쏘서 밖에서 쏘서를 잡고 서서 논다. 둘이 마주 보며 놀이하는 귀여운 모습을 선물로 주고 있는 쏘서이다.

쏘서에서 함께 노는 아기들
그림책 보는 아기들

쌍둥이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듯한 쌍둥이. 서로 마주 보며 웃기도 하고, 같이 뒹굴거리면서 놀기도 한다.

한 명에게 분유가 든 젖병을 주면, 한 명도 갑자기 '배고프다', '나도 달라'는 신호를 울먹임으로 표현한다.

우리는 쌍둥이


팔과 다리가 길어졌다.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키가 크고, 팔과 다리 물론 조금씩 길어졌다. 그리고 이를 새삼 느낀 것이 9개월. 지금도 너무 작고 2.5-3등신의 귀여운 비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팔과 다리가 조금씩 더 길어지고 있다. 앉아서 아기를 안으면 발이 땅에 닿고, 아기의 양팔도 나를 좀 더 잘 감싼다.


무릎 기기가 시작되었다.

 

 9개월 초반에는 상체는 들고 무릎을 땅에 댄 엎드린 자세를 유지만 하고 있거나, 3-4번 정도 무릎기기로 앞으로 이동했던 아기들. 생후 295일을 전후로(9개월 중후반) 속도는 느리지만 무릎으로 기는 모습을 보였다.


 배밀이와 무릎 기기. 어떤 것이 아기들의 이동에 보다 편안함을 주는 자세일까.

아기들이 10개월인 지금 배밀이가 사라진 것을 보면 무릎 기기가 승!

하지만 9개월에는 배밀이가 우선순위였다. 새로운 놀잇감을 앞에 두는 등 아기의 흥미를 유발한 상황이 생기면, 아기들은 무릎으로 천천히 기어 오다가도 마지막엔 배밀이로 자세를 바꾸어 빠른 속도로 앞으로 전진했다.


 무릎 기기를 할 때 양 발바닥이 서로 맞닿을 때가 있다. 아직 무릎으로 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보이는 모습인데, 그 발바닥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원하는 곳에 가보겠다고 천천히 무릎과 양손을 앞으로 뻗는다. 그리고 발바닥은 꼼지락.


배밀이와 무릎으로 기기
무릎으로 천천히 기다가 배밀이로 도착하는 이준


혼자 앉을 수 있다.


 이전부터 앉아 있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는 성인이 안아서 바닥에 앉혀 주었을 때.

하지만 생후 9개월 아기들은 혼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누워있다가, 엎드려 놀다가 스스로 앉는 것이다.


 아기가 엎드린 자세(상체는 들고 무릎을 땅에 댄 무릎기기 시작 자세)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기만 하면 무게 중심이 이동해 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상황들이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아기들은 쉽게 혼자 앉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갑자기 혼자 앉기 시작한 아기들.


이현이는 생후 276일째에.

이준이는 생후 290일째에.

기어 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뒤로 하고 앉았다.

처음에는 혼자 앉는 모습을 하루에 한두 번 정도 볼 수 있었지만, 스스로 앉기 시작한 아기들은 시간이 갈수록 혼자 앉는 모습을 매우 잘 보여주었다.

시작만 하면 그 시작이 일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 '혼자 앉기'도 그랬다.


처음으로 혼자 앉은 이현

무릎을 꿇고 앉는다. 무릎은 꿇고 엉덩이는 세우고 놀이한다.


 잡고 세워주었다가 다시 앉을 때가 되면 아기는 무릎을 굽히게 된다. 이런 움직임들이 반복되면서 아기는 무릎을 꿇고 자주 놀이하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노는 것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기들.

특이한 점은 그냥 무릎을 꿇고 앉아 놀기보다 무릎을 꿇었을 때 엉덩이를 들고 놀이하는 것을 보다 선호한다는 것이다.


무릎 꿇고 놀이하는 이현


무릎은 꿇고 엉덩이는 들고 놀이하는 이준이와 이현


잡고 선다.


 9개월 차 아기들에게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선다'는 것이다.

생후 281일째. 이제 막 밤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맞이한 이준이를 안아서 범퍼침대 가드를 잡을 수 있게 세워보았다. 이전에 소파나 에듀 테이블을 잡고 짧게 선 경험이 있었기에 혹시나 하고 세워본 것이다. 이날 이준이는 범퍼 가드를 양손으로 꼭 잡고 30초 정도 서있었다. 내가 잡아주지 않아도.

그리고 이날 이현이는 에듀 테이블을 잡고 혼자 '벌떡'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생겨 설 수 있게 된 아기들은 서는 것을 좋아했고 서고 싶어 했다.

칭얼거려서 아기를 세워 주니 칭얼거림이 멈추기도 했고,

무언가를 잡고 설 수 있게 도움 주지 않아도 혼자 잡고 서려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다.


 9개월 후반부터는 소파나 에듀 테이블, 뽀로로 뮤직하우스, 쏘서, 비지쥬 등 큰 놀이기구를 지지대 삼아 잡고 스스로 잘 서기 시작했다. 물건들 뿐 아니라 사람도 아기들에게는 자신을 설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

앉아 있으면 다가와서 나의 어깨나 다리 등을 잡으면서 서려고 시도하고, 매달리기도 한다.

 

 문제는 아기들이 선택한 지지대가 튼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한참 잡고 일어설 때 이현이가 가장 선호한 지지대는 공기청정기였다. 공기청정기를 잡고 서서는 여러 가지 버튼을 눌렀는데, 이때마다 소리가 바뀌어서 인지 이현이는 공기청정기 옆에서 놀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공기청정기를 안고 뒤로 넘어진 이현이.

다행히 내가 바로 옆에 있었기에 공기청정기를 들고 이현이를 바로 뺄 수 있었지만 이를 늦게 발견했다면 크게 다쳤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공기청정기는 아기들의 손이 덜 닿는 곳으로 이동했고, 아기들이 지지대 삼은 것들은 대부분 성인들이 잡아주었다.


 설 때 아기들의 발바닥은 아직 제 역할을 다하진 못한다.

초반, 서기를 할 때는 발끝으로 설 때가 많았는데 특히 이준이가 그러했다. 이현이는 발바닥 모두 땅에 안정적으로 닿을 때가 조금 더 많았고.

 스스로 잡고 서기 시작 한 뒤에는 한 손만으로도 지대를 잡고 나머지 손은 아래로 뻗어 놀잇감을 잡으려 하는 등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스스로 앉는 것은 아직 어려워해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거나 앉혀 달라고 "아아", "으으"등의 소리를 낸다. 9개월 후반으로 갈수록 힘을 조절해 천천히 앉으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좌. 잡고서려는 이현, 우. 잡고 서는 이현


잡고 서는 이준

다양한 곳으로 이동해 놀이한다.


 배밀이는 빨라지고 무릎 기기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롭게 이동 후 원하는 곳에서 놀이하고, 놀이 중 잡고 서는 것이 일상이 된 9개월.

때문에 놀이공간이 자연스레 다양해졌다.

거실이 아기들의 놀이공간인데, 복도에서도 활발히 논다. 복도를 왔다 갔다 기어 다니면서 남편의 서재에도 가고, 아기들 방에 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화장실에도 들어간다. 화장실에 갈 때는 문을 꼭 닫아야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 번은 양치질을 하고 있었는데, 이현이가 들어와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이 아닌가.

양치질 마무리를 하고 문쪽으로 몸을 틀었는데 바로 내 다리 옆에 앉아 있는 이현이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동을 제한해 놓은 부엌 안, 화장실 안 등을 가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라도 막아놓은 안전문이 열려있으면 어느새 문을 통과해, 부엌 한쪽에 있는 휴지통을 두드리고 있거나 쓰러뜨려 놀기도 하는 아기들.

한 번은 가습기를 넘어뜨려 바닥이 물로 흥건해진 적 도 있다. 그 이후로 가습기는 바닥이 아닌 위로 이동.


 아기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다치는 일도 빈번해지기 시작했다.

문에 머리를 '콩'하고 박기도 하고, 무릎으로 기다가 앞으로 고꾸라지기도 한다. 아직까지 심하게 다친 적은 없지만 다치는 빈도가 줄어들기보단 늘어날 것 같다. 조심 또 조심!


부엌으로 들어가고 싶은 아기들

몸을 뒤로 젖힌다.


아기를 안으면 아기가 활처럼 상체를 뒤로 젖힌다. 힘을 주면서

상체가 유연함을 느끼면서도, 몸을 젖혔을 때 아기의 움직임을 막을 수 없을 만큼 세진 아기의 힘에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이현이가 이런 행동을 자주 하는데, 우리는 '이현이가 또 활이 되었다'면서 농담을 하곤 한다.


좁은 공간으로 기어간다.


 쏘서 아래, 식탁 아래, 의자 아래 등 좁은 곳에 기어들어가는 아기들. 들어가서 끙끙대며 힘들어하는데도 꼭 좁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복도 옆에 벤치가 놓여있었는데 이때도 넓은 복도를 피해 벤치 안으로 들어간 이준이.

식탁 밑으로 기어 들어간 뒤 기둥을 잡고 서서 머리를 '쿵'한 이현이.


호기심이 많아 그런 건지, 마치 미로를 찾아 헤매듯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아기들이다.  

식탁 밑에서 노는 이현
아기 식탁의자 아래 이준


손, 손가락, 손목을 보다 더 잘 사용한다.


 매달 아기들의 성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기가 서거나 무릎으로 기는 등의 대근육 발달이다.

소근육 발달은 크게 눈에 띄는 성장을 발견해 꼽기보다 매달이 정교해진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손을 꼼지락 거리며 무언가를 잡고 흔들고, 양손에 쥐고 맞부딪히고, 한 손에 쥔 것을 반대편으로 넘겨 잡고, 박수를 치는 등 이와 같은 소근육의 움직임은 한번 관찰된 이후부터 더 잘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9개월에는

힘이 세짐과 동시에 젖병을  손으로 잡을 때가 많아졌고, 잡고 떼는 놀이를  잘하게 되었다. 손가락  개를 펴서 반댓손 손바닥에 반복적으로 가져다 대는 '곤지곤지'   있으며, 손가락  개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톱니바퀴를 쳐서 돌린다. 아직 곤지곤지는 이현이만의 특기이기는 하지만 이준이도  잘하게  것이다.

 전체는 물론 손가락의 움직임 점점  활발해진 9개월이다.

공을 잡고 떼려는 이준
손을 활발히 사용하며 노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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