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천국?!
조리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내가 지내게 될 조리원에는 산모가 그리 많지 않았다. 5명 내외. 이 점은 조용함과 편안함을 제공해 준 요인중 아주 강력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조리 원안에 있는 시설을 이용할 때 기다려야 한다거나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었고,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느끼기에 충분했다.
가령 찜질을 할 수 있는 널찍하고 따뜻한 방안에 혼자만 있었던 적도 있었으니 자유롭지 않았겠는가.
조리원 생활은 며칠 지나지 않아 익숙해졌다. 무조건 쉴 수는 없었다.
왜? 조리원에 올 때 나는 두 명의 작은 생명들과 함께 했으니까.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또한 세 시간의 법칙을 지켜 유축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모유수유를 위해,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서 세 시간에 한 번씩 가슴에 차고 있을 모유들을 밖으로 꺼내 주는 유축을 했고, 아기들이 먹을 수 있도록 신생아실에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아기에게 직접 수유를 하기도 했다(직수라고 한다.). 이것만 하는데도 무언가 이상하리 싶을 만큼 하루는 빠르게 흘러갔다.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세 시간마다 유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유축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곳 조리원에 있는 만큼은 더 많이 자고 쉬는 것을 목적으로 자신이 편안한 시간에 유축을 하기도 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세 시간의 법칙을 잘 지키려 했으나 새벽에는 달랐다. 새벽 유축을 하긴 했지만 정확히 세 시간 간격으로는 하지 않은 것이다. 눈이 떠지면 시간을 확인했고 어떤 날은 새벽 4시, 어떤 날은 5시. 다양한 시간대에 편하게 유축을 했다. 대략의 세 시간 이상의 텀만 있었다면 모유는 웬만큼 잘 나와주었다.
유축이나 모유수유를 하지 않을 때에는 그야말로 휴식을 취했다.
침대에 누워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었고, 찜질방으로 이동해 뜨끈함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으며 틀어져있을 내 골반을 바로 잡아주고자 골반교정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이렇게 글을 쓰기도 했다.
방 안 침대 맞은편에는 tv가 설치되어있었는데 tv는 거의 보지 않았다. 침대에서 편하게 tv 시청을 할 수 있도록 가구와 가전 배치를 했겠지만 나에겐 큰 의미가 없던 것이다. 멍하니 tv에 빠져 하루를 보내기엔 조리원 생활이 나름 바빠서였는지 tv는 그다지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다만 tv가 유용하게 활용된 적이라면, 유축을 할 때이다. 오른쪽 가슴 5분, 왼쪽 가슴 5분 번갈아 세 번씩! 총 30분을 앉아서 유축하고 있을 때, tv는 시간을 빨리 가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을 보여주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신처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된 핸드폰은 조리원에 있는 이 순간 가장 유용한 누군가가 되어 있었다.
출산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며 메신저를 통해 소통했고, 아기들이 방에 오는 시간이 되면 핸드폰 카메라는 열심히 자기 일을 해낸 뒤 앨범에 그 결과물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아기 출산 전에 최신 핸드폰으로 바꾼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기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나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해주었으리라.
침대에 누워 책을 보다가도 중간중간 핸드폰 속 세상을 헤엄치며 휴식을 취해갔다. 그 세상 속에 들어가면 눈과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고 때론 골똘히 생각을 하게 만들어 진정한 휴식인지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몸 전체는 푹신한 침대 위였으니 이것 또한 휴식이라고 나 혼자 믿었다.
병원에서 퇴원 후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면, 퇴원하는 그 순간부터 내 옆에는 두 명의 아기들이 항상 함께 했을 것이다. 이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기를 출산하고 난 다음 내 몸은 휴식을 필요로 했고 임신 전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리원 행이 좋을 것이라 그렇게 판단했다.
조리원에서 아기가 신생아실에 간 다음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기가 방에 오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그리고 저녁 6시 반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반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은 필수적으로 아기와 함께 있어야 했으며 나머지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시간들 중에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깨어나면, 모유수유를 할 것인지 물었고 내가 긍정의 대답을 하면 아기를 데려와 모유수유를 하면서 아기와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는 선택이었지만
"모유 수유하실래요?"
라는 인터폰 속 물음에
"아니요"
라고 답할 수는 없었고,
"네"
라는 대답으로 아기를 만나 모유수유를 했다.
결과적으로 모자동실 시간이라고 하는 일과 중 정해진 시간과 더불어 모유수유를 위해 아기를 만나는 시간이 있었으므로 하루 중 아기는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낮에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한다고 한들 몸을 조리할 시간이 달아나진 않았다.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남짓. 아직 신생아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는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밤부터 새벽 사이의 모유수유는 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하여 밤잠은 웬만큼 푹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조리원에서 나가 집으로 향하는 날. 그 순간부터는 새벽에도 아기를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조리원에 있는 시간만큼은 아기와의 만남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나의 몸을 좀 더 편하게 그리고 빠르게 회복시키는 하나의 길이 었음이 확실했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매일 마사지를 받고 싶었다.
아직 격렬한 운동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기에 몸은 회복된 상태가 아니었고, 임신기간 동안 그리고 출산을 하며 틀어졌을 몸을 부드럽게 하고 회복하고자 마사지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원한 것이었다. 그래서 큰돈이지만 가장 많은 횟수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코스를 결제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편안함을 누리겠는가 싶기도 했고.
조리원에 와서 첫날 한 마사지는 가볍게 시작됐다. 아직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세기로 따지면 약에서 중 사이의 마사지 세기였으리라.
전신 마사지를 받으며 내 몸은 편안해졌다. 마사지 선생님의 말에 따라 몸을 아주 조금 움직이며 자세만 바꿔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최소 60분에서 최대 90분의 마사지를 받는 동안 잠깐의 잠으로 달콤함에 취하기도 했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상상이나 생각을 하며 그야말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몸을 힘들게 움직이지 않아도 운동을 하는 느낌. 온몸이 풀어지면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뭉쳐있던 곳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느낌을 선사해준 마사지는 조리원 일과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자신한다.
계획되었던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2주였는데, 3주로 늘리면서 마사지 시간도 늘려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조금이라도 더 마사지의 세계를 느끼고 싶었으니까.
금액이 비싸긴 했지만 그만큼의 투자를 할 만큼 마사지는 굉장히 매력적인 유혹으로 다가왔다. 즉 나에게 마사지는 조리원에 계속 있고 싶게 만드는, 조리원을 천국이라 느끼게끔 해주는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