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언제까지?
선택할 겨를이 없었다.
아니, 이게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는 있을까?
출산 후 3일째,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간호사에게 알리니 병원에 있는 유축기를 빌려 유축을 하면 된다고 했다. 모유수유가 가능한 시간에는 아기를 안고 모유수유를 시도했으며, 이후에는 유축기의 힘을 빌려 유축을 했다.
젖병에 한 두 방울 모이던 모유는 20ml 정도가 되었고, 이를 아기가 있는 신생아실로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모유수유와 유축의 반복되는 굴레가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병원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 할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모유수유에 대한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던 나에게 모유수유 선택권이 주어지면서 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이 놓였다. 이 두 개의 문이 보인 건 조리원 생활에 적응하면서부터일 것이다.
조리원에 들어와 본격적인 모유수유를 하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을 때에는 대략 세 시간마다 유축을 했다.
모유수유는 아기를 안고 내 가슴에 대어 아기가 젖을 잘 빨 수 있게 자세를 잡아야 했다. 편안한 수유를 위해 도움을 주는 모유 쿠션과 수건 등을 세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보 엄마인 나는 아기가 모유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젖을 빨기도 전에 분유라는 음식이 첫 음식이 되었고, 젖병의 도움을 받아 쉽게 분유를 먹어왔다. 그리고 잠깐 엄마의 품에 안겨 엄마의 젖에 입을 대어 본 것이 전부였다. 병원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조리원이란 새로운 공간에 왔더니, 엄마라는 사람이 자기를 불편하게 앉고 젖을 물라고 하고 있다. 젖을 물어보았더니 젖병의 느낌이 아니다. 아기는 이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약한 힘으로 젖을 빨기에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가 계속 가슴을 자기 입으로 밀어댔으니 울음이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나는 이렇게 우리 아기의 마음을 추측 아닌 추측해보면서 모유수유를 잘하지 못하는 나를 위로했다.
내 젖을 잘 물지 못하고 아기의 울음소리는 커져갔기에 보조기구를 사용하게 되었다. 젖병의 꼭지 부분처럼 생긴 '쭈쭈'라고 불리는(이곳 조리원에서 사용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것을 대어 아기가 물 수 있게 했다. 다행히 쭈쭈를 사용했을 때 아기는 젖을 잘 빨아주었다. 첫 느낌이 젖병 꼭지와 같았기 때문에 아기는 엄마의 가슴을 젖병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유수유를 하면서 점점 내 몸은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깨가 아팠다.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 아기가 젖을 잘 무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허리가 아팠다. 바르게 허리를 편 자세로 앉아야 아기가 젖을 잘 물 수 있기에.
손목이 아팠다. 아기의 입에 젖이 잘 닿을 수 있도록 머리를 받혀주어야 했기에.
엄마의 몸이 편안한 자세로 수유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았으나 그 방법대로 수유할 순 없었다. 영상에서 소개해준 준비물이 정확히 똑같이 준비되어있지 않았고, 아기의 몸을 자유자재로 잡고 움직일 대담함이 없었기 때문일까? 조리원에서 잡아준 내 몸 같지 않은 자세를 취해가며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는 것은 나를 엉망의 늪 어딘가로 빠뜨려 내 몸을 엉망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사지를 받는 시간에 엉망이 된 것 같은 내 몸을 달래주었지만, 모유수유는 하루 일과에서 빠지지 않았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마사지를 통해 출산 후의 내 몸이 좋아지길 바랐지만, 모유수유 후 마사지가 반복되면서 마사지는 모유수유로 인해 틀어졌을 몸을 원상 복귀시켜주는 장치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예약 한 횟수만큼의 마사지를 다 받고 난 뒤에는 모유수유 후 내 몸을 회복시켜줄 장치가 사라진 것 같아 스트레칭으로 마사지를 대신했다. 전문가의 손길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은 스트레칭 동작들이라도 내 몸에 에너지를 주길 희망하면서 말이다.
모유수유뿐 아니라 유축 또한 나를 힘들게 한 요인 중 하나이다. 유축기를 사용해 모유를 빼내는 이 작업은 곧은 자세와 깔때기를 손으로 잘 잡아주어야 하는 행동을 요구했다. 오른쪽 가슴 5분, 왼쪽 가슴 5분 이렇게 세 번을 반복. 총 30분의 시간은 허리와 손목이 고생하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유축도 모유수유처럼 고개를 몇 번씩 아래로 내려 유축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필요로 했고 어깨는 또 고생했다. 두배로.
누구 하나 모유수유를 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고, 병원에서 부터 조리원에서까지 모유수유와 유축은 정말 말 그대로 당연했다. 모유수유가 아기에게 좋고 산모에게도 좋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으며 병원에서도 퇴원 전 교육을 할 때 모유수유의 장점들을 교육받은 것도 일부였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몸이 아프고 아픈 만큼 힘들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여기에 더불어 가슴이 처진다는 말에 내 몸이 망가지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밀려오면서! 모유수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선택의 문 앞에 서게 된 것이다. 어떤 문을 열어야 하는 걸까?
같은 조리원에 있는 산모들에게 물어보았다.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하는 사람, 100일까지만 먹이겠다는 사람, 조리원에서만 먹이고 단유 하겠다는 사람(단유는 모유수유를 끊겠다는 말이다.) 등 다 생각이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단유를 한다는 산모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예전부터 초유만 먹이고 단유 하려고 했다며 간단명료하지만 확고하게 이야기했다.
몇 달 전 먼저 출산을 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녀 또한 한 달만 모유를 먹이고 단유를 했기 때문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의 대답은 가슴 모양이 이상해진다는 것. 여기에 모유 양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더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단유를 하고 싶은 마음이 60%는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유를 하겠다거나 단유를 했다는 사람에게만 그 이유를 묻고 공감했으니 이는 내 마음이 그쪽에 기울어서 임에 분명하지 않은가.
또한 나는 내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 몸도 달라지는 것이 싫다. 그리고 쌍둥이에게 모두 모유수유를 한다는 건 정말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생아들은 낮과 밤 구분 없이 잠을 자고 먹으며 생활하는 존재가 아닌가. 둥이들에게 모유수유를 한다면 한동안 나의 가슴을 가린 옷은 열려있는 시간이 반 이상이지 않을까?
그러나 아기를 생각한다면, 아기에게 분명 좋은 영양분임을 알기에 나머지 40%는 모유수유편의 지분을 남겨두었다. 조금 더 보태자면 모유수유가 산모에게도 좋은 점이 있기도 하다. 가령 살이 빠져 임신으로 인해 변화된 몸이 빨리 회복된다는.
선택은 분명 나의 몫임을 알고 있으나 일명 결정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어떠한 문도 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Cho.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 결정권을 가끔은 대신 가져가 주는 나의 짝꿍이 지금도 필요한 때였다.
나의 고민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Cho.
"여보가 편한 대로 해"
"힘들면 하지 마"
그러나 Cho는 오늘 결정권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 대신 나를 기준으로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라는 작은 여지는 주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했다. 모유수유를 하는 문을 열기로. 그런데 그 문은 닫지 않고 활짝 열어 둘 것이다. 언제든 이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최대 3개월, 100일을 잡고 그때까지만 모유수유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전에 내가 너무 힘듦이란 감정에 억눌리게 된다면 과감히 문 밖으로 나가 모유수유를 하지 않겠다는 단유의 문을 열겠다.
엄마가 되었으니, 아기를 위한 선택이 앞선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나를 위한 선택이라고도 본다. 두 가지의 문중 한 개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에게 좋다는 모유를 먹일 수 있을 때까지는 먹이되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니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 하던 나는 조금 편안해졌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남기 마련이다. 만약 바로 단유를 선택했다면, 훗날 아기가 자주 아프기라도 할 때 모유를 먹이지 않아서 그런 걸까 라는 후회를 했을 것이고, 모유를 오래 했다면 변화된 내 몸에 한숨이 절로 나왔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완벽한 하나의 선택보다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한 선택을 했음에 만족한다.
오늘도 나는 모유수유와 유축을 하고 있다.
힘 있게 젖을 빠는 아기를 보며 엄마의 미소가 지어지는 이 순간. 내 몸은 변해갈지라도, 아기는 엄마의 품을 느끼고 풍부한 영양가를 공급받으며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을 것이다.
100일 뒤, 아니 당장 내일은 어떻게 될까?
나는 아직 확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