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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과 첫 병원 진료

Bcg접종을 하다

by 별리

#1. 집에서부터 발생한 작은 에피소드


이준, 이현이의 첫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다. 예약된 시간은 오전 10시 40분이었으나 이른 아침부터 우리의 준비는 시작되었다. 병원 진료를 하는 동안 아기들의 밥 먹는 시간이 겹치게 하지 않기 위해 출발 전 미리 우유를 먹여야 했다.

여기서부터 병원에서의 험난을 예고하듯 사건이 벌어졌다. 이때의 사건은 작고 재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내 품에 안겨 분유를 먹던 이준이. 나는 이준이가 분유를 잘 먹을 수 있도록 젖병을 잡아주고 있었는데,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젖병이 텅 비어있었다.


"이준아! 이렇게 빨리 다 먹었어요?"

나의 놀람 섞인 말에 옆에서 이현이에게 분유를 주던 친정 엄마도 동시에 놀랐다. 그 정도로 젖병 속 분유가 사라져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빨리 먹을 수가 없는데 이상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즈음 엄마가 이일의 원인을 찾아냈다.


"다 흘렸네~!"

그제야 자세히 살펴보니 젖병과 젖꼭지를 연결하는 부위가 잘 닫혀있지 않았고 그 사이로 분유가 다 새어 이준이의 옷을 흥건하게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이준이가 어느덧 많이 커서 분유도 빨리 먹을 수 있게 된 줄 알았는데 그 이상하리 만큼 빨랐던 속도가 나의 실수 때문이었다니! 이준이의 옷이 다 젖을 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이준이에게 미안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간단히 옷만 갈아입힐 수도 있었지만,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서는 하루 동안 목욕을 시킬 수 없어 이왕 옷이 젖은 김에 오전에 목욕을 시키기로 했다. 원래 집에서의 이준, 이현이 목욕시간은 저녁 6시쯤이지만.

이준이를 목욕시키고 나서 이현이도 이준이 덕에 오전 목욕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병원에 갈 채비를 시작했다.


#2. 외출을 위한 준비


아기들과의 외출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물들이 필요했다.

아기수첩, 아기들의 속옷이라고 할 수 있는 기저귀, 분유를 먹일 때 턱 밑에 놓아주어야 하는 손수건, 미리 먹을 만큼의 분유를 담아 놓은 젖병,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 물티슈! 병원에만 갔다 오는 짧은 일정이었기 때문에 아기의 준비물은 이 정도였지만 혹 이후에 장시간의 외출을 한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기수첩

아기들에게 어떤 옷을 입혀야 할지 고민되었다. 더워진 날씨를 고려해 배냇저고리만 입히고 속싸개로 몸을 감싸주기로 했다. 아기들의 귀여움을 한껏 더해줄 모자도 준비해 씌워주었으나, 그 작은 모자도 아직 아기들에겐 너무 커서 머리 위에 있던 모자는 점차 아기들 눈을 가려버렸다. 결국 모자는 잠시 뒤 오늘의 코디에서 탈락!


나와 Cho의 준비는 매우 빠르고 간단했다.

오랜만의 외출에 파우더를 얼굴에 토닥였지만, 진한 화장은 아니었고 단순히 외출을 위한 매너 정도의 화장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화장만으로도 나의 기분은 한층 좋아졌다. 약 한 달? 아니 막달에 누워만 있던 시기까지 생각하면 거의 두 달 이상의 시간을 맨 얼굴로만 지내왔는데, 화장이라는 수단으로 민낯이 보다 환하게 변신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바구니 카시트에 아기들을 한 명, 한 명 앉히고 아기들을 위한 준비물이 담긴 가방도 어깨에 둘러맸다. 그렇게 병원으로 가기 위한 우리 가족의 첫 외출이 시작되었다.


#3. 내 진료가 아닌 아기들을 위한 진료


병원에 간다고 하면 '내 몸이 아파서'가 대부분의 이유였고, 내가 병원에 와서 진료할 것임을 스스로가 접수하면 되었다. 그러나 아기들을 위한 첫 진료를 갔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본능적으로 접수표를 뽑아 내 순서에 접수대로 향했다.

직원은 환자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내 이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이준' 아기의 이름을 말하는 것부터 낯설었다. 아기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보았다. 아직 아기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지 못한 탓에 사진으로 찍어둔 등본을 보고 직원의 물음에 답했다. 접수를 하는 것부터 낯선 것 투성이!


소아과로 이동해 간호사를 만났다. 간호사는 아기들의 몸무게를 측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 6번 방 앞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두 개의 바구니를 들고 있던 Cho는 빈 의자 옆에 아기들을 안착시켰고 나도 의자에 앉았다. Cho는 이준이부터 꺼내 몸무게를 측정하는 곳으로 이동했고, 그동안 우리 아기들이 얼마큼 자랐는지를 확인한 뒤 나에게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준이는 3.3kg, 이현이는 4.2kg이야. 아기들 많이 컸다"


징검다리 연휴 때문이었는지 소아과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예약을 했음에도 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하는 동안 우리는 생각했다. 아기들이 울지만 않게 해 달라고!


#4. 병원에서의 에피소드 그 첫 번째, 가루야 어디 가니


그 순간 병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첫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이준이가 울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준이가 밥을 먹을 시간이 되어 있었고 이준이의 울음은 밥을 달라는 신호였다. 나는 이준이를 품에 안았고 남편은 준비해온 분유가 든 젖병과 보온병을 꺼냈다. 젖병의 뚜껑을 열어 의자 위에 올려 둔 순간 젖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젖병은 다시 주워 들면 그만이었지만 편안함을 위해 준비한 젖병 안에는 분유 가루가 들어있지 않았는가! 노란 가루들은 모래성을 쌓은 것처럼 바닥 위에 쌓여버렸고 일부는 바닥 여기저기에 흩뿌려졌다.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대기하고 있는 그 공간에!


소아과가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만큼 복잡했으며 여기저기서 울음소리도 들려오는 매우 어수선한 공간에 우리는 분유 가루로 더 어수선함을 제공하게 되었다.

Cho는 젖병을 떨어뜨린 순간 바로 나와 눈을 마주쳤고, 우리 둘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저 눈만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황당함에 피식 샌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Cho가 바닥을 청소하려 했지만, 가루들을 잘못 청소했다가 바닥은 더 지저분해질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이 사실을 간호사에게 알렸고 간호사는 병원 내 미화원에게 이야기하여 이 장소를 청소하는 것으로 분유 가루 사건을 일단락 지어주었다.


#5. 병원에서의 에피소드 그 두 번째, 울지 마 아기야


넉넉하게 챙겨 온 젖병으로 인해 이준이는 분유를 먹을 수 있었다. 이준이에게 분유를 다 먹일 때쯤 간호사가 찾아와 아기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Bcg예방접종을 하기 전 분유를 먹이지 말라고 했다. 아기가 울다가 구토를 할 수 있다며.


앗! 우리는 이준이에게 먼저 분유를 주었다는 사실을 고했다.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 사실을 몰랐던 것만으로도 엄마, 아빠로서 실수를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현이는 배가 고픈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랬다. 하지만 조금 후 이현이도 울음으로 배고픔을 알렸다. 진료는 얼마 남지 않았고, 간호사는 분유를 먹이지 말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현이를 안아서 달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준이, 이현이의 차례가 되었다. 남편과 한 명씩 아기를 안고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아기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질문하고 대답을 들었으며, 의사는 아기 한 명 한 명 진찰을 했다. 모든 과정이 끝난 뒤 진료실을 나왔다. 이때까지 이현이는 울다가 멈추고 울다가 멈추고를 반복하고 있었고.


주사를 맞으러 이동 한 곳에서는 또 대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현이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배고픔의 한계. 이현이의 울음은 더욱 커져갔고 진정되지 않았다. 병원 안에서 울던 아기는 이현이뿐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현이의 울음소리는 더 크게 느껴졌다. 내가 진료비를 수납하러 간 사이에 결국 먹이지 말아야 했던 분유를 조금 먹이는 것으로 Cho는 이현이와 협상한 듯 보였다. Cho는 지쳐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6. 주사를 맞다.


Bcg주사를 맞히기 위해 아기들을 안고 들어갔다. 이 주사는 경피용과 내피용이 있었는데 우리는 경피용을 맞히기로 했다.

경피용을 선택한 이유는 상처가 남지 않는다고 해서였다. 살성에 따라 상처의 유무는 다르다고 했지만 그리고 내피용이 무료인 반면 경피용은 7만 원대라는 비싼 돈을 들여야 했지만!


간호사는 긴 침대 위에 아기들을 눕히라고 했다.

이준이를 위쪽에 눕히고 이현이를 아래쪽에 눕혔다. 간호사는 이준이부터 배냇저고리의 한쪽을 벗겨 팔이 나오게 했다.

이준이는 추위를 느꼈는지 몸을 떨었고 피부색도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간호사에게 이준이의 상태를 이야기했고 간호사는 이준이부터 빠르게 주사를 놓아주었다.


이준이는 한번 크게 소리를 내더니 바로 울음을 그쳤고 이현이는 큰 울음으로 시작해 계속된 울음으로 아픔을 알렸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순간 나는 마음이 약해져 눈물이 고였다.

"우리 아기 아프겠다"


주사를 맞고 난 다음에는 주사 부위가 마르도록 부채질을 해주어야 했다. 남편과 나, 간호사는 서로 번갈아가며 아기들이 주사를 맞은 팔 부위를 부채질해주었고, 아기들은 점차적으로 진정되어갔다.


#7. 잘했어 아기들!


아기들을 다시 바구니 카시트에 눕혔고 바구니 카시트는 차에 장착되었다.


"휴! 끝났다"


Cho와 나는 아기들과의 첫 병원 진료를 잘 마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또 지나간 일이 되어버려 있었다.

그리고 난 아기들이 매우 안쓰러웠다. 아픈 주사를 맞느라 고생했을 우리 아기들.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잠든 아기들을 바라보며 ' 얼마나 아프고 고단했으면 이렇게 잠을 잘까' 싶었다.

집에 도착했어요

아기들은 집에 와서도 꽤 오랜 시간 잠을 잤다.

배고플 때를 빼고는 거의 울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아기들에게 병원 진료가 어땠는지를 추측하게 해주는 증거가 되었다.


이준아, 이현아!

주사 맞느라 고생했어! 잘했어 기특해 내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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