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에서 넷이 되다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달콤한 선물로 달래고 싶었는지 평소보다 일찍 조리원 일과를 시작했다. 8시 30분 아침식사 전에 조리원 안에 있는 모든 시설들을 한 번씩 더 누리기로 한 것이다.
골반교정기에 앉아 시간을 맞추고 작동을 시작했다. 15분 동안 교정기는 나의 골반을 조이며 제 역할을 다했다. 이후에는 파라핀을 하러 이동했다. 뜨거운 파라핀 통 안에 손을 담그는 작은 일로 손목에 에너지를 심어주었다. 아침식사는 역시나 맛있었다.
식사와 간식을 책임져 주시는 이모님은 오늘도 영양가 많고 풍미 좋은 음식들로 아침을 책임져 주었다.
3주 동안의 시간 동안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한 807호 룸을 정리하였다. 널려져 있던 그리고 나름 정리되어있기도 했던 물건들을 캐리어에 담고, 캐리어에 다 담지 못한 짐들은 종이가방에 넣었다.
그동안 우리 아기들을 돌봐주고 예뻐해 주셨던 많은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나와 Cho도 마지막을 고했다.
바구니 카시트에 들어간 아기들은 3주 전 보다 훨씬 커져있었다. 시간의 흐름을 한가득 느끼고 우린 집으로 향했다. 안녕! 조리원!
조리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는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사실 아예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집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이유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끄집어내지 않았던 것 같다.
차 안에서 아기들이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복이 이준이가 칭얼거리더니 크게 울기 시작했다. 조리원에서 분유를 먹고 출발했던 터라 배가 고플 시간은 아니었는데, 울음소리는 점차 커졌다. 왜 우는 건지, 차를 잠시 세워야 하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이준이의 머리에도 땀이 보였다. 더운 것이다. 한 달 전 출산을 하러 나올 때 만해도 약간은 쌀쌀한 날씨였지만 5월 1일인 지금 날씨는 매우 따뜻했다. 그런데 우리 아기들은 두꺼운 겉싸개를 몸에 두르고 있다.
앗! 실수했다.
부랴 부랴 겉싸개를 빼내고 이준이를 앉았다. 이준이는 다행히 곧 진정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또복이 이현이의 차례. 이현이도 겉싸개의 힘에 눌려 더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Cho는 운전을 하고 있었고 나는 이준이를 안고 있으니 이현이를 도와줄 손이 부족했다. 이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결국 차를 갓길에 주차하기로 했다.
차를 주차하자마자 Cho가 뒷 자석으로 와 이현이의 겉싸개를 벗겨주고 다시 바구니 카시트에 앉혀 주었다. 이준이와 이현이는 이제야 쾌적한 환경이 되었음을 느꼈는지, 이때부터 집으로 가는 길에는 울음으로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았다.
집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미리 우리 집에 와있던 친정 아빠와 엄마가 마중을 나왔다. 엄마는 우리 아기들을 함께 돌봐주시기로 하셨고, 아빠는 엄마를 데려다 줄 겸 아기들도 볼 겸 함께 온 것이다.
바구니 카시트에 앉아 있는 작은 아기들을 보며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두 분은 연신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 아기들을 바구니 안에서 꺼냈고 거실에 미리 마련돼있던 매트 위에 아기들을 눕혔다.
'나와 남편이 살던 우리 집에 아기 두 명이 함께 있다니'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이상함과 귀여움, 두근거림, 조금의 걱정이라는 감정들이 살살 더해져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아기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다양한 말들로 예쁨을 표현했다. 그때 나와 Cho는 한 달 살이에 사용했던 짐들을 원래의 자리로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집은 점차 정리되어갔다.
낮 동안은 괜찮았다. 아기들이 새로운 공간을 낯설어하며 많이 울고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칭얼거리는 것은 분유를 주는 것으로 달래 졌고 배가 불러진 아기들을 금세 잠이 들었다.
엄마는 아기들에게 분유를 주는 기본적인 일부터 목욕을 시켜주는 일 까지 도맡아 해 주었다. 조리원에서 목욕시키는 법을 배우고 왔지만 Cho는 필요한 물품들을 사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었고 나는 아직 아기들을 씻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아기를 씻길 때 나는 핸드폰을 들고 그 장면을 촬영했다. 우리 아기들이 집에서 하는 첫 목욕이라는 이유로 동영상에 아기들 모습을 담고 싶었으니.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할만하다'
내가 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아기들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기 바빴으니, 육아가 마냥 힘들 지게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은 안일하고도 안일했다. 두 시간 텀으로 먹고 잠을 잤다던 아기들. 그중 이준이가 한 시간마다 깨 울음을 보였고, 잠자기를 힘들어했다. 이 말은 즉 나, Cho, 엄마가 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음을 의미했고 정말로 그러했다. 아직 몸을 더 회복해야 하는 나를 위해 이준이는 남편이, 이현이는 엄마가 맡아서 케어하였고 그나마 나는 아기들 울음소리에 께서 아기들을 눈으로 살펴보는 것 말고는 쉼을 취할 수 있었다.
새벽에 깨 거실로 나가보니 이준이 옆에 Cho가 잠을 자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니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현. 실. 육. 아 가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이른 아침 여섯 시에 남편과 자리 교대를 했다. 내가 아기를 보겠다고 하고 Cho는 그때에서야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시각 나의 엄마, 이준 이현이의 할머니는 아기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의 첫 육아생활에 엄마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특히 쌍둥이 육아에서는! 아기를 낳고 나서야 엄마 마음을 배워가고 있는 지금 엄마가 나와 동생들을 키우며 어떠했을지 공감해 볼 수 있었다.
아기들과의 첫날 밤은 밤을 꼴딱 새웠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다음날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우리는 번갈아가며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채웠다. 그리고 이는 새벽에 또 힘들 우리를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둘째 날 밤. 이번에는 이현이다! 이준이는 잘 자는데 이현이가 반복적으로 자주 깨고 너무 많은 분유를 먹고 싶어 했으며, 큰 울음소리로 칭얼댔다.
우리 세 사람의 체력을 급속도로 떨어뜨리고 있는 이준이와 이현이. 그러나 아기들이 배냇짓을 하며 미소를 보이고 감고 있던 눈을 크게 떠 우리를 바라보면 힘듦은 어느새 기쁨으로 바뀌었다. 웃음이 났고 행복했다.
이현이는 자면서 다양한 소리를 냈다.
"음~"
"으~~ 음!"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이현이는 너무 웃겨 이현이를 보면 웃음이 나, 너무 귀여워"
엄마도 내 말에 동의했는지 나와 함께 웃었다.
이현이가 계속해서 소리를 냈기 때문에
"으음! 으~~"
"흠! 흐흠!!"
이현이는 단지 잠을 자며 '나 크고 있어요'를 알리는 소리를 냈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잠투정? 잠꼬대였을 수도 있지만!
쑥쑥 빨리 크고 싶었나? 연신 팔과 다리를 펴거나 몸을 뒤척이면서 재미난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우리 가족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런 작디작은 아기의 행동마저 우리에겐 추억할 에피소드가 되었고, 육아를 힘차게 할 에너지를 보태주었다.
한 달 전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갔던 나와 Cho. 한 달 뒤 돌아올 때 우린 넷이 되어있었다. 둘이 아닌 넷!
그리고 당분간은 친정 엄마가 함께 할 것이기에 다섯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두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한 세 어른의 육아 고군분투기가 그려지겠지만 아기는 성장해 나갈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행복을 안겨줄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