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법
매해 연도의 시작은 1월인 경우가 많고, 1월부터 새해 다짐과 공약들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3월이다. 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3월은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달이고 '적응'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 달이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개학이 연기되었고 언제 아이들이 기관에 갈 수 있을지 막연한 상태이다. 이 사태가 진정되어 아이들이 웃으며 유치원에 등원하게 되는 날! 아이들은 조금 뒤늦은 ‘적응의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만 4세, 만 5세 유아들의 경우에는 이미 만 3세를 거쳐 진급했기 때문에 유치원 일과에 익숙하고 적응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만 3세 유아들에 비해 적응기간이 조금 짧아졌을 뿐, 그리고 겉으로 티가 많이 나지 않을 뿐 아이들 스스로가 새로운 반에 적응을 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1. 기관 생활을 처음 하는 아이 돕기
충분한 시간과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개별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아이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향에 따라 유치원 첫날부터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한다. "너는 왜 그러니?"라며 다른 아이와 비교해 적응을 힘들어하는 유아를 비교하며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응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계속해서 우는 아이가 있다. "울지 마"라며 엄한 말투로 아이의 눈물을 억지로 멈추게 해야 할까? 서럽게 눈물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다그침은 어떠한 감정 해소도 되지 않는다.
때로는 충분한 눈물이 감정 해소를 도와 차분한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는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며 달래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교사와 처음 만나는 아이이지 않은가? 나와 일 년을 함께 할 선생님의 첫인상이 따뜻한 교사이길 바란다면 아이의 적응을 위한 힘겨움의 눈물을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아이의 눈물이 조금이나마 진정되었다면 이렇게 말해주자 "엄마와 떨어지니 속상했구나", "새로운 곳에 오니 모든 것이 낯설지, 처음에는 눈물이 많이 날 수도 있어"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것! 이것은 아이가 유치원 그리고 선생님에게 믿음을 갖게 하는 씨앗이 된다.
교사의 옆에만 붙어 있으려는 아이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처음 보는 곳, 처음 보는 또래의 아이들, 그 속에서 혼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당연히 교사가 그 한 아이의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옆에 있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 3세 교사대 아동 비율만 해도 1대 16이기 때문에 1명의 아이를 위해 15명의 아이를 보지 않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자신의 옆에만 붙어 있으려는 아이를 돕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에 아이와 함께 다른 아이들의 놀이를 살펴보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저기에 있는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선생님이랑 같이 가볼까?" 주변 친구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천천히 그 놀이와 친구들의 존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더불어 공간을 이동할 때 제일 앞 줄에 서서 선생님과 손을 잡고 걷도록 하거나 식사시간에 선생님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가 교사와 떨어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를 포착해 관심을 보여주어라. 선생님이 옆에 없어도 혼자 놀이하고 친구와 소통하고 있는 아이에게 "oo이가 ~~ 을 하고 있구나"라는 작은 관심은 아이에게 용기를 준다.
2. 진급으로 인한 변화를 어려워하는 아이 돕기
3세 반에서 만 4세 반으로 혹 만 4세 반에서 만 5세 반으로 진급을 했고, 이전보다 연령이 높아져 형님이 된 아이들. 그러나 형님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쉽고 편한 것만은 아니다.
친한 친구가 같은 반이 되지 않아서, 선생님이 무서워서, 혼자 하는 것이 많아진 게 싫어서 등 진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첫 번째는 '인정'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었기 때문에 잘하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이와 상관없이 ‘처음이니까.. 적응을 어려워할 수 있구나’라는 인정 말이다.
‘적응이 힘들 수 있겠구나’라는 교사, 부모의 인정만으로도 아이의 부적응 문제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이직했을 때를 생각해보자. 업무도 공간도, 직장 동료와 상사도 모두 바뀌었다. 이런 상황을 쉽게 적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적응을 필요로 한다. 주변 환경이 바뀜에 따라 사람은 모두 적응이라는 시간을 거치게 된다.
평생 적응기간과 적응을 해나가며 살아가야 하는데, 어린 유아들의 진급에 따라 어려움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모순일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것, 선호하는 놀이를 알고 함께 해주는 것이다.
진급하기 전 반 선생님을 통해 아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그것을 활용해 함께 놀이해준다면 아이는 새로운 선생님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 수 있다.
여기서 연령이 높은 아이일수록 새로운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과의 힘겨루기를 하는 아이도 있다.
“이 선생님은 나를 어디까지 받아줄까?"아이는 선생님을 시험해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진급 시 평소 하지 않던 행동을 할 수 도 있다. 따라서 교사는 이 아이가 정말 적응을 어려워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잘 관찰하고 대처해한다.
적응이 힘든 아이에게 선생님이 더 많은 관심을 주기 때문에 그 행동을 따라 한다면 어느 정도의 무시하기도 필요하다.
유아교육기관에 처음 발을 내딛는 아이, 진급을 하는 아이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사회의 한 시민이 될 누군가 이다.
시민이라면 모름지기 그 사회 안에서 지켜야 할 법과 규칙을 따를 의무가 주어진다. 그리고 유치원은 큰 사회에 나가 이름바 민주시민이 되기 전 거쳐야 하는 작은 사회이다.
이 작은 사회가 없다면 아이는 규칙이 무엇인지, 단체생활이 무엇인지, 그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적응해나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유치원 생활, 그 속에 잘 적응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성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유치원에서의 안정적인 첫 적응을 시작으로 우리 아이는 작은 사회에서 큰 사회로 나아갈 디딤돌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