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예쁜 아기
아기가 이 세상에 나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울음' 이 전부이다.
아직 의사소통의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배울 만한 시기도, 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음으로 자신을 알리는 아기들에게 어떻게 반응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초보 부모이다.
울음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에 맞는 반응을 해준다면 아기의 울음은 금세 사라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아기의 울음은 더욱 강해진다.
조리원에서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만 아기들을 만났기 때문에 아기가 울음을 보여도 그 이유를 파악할 겨를이 없었고, 혹 많이 운다면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만이었다. 또한 대부분 아기의 울음은 '배고픔'을 이유로 하는 경우가 많아 분유를 먹이면 금방 해결되었고.
하지만 현실 육아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아기의 울음은 젖병을 입에 물리는 것으로 무조건 해결되진 않았다. 아기가 이전보다 성장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증가하여 울음을 보이는 것일까? 하루 종일 아기들과 붙어있으면서 이제야 아기들의 울음에도 종류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일까?
젖병이 울음에 대처할 답이 아니었고, 울음이 사라지지 않을 때 말 그대로 '멘붕'상태를 경험했다.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몰랐으며 난감했다. 심하게 울어 울음소리가 먹히다가 내뱉어질 때는 아기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이준이의 울음은 강하고 걸걸한 느낌이 들고, 이현이의 울음은 얇고 높은 음인 울음인데 이 두 울음이 콜라보를 이룰 때면 우리의 난감함은 배가 되었다.
며칠 아기와 생활하면서 울음의 종류에 따라 우리의 대처방법이 증가했다.
먼저 아기가 배가 고파 우는 것이라 추측 될 때에는 입 주변을 건드려 보았다. 아기는 자극이 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입을 벌렸다. 이때는 젖병을 물려 울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또한 아기들은 먹은 우유 양이 부족할 때도 잠깐 잠을 자고 난 뒤 크게 울며 깨는 것으로 밥을 더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두 번째로 기저귀가 축축해 울 때도 있다. 아기가 울음을 보였을 때 배고픔 다음으로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기저귀가 많이 젖었을 때는 축축함이 차가움으로 연결되어 체온 변화로 인해 아기에게 딸꾹질이 동반되기도 했다. 소변뿐 아니라 대변을 보았을 때도 울음소리는 우렁찼다.
세 번째로 안아달라는 이유였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큰다면(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사람의 품에 안기기를 원하는 것 같다. 따뜻한 품을 느낄 수 있음이 이유인지. 아기를 안아서 천천히 걸어 다니면 아기가 눈물을 멈출 때도 있었다. 아기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좀 더 즐거운 것, 편안함을 주는 것을 알아가나 보다.
네 번째로 잠투정일 때 울기도 했다. 보통은 분유를 먹고 트림을 한 후 바로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잠들었다가도 갑자기 크게 울 때가 있었다. 혹은 잠이 깊게 들었음에도 중간중간 깨서 울음을 보였다.
잠을 자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거나 모로 반사등으로 잠을 방해받는 경우 아기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칭얼거리는 울음으로 자신의 힘듦을 나타냈다. 이때는 안아서 달래주는 것이 해결방법인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속이 좋지 않거나 배가 아플 때이다. 이 이유는 가장 최근에 알아냈는데, 이현이가 크게 울며 밤잠에서 깨어났을 때였다. 기저귀를 갈아도 나아지지 않았고 분유를 타 주어도 먹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이현이가 힘을 주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기 응가 냄새.
조리원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아기가 응가를 할 때 기다려주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한 번 하고 끝이 아닌 것이다. 정말 조금 더 기다려 주니 이현이는 여러 번 힘을 주었고, 응가 도 꽤 많이 했다. 마지막은 소변을 봄으로 응가를 다 했음을 알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유를 줘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는 것으로 대부분의 울음이 달래지고 있지만 가끔 갑자기 울음을 보이고 달래지지 않다가 혼자 진정되는 아기를 볼 때면 앞으로의 아기 울음의 이유가 더욱 많아질 것이란 확신이든다.
그리고 그 울음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육아가 힘듦으로 크게 다가오겠지.
앞으로 계속 하게 될 나의 육아기에 힘듦이 주가 되선 안된다. 즐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아기를 잘 관찰하고 관련 정보들도 찾아보며 울음에 대한 대비를 해야겠다.
아기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막상 다양한 울음을 보이는 아기를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우리는 보통 아기의 울음을 표현할 때 '응애응애'라고 하는데, 정말 신생아기의 울음소리는 '응애응애'였다.
'응애응애'울다가 이 강도가 세지면 '응'에서 '애'까지의 소리 텀이 길어지거나 짧아지기도 했고 '애'소리만 나는 울음도 있었다. '으~아아', '아아' 하는 울음소리도 있고 혹은 울음에 팔과 다리의 움직임이 동반되기도 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부터 아기가 울면 그 소리마저 귀여워 울음에 대처하기도 전에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 촬영을 했다. 물론 울음이 너무 심하고 빠르게 달래줄 필요가 있을 때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집에서는 한 명의 아기가 울 때 남편이나 친정엄마가 아기를 달랠 상황이 된다면 울음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 시기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가냘픈 신생아기, 우리 아기의 울음소리이기 때문에.
울어도 그 모습조차 남기고 싶은 엄마 마음. 울어도 내 아기라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늘도 우리 아기들은 보채고 우는 것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표현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쁜 미소와 작고 앙증맞은 움직임들로 엄마, 아빠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