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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를 먹일 때

아기들의 밥시간

by 별리

#1. 분유 먹이기의 순서

보통 두 시간마다 자고 일어나 우유를 먹는 1개월 차 아기들.

모유와 분유를 혼합하고 있는데 분유를 먹일 때는 나름의 절차가 필요하다.


아기들이 잘 때 밤에 푹 자지 못한 나를 달래듯 함께 잠을 청한다. 그리고 아기가 울음으로 배고픔을 알리면 젖병에 분유를 넣고 40도에 맞춰 유지되고 있는 포트를 기울여 물을 넣는다.

분유와 물이 잘 섞이도록 젖병을 잡고 흔들어주면 아기에게 먹일 분유는 쉽게 완성된다. 하지만 이 행동을 새벽 중 아기가 우는 상황에 하게 된다면 꽤 번거롭고 긴 행동이 되곤 한다. 간혹 전기포트에 물이 떨어져 물을 넣고 끓여야 한다거나 젖병에 물을 잘못 담아 분유량과 비율이 맞지 않을 경우 등이 생기면 아기는 밥을 더 많이 기다려야 하고 울음은 더욱 거세진다. 그리고 나는 걱정을 동반한 분유 만들기를 해야 한다.


'아기가 너무 많이 우는데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말이다.


완성된 분유를 아기에게 먹일 때도 나름의 방법이 있다. 가령 젖병의 종류에 따라 꼭지의 공기를 빼고 공기가 빠지는 쪽을 위로해서 분유를 줘야 한다거나 하는.

아기는 분유를 잘 먹다가도 잠이 들어 버리기 일수였다. 이때는 귀나 어깨, 등 쪽을 만져주면서 아기를 깨워주었고, 젖병의 뒷부분을 톡톡 치거나 젖병을 좌우로 돌려주면서 아기가 꼭지를 잘 빨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분유를 먹이고 난 뒤에는 트림을 시켜주어야 했다. 아직 소화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기를 품에 안고 손바닥으로 등을 두드려 주는데 이때 방향은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등을 쓰다듬거나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줄 수 도 있다.

대부분은 5분 안에 시원한 아기 트림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어떨 때에는 1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트림을 하지 않을 때는 역류방지 쿠션을 사용했다.

역류방지 쿠션은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아기를 눕혔을 때 아기의 상체가 약간 위로 올라간다. 이 때문에 혹시 소화시키지 못한 분유가 입 밖으로 개워져 나올 경우를 대비할 수 있었다.


아기가 깊이 잠이 들면 트림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때에는 옆으로 눕혀주는 것이 필요했다. 누워있던 아기는 자다가 칭얼댐을 통해 속이 불편함을 표현했고 이때 아기를 안아주면 그 순간 시원한 트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기가 트림을 했다고 해서 바로 눕히기보다 조금 더 안아주고 따뜻한 말들로 사랑을 표현해 주었다.


“우리 아기 트림 잘했어요~ 너무 예쁜 우리 아기”


한 번은 엄마가 이준이에게 분유를 다 먹이고 트림을 시키기 위해 막 안아 들었을 때이다.

엄마는 별 뜻 없이 나에게 말했다.

"이준이는 트림을 잘 안 해. 이현이가 더 잘해"라고.


엄마의 말을 이준이가 알아들은 것일까?


"꺼--억"

이준이는 엄마가 등을 토닥이기도 전에 바로 트림을 했다.


그 우렁찬 트림 소리를 듣고 나와 엄마는 깔깔 대며 웃었다.


분유를 타서 먹이고 트림을 시키면 되는 한 줄로 정의되는 과정. 그러나 현실 쌍둥이 육아 중에는 체력을 요구하는 과정이 되었고 우리는 '분유 타기'만이라도 도와줄 수 있는 기계를 구입하기로 했다. 사실 임신 때부터 이 기계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했었는데, 결국 육아 체험 후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베이비***. 버튼만 누르면 분유가 재조 되어 나온다는데, 실제 사용하면 어떨지 매우 설레는 중이다.


#2. 젖병 씻기


베이비***를 구입하고 배송을 기다리던 중에 엄마가 한 마디 했다.


"젖병 삶는 기계나 있으면 좋겠다"

아기들이 젖병을 사용해 분유를 먹은 다음에는 '젖병 씻기'가 하나의 업무가 되어 돌아왔다.

그때그때 사용한 젖병은 분해를 해서 물로 한번 헹궈준 뒤 주방 스테인 재질의 볼 안에 넣어두었다. 젖병이 어느 정도 모인 후에 세척을 하기 위해서이다. 젖병이 쌓이는 건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에겐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아기가 있기에 사용하는 젖병의 수가 두배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쌓인 젖병들

아기 용품 전용 세제와 젖병용 세척 도구를 사용해 젖병을 깨끗이 씻어준다. 그러고 나서 미리 끓이고 있던 물에 씻은 젖병들을 넣어 삶아주는 것으로 2차 소독 작업에 들어간다. 보글보글 물이 끓고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젖병들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 삶기 작업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략 3분 정도만 끓였다가 건저 내야 한다. 젖병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젖병을 삶아라

젖병이 삶아진 다음에는 젖병소독기에 이 젖병들을 넣는 일이 남아 있다. 젖병을 세척 한 뒤 삶지 않고 젖병소독기에 바로 넣을 수도 있지만 좀 더 깨끗한 젖병을 사용하고자 하는 나의 욕심 때문인지 젖병소독기는 삶는 작업 이후에 사용하는 부차적 장치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젖병 소독 기안에 분해된 젖병들이 정렬되면 소독기 문을 닫고 On 버튼을 누른다. 이것으로 젖병 소독 끝?

아니다!

시간이 지나 소독기가 제 역할을 다 하고 나면 다시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분해되었던 젖병과 꼭지, 뚜껑을 다시 결합시켜주어야 젖병을 필요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일은 육아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뿐인데, 절차도 참 많다.


사실 젖병을 삶는 방법은 다양하다. 끓는 물에 삶는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젖병 소독기를 사용할 수도 있으며, 삶는 것은 일주일에 두 세반만 할 수도 있다. 또는 통에 물을 담고 끓이고 사용한 물을 다시 버리는 절차를 줄이기 위해 밥솥을 쓰기도 한다. 분명 조금 더 편하게 젖병을 소독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남편, 엄마의 선택이 조금 더 복잡했고, 번거로웠다. 그만큼 젖병이 보다 깨끗해졌기를!


그나저나 젖병 삶는 기계! 누가 개발해주면 참 좋겠다. 정말


#3. 분유 선택에 대한 고민


병원에 일주일 동안 있으면서 아기들이 먹었던 분유는 Y 1단계였다. 조리원에서는 H사 제품인 S분유를 먹이고 있었고, 아기들에게 먹일 분유를 따로 준비해 가지 않았던 우리는 조리원에서 먹여주는 S분유를 그대로 먹이게 되었다. 조리원 퇴소 날이 가까워 오자 분유를 어떤 제품으로 먹여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리원에서 먹였던 분유를 연달아 먹이는 것이 아기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판단해 S분유를 구입하려 했지만 여러 산모들의 이야기들에 귀가 솔깃해져 먹여보지 않았던 해외 직구 상품을 주문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은 조리원에서와는 다른 분유를 처음 맛보게 되었다. 아기들은 아무 문제없이 분유를 먹었고 오히려 잘 먹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루 정도 지나 아기가 변을 보았을 때,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라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그 의구심은 나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졌고.


이현이는 방귀는 늘었지만 S분유를 먹일 때 보다 변이 잘 나왔고 변 상태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준이는 하루에 5번~6번의 변을 보았고 변이 이전보다 묽었으며, 하얀색 뭉글뭉글한 덩어리들도 보였다. 그제야 분유를 바꿔주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새로운 분유를 먹일 때 원래 먹던 분유와 섞여 먹으면서 아기가 새로운 분유에 천천히 적응하게 해야 했음을 알게 되었다. 무지했던 엄마다!


이미 하루 동안 새로운 분유를 한 번에 먹여버렸기 때문에 아기들이 스스로 분유에 적응하도록 지켜보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았다. 그리고 이준이의 변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육아를 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이준이의 변이 설사는 아니기에 조금 더 지켜보라고 했다. 변 색깔도 황금색이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샀던 이 분유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해버리고 이전에 먹었던 S분유를 구입해 먹이고 싶었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며칠이 더 지난 뒤에도 아기들의 변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을 보는 횟수는 증가했고, 심지어 변을 지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조리원 선생님께 연락해 조언을 구했고 결국 원래 먹던 분유를 다시 먹여본 뒤 변 상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급하게 대형마트로 가서 S분유를 사 먹였고, 반나절쯤 지났을까. 아기들의 상태가 나아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S분유가 우리 아기들에게는 더 잘 맞는 것 같다. 휴 한시름 놓았다.


아이들의 주식인 분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분유 하나를 바꾸더라도 신중했어야 했는데, 초보 엄마는 이번 일을 통해 다시금 배움을 하나 더 얻었다.

이렇게 또 엄마로 성장해 나간다고 믿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분유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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