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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리 May 16. 2020

둘이 한 육아의 첫날

엄마, 아빠와 첫 하루를 보낸 아기들


#1. 둘이 하는 육아


조리원에서 집으로 와 나, 남편, 엄마 셋이 하던 육아. 연휴를 끝내고 남편이 직장으로 돌아갔을 때는 나와 엄마가 육아를 담당했다. 하지만 이때의 육아는 엄마가 있었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나의 몸 회복을 위해 엄마가 상당히 많은 부분육아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주셨기 때문임을 안다.


금요일 밤에는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그날. 이 말은 즉 남편과 나. 육아에 익숙하지 못한 두 사람이 아기 두 명을 돌보아야 함을 의미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와중에, 이 사실을 잊고 있다가 남편의 한 마디에 현실을 자각했다.


"오늘이 우리 둘이 있는 첫날이야!"

"그래??"


무언가 무사히 잘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묵직이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처음 남편은 의기양양했고 편안해 보았다. 출근을 하고 나서 아이 육아를 100% 도맡지 않고 있던 터라 오랜만의 육아가 새로운 도전인 듯 찾아온 것일까? Cho가 힘차 있는 건 나에게 무한 에너지를 주는 것과도 같았다.


 점심식사는 집에 있는 엄마표 반찬들을 꺼내고 비엔나소시지를 구워 먹는 것으로 해결했다. 아기들이 잘 자주고 이어서 우리 둘은 마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녁식사는 달랐다. 진정한 쌍둥이 육아를 알리는 서막과도 같던 저녁식사시간.

Cho가 이준이에게 우유를 주고 트림을 시키던 중 이현이도 몸을 움직 움직 하더니 이내 울음을 터 트렸다. 이현이에게 이 울음은 ‘배고프다’, ‘밥을 달라’는 의미였다. 나는 급하게 분유 타주는 우리의 신생 육아 동지 베이비***의 버튼을 누르고 완성된 우유를 이현이에게 가지고 갔다.

 내가 이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사이 Cho는 이준이를 역류방지 쿠션 위에 눕혔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이현이에게 우유를 주겠다고 했다. 내 품에 안겨 젖병을 힘차게 빨던 이현이는 아빠의 품으로 넘어갔고 나는 식사를 하러 식탁으로 이동했다.


남편이 이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보며 식사를 했다. 흰쌀밥과 미역국, 백김치와 멸치, 샐러드, 오늘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돈가스까지. 맛있게 먹었지만 식사 속도는 평소보다 빨랐고, 밥은 조금 남겨졌다.


 Cho가 식사를 할 차례이다. 이현이는 우유를 거의 다 먹은 상태. 바통터치를 했다.

Cho가 식은 밥과 처음보다는 눅눅해졌을 돈가스를 먹어야 하는 게 안쓰러웠지만 Cho는 매우 맛있게 식사를 하는 듯 보였다


 아기들을 씻기는 건 Cho의 몫. 아직 아기를 안전하게 잡고 물속에서 이곳저곳 닦아 주는 것이 나에게는 어렵기에 동시에 무서움도 작용하기에 남편이 아기들 목욕 담당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목욕 담당자라는 칭호가 과분할 정도로 어설픈 실력을 보여주었던 남편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끔은 아기들의 목 닦이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하루하루 남다르게 성장하는 아기들은 포동포동 해지면서 귀여움을 뽐냈고 아빠에게는 투 턱 가끔은 쓰리 턱이 되는 턱살 사이사이를 꼼꼼히 씻어주어야 한다는 어려움을 선사했다.

목 사이사이를 잘 닦아주지 않으면 꿉꿉하니 좋지 않은 냄새(이 냄새마저 사랑스럽다.)가 나기에 목을 젖혀 잘 닦아 주어야 하는데, Cho는 자신의 손가락이 두꺼워서 아기들 목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잘 닦아주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귀여운 핑계.



#2. 상처가 나다


 깨끗하게 씻은 아기들. 밥을 먹고 잠을 자고를 반복했다. 대략 두 시간 간격으로. 남편과 저녁 식사를 따로 먹은 것 외로는 둘의 첫 육아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기도 했고.!


그러다 사건이라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이현이가 응가를 하여, Cho가 이현이를 들고 화장실로 이동해 엉덩이를 씻겨주고 나왔다. 안방에서 로션을 발라주고 기저귀까지 채운 뒤 나온 Cho는 그 순간 발견했다. 그리고 외쳤다.


“어!?! 이 피는 뭐지!?”


남편의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이 피의 출처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현이를 안아 들고 있었기 때문에 이현이를 내려두고 살피기 시작했다.  이현이의 얼굴 여기저기를. 그러다가 오른쪽 구레나룻 옆으로 가로로 난 상처를 발견했다. 손톱자국이었다. 배냇저고리를 입히면 소매가 팔보다 길어 손이 가려졌는데 이 순간 배냇저고리의 한쪽 소매는 이현이의 팔 보다 짧아져 있었고 아직 깍지 않은 손톱을 가진 이현이의 손은 밖으로 빼꼼 나와있었다. 손으로 얼마나 세게 긁었으면 피가 날 정도였는지. 혹시 손톱도 부러지지 않았나 싶어 살펴보았는데 다행히 손톱에는 상처가 없었다.


 상처를 발견한 순간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알 수없어 급하게 친척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는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기도 하다.


“아기들 피부는 재생능력이 좋아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돼. 집에 있는 연고나 밴드는 붙이지 말고”

언니는 우리 부부를 안심시키는 말들을 해주었다. 그러나 단순한 빨간 상처가 아닌 피를 동반했기에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언니는 다시 이야기했다.


“피는 손수건에 물이나 생리식염수 묻혀서 살살 닦아주고 비판* 있으면 발라줘~ 비판*에는 항생제가 들어가 있지 않아서 괜찮아”


전화를 끊고 언니의 조언대로 처치를 했다. 처치를 한 순간 나는 마음이 편해지고 잘 해결되었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Cho는 조금 더 슬퍼했다. 자신과 함께 있다가 생긴 일이라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빨리 나아라

“귀찮아하지 말고 잘해줄걸”


남편은 이야기했다.

그날따라 응가를 자주 한 이현이였는데, 이현이 엉덩이를 다시 씻어주기 귀찮았었나 보다. 이런 마음이 상처와 연결되는 건 분명 아니지만 남편은 이 두 개의 맞지 않는 퍼즐을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아~~ 자기 손으로 낸 상처는 남지 않는대.”

남편을 위로해주었다. 나도 그렇지만 가끔 보면 남편도 참 감상적이며 여린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부부인 건가?


#3. 통잠은 아니지만


 아직 아기들에게는 낮과 밤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테니 두세 시간 간격으로 잠을 자고 깨는 것은 당연했다. 이날도 평균 두 시간 정도를 자고 울음으로 밥 신호를 보낼 이준이와 이현이.


 안방 부부 침대 옆에 아기들 침대를 마련해 주었지만 보다 원활한 쌍둥이 육아를 위해 한 사람이 한 명씩 맡아 함께 잠을 자기로 했다. 이날 이현이는 거실에서 남편과, 이준이는 나와 안방행.  


 아기들이 잠든 시간을 확인하면 대충 언제쯤 깰지 예측할 수 있었고 이날 우리는 새벽에 두 번 정도만 분유를 주면 되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긴,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까지 잠을 자준 아기들 덕분에!

 때로는 새벽에 여러 번 깨어나야 하는 일이 졸음에 취해 매우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날은 남편과 나! 둘만 있다는 사실이 만든 긴장감에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피곤하지 않았다.

 8시간 이상 통잠을 자지 못하는 요즘이지만 아기들이 잘 때 같이 자는 시간들을 합치면 충분히 통잠 시간을 채울 수 있긴 했다. 그리고 잠든 아기 옆에 누워 쪽잠을 자면 그 시간이 길지 않아도 훨씬 행복한 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었다. 새벽에 깨어나 아기에게 밥을 먹이면서도 다음 날 낮에 아기들과 낮잠 잘 생각을 하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새벽 네시쯤 분유를 타기 위해 거실로 나왔다. Cho 가 이현이 옆에 누워 자고 있었다. 두 남자가 자고 있던 매트 옆쪽으로 미처 매직캔(기저귀 휴지통) 안에 넣지 못한 채 뭉쳐져 있는 기저귀 여러 개와 사용한 젖병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Cho가 남긴 육아의 흔적들을 보니 푹 자지 못했을 Cho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평일 낮에는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하고 나서 육아에 동참하고 있으니 요 며칠 얼마나 힘들었을까.


 육아의 힘듦을 몸소 체험하고 그 힘듦을 알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나와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Cho. 오늘은 둘이 하는 육아에 더 힘들었을 터인데, 내일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겠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리를 못하는 부부이기에 맛있는 음식을 시켜 먹는 것으로 힐링해야겠다.


 다음날 늦은 오후. 엄마는 다시 우리의 육아 세계에 동참했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나와 Cho는 간밤에 있었던 일을 엄마와 나누었다. 이는 엄마가 필요함을 절실히 알리는 하나의 메시지와도 같았다.

 하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을 지나 일요일 저녁까지의 휴식이 엄마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엄마는 우리들의 육아 동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보다 체력이 부족할 나이의 엄마.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으신데, 일주일 내내 아기들을 함께 봐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만큼의 도움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

 엄마가 우리에게 주는 육아 도움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은 날! 앞으로도 Cho와 나의 둘만의 육아 날에는 긴장감이 배가 되겠지만, 이 또한 익숙해지리라 믿는다.

잘자 아가들


 이준아, 이현아!

부족한 초보 엄마, 아빠와의 하루는 어땠니? 특히 우리 이현이, 얼굴에 상처도 나고. 빨리 상처가 아물었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더 능숙한 손길로 우리 아기들 잘 돌봐줄게. 사랑하는 내 아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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