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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미 선 Oct 16. 2024

상식은 맛있어(1)

너 참 굉장하다

"너 참 굉장하다."

누굴 그렇게 칭찬하는 걸까?

요즘 파란 하늘아래 군무를 즐기는 무리들이 있다.


연애를 하는 걸까.

아니면 묘기를 보이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떠돌고 있는 것일까.


다 틀렸다.

그들은 지금 속이 타는 중이다.

춥기 전에 산란을 마쳐야 한다. 

물가로 내려가서 산란을 마쳐야 할 중대한 임무를 띠고 있다.


아! 그런데 물가로 내려오니 개구리가 떠억 버티고 있다.

아니, 벌써부터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왜? 좋아서 마중이라도 나온 걸까?

그랬으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게 아니고 철천지 원수? 가 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문제다.


결론은 잡아먹으려는 중이다. 

그게 누굴까?

저 파란 하늘아래서 맴을 도는 곤충은 다름 아닌 잠자리다.


잠자리에겐 지금이 자손 번창, 종족번식이라는 중요한 시기다.

출산을 해야 되는데 잡아먹을 궁리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잠자리는 어떡하든 알을 낳아야 한다.

개구리는 어찌 됐든 잠자리를 잡아먹어야 할 숨 막히는 처지에 놓여있다.


이 절체절명의 모순 앞에서 둘이는 대치상태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잠자리도 그리 쉬운 녀석이 아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했다면 지금까지 지구를 지키며 살아오지 못했다.


잠자리는 2억 년도 넘는 까마득한 시간을 자신감으로 무장하며 살아왔다.

공룡이 나타나기 전부터. 

그 질긴 생명력과 뛰어난 기능적 측면이 없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잠자리라는 

생명체를 만나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잠자리는 낱눈이 2만 8천 개나 된다.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눈으로 사방에 레이더를 켠다. 

360도 시야를 지녔고 순간 가속도가 20,30,50km나 된다. 

우리보다 훨씬 빠르다. 


날개의 시스루 패션은 단순히 패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곤충들이 날개를 교대로 젓고 있을 때 잠자리는 비웃는다. 

그들의 조악한 날갯짓을. 

나는 제각각 움직이는데 너네들은 뭐니?

껄껄껄. 


제 맘대로 방향을 정할 수도 있고 저, 고속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잠자리 날개의 기능은 최신형 드론도 부러워할 최첨단 기술이다.

이런 무서운 녀석을 개구리가 한 끼의 식사로 궁리 중이다.


개구리도 나름 사냥감을 낚아채기 위한 기능이 있다.

제 몸의 2~3배 높이를 폴짝 기습적으로 뛰어올라 오도 가도 못하게 사냥감을 낚아챈다.

혀에 붙어있는 끈끈한 접착제는 한 번 걸렸다 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먹히느냐 먹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알을 낳으려고 물가로 내려왔다가 종족 번식이라는 위대한 책무를 완수하지도 못하고 

먹잇감이 된다.

개구리의 점프력과 끈끈한 혀는 잠자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무기다.


개구리 보다 잠자리의 기능이 워낙 탁월해서 도망갈 확률이 높지만,

개구리도 살아야 하므로 죽기 살기로 점프를 시도한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냉정해서 너의 죽음이 나를 살린다의 모토가 된다.


성충일 때는 이렇듯 잠자리가 개구리의 천적이 되지만,

유충일 때는 어림도 없다. 

잠자리 유충이 올챙이들을 공격한다. 

올챙이들은 잠자리 유충이 지상에서 최고로 무섭다.

복수전인 거다.


유충과 성충의 뒤바뀐 운명이 신기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먹어야 사는 생명체들의 순환의 고리가 애잔하고 쓰리다. 


인간의 생존경쟁은 동물이나 곤충들보다 더 치열하고 사악하다. 

세상 어디에도 비교불가다.

먹을 때만 먹고 아무 때나 먹지 않는 그들은 인간의 스승이고 본보기다.

길을 가다가 잠자리가 비행하고 있거든 "너 참 굉장하다."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잠자리와 개구리의 생존경쟁. 필자 그림.




새로운 매거진 `상식은 맛있어`를 개설했습니다.

이 상식 코너를 통해 상식의 재미와  앎의 즐거움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세상 재밌고 맛있는 상식들을 끌어모을 예정입니다.  

독자님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상식이가 날로 달로 성장할 수 있길요.

참고 문헌.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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