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그게 뭐라니?(51)

3개월의 또 다른 인생사

by 김 미 선

누가 어떤 환경에 처하든 시간은 용서 없이 흘러 벌써 25년의 말미에 닿았다.

25년은 생애 중에서 가장 가혹한 해였다.

남편의 폐암 판정으로 병원 문턱을 그 어떤 해보다 자주 드나들던 악몽 같은 해다.

그래서 차라리 얼른 떠밀어 버리고 싶은 해 이기도 하다.


그동안 남편은 30회의 방사선과 12회의 항암을 마치고 이제 결과를 보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독성 항암을 맞으면서도 아프다 말도 못 하고 몰래몰래 눈물을 훔쳤을 남편과,

속으로도 울고 겉으로도 울던 이 여인네가 암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가 3개월간 이어졌다.


1차 항암을 하고 13일 되는 날 아침에 수북하게 빠져있는 머리카락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영상을 실제 현실로 옮겨놓았다.

욕실 하수구, 베갯잇, 방바닥, 옷자락 그가 움직였던 공간에는 모발들이 엉켜 붙었고,

그의 머리는 빈 숲이 되었다.

" 어떡해. 어떡해."

나는 어린애처럼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정작 울어야 할 사람은 환자인데 보호자가 울고 있었다.

이 모습이 어찌나 처연했던지 환자는 오히려 웃으면서 나를 위로했다.

"괜찮아. 항암 하면 빠지는 건데 뭐. 난 머리 빠지는 것보다

미선이가 우는 게 더 속상하다."


머리가 텅 빈 것은 드디어 암환자가 되었다는 표시로 깊게 감정을 자극했다.

두툼한 그의 손이 내 등뒤에서 토닥거림은 위로가 아니라 더 자극제가 되어

눈물이 홍수를 이루었다.

그렇게 3개월은 가만히 혹은 폭풍처럼 울었다.


하루 세끼의 식단을 준비하면서 하루가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

그렇지만 암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환자도 있다.

아직은 외식은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다.


폐암은 95%가 흡연으로 발생한다.

그렇게나 담배를 끊으라고 성화를 부리고 혐오했건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지금도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쫓아가서 말리고 싶다.

담배를 멀리하지 못할 때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종국에 피눈물 흘리며

후회한들 다 소용없는 일이다.


癌(암) 누구나 생각하기도 싫고 입에 올리기도 무서운 질병이다.

신체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세포 변화는 앙큼하고 치밀하다.

차라리 못 견디게 아프기라도 하다면 발견이 쉽건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은근히 세력을 넓히다가 그것들이 대세가 될 쯤에야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은 것이 암의 악질적 특성이고 보면,

조기검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대수명이 남자 79.9세, 여자 85.6세다.

그때까지 살면 남자 37%, 여자 34.8%가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남자 5명 중 2명, 여자 3명 중 1명으로 암에 노출된다는 통계다.

고령으로 갈수록 암과 가까워진다.

더구나 끊으면 암과의 거리가 멀어질 흡연은 금연이 절대적임에도 여전히

그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


본인들이야 기호라고 하더라도 그 주변의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리는

폐단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넓디넓은 병원 암병동은 전국에서 몰려든 암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거기서도 항암을 얼른 마치고 싶다는 소망이 연결된다.


그만큼 암은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특별하지 않다.

가족 중 암 환자가 있다는 것은 그 가정의 경제적, 심리적 문제뿐 아니라

가족의 희생을 강요한다.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한 해가 저물고 있는 이 시점에 아직도 병과 시름하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새해는 `건강`이라는 큰 선물이 찾아와 주었으면 한다.

한 해 마무리 잘 짓고 모두가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독자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저는 3개월 동안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인생을 배우고 있습니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들어오셔서 메아리 없는 빈집에 온기를 전해주고 가신 님들께 우선 찐한

감동을 전합니다.

새롭게 제 편이 되어주신 독자분들 께도 감사드립니다.


집안에 환자가 그것도 암 환자가 있다는 것은 모든 일상이 온전치 못하고

모두가 아픕니다.

그 무엇을 하더라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래서 독자 여러분들께 새해는 무엇보다 건강을 축원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보고 또 들어와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때는 일일이 답방하여 고마움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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