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브런치 세상을 맛보며

브런치는 이런 곳이야

by 김 미 선

이제 나흘 뒤엔 23이란 숫자가 24로 바뀐다.

현재가 과거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이다.

숫자만 바뀔 뿐 새해 첫 번째로 뜨는 해님도 어제의 해님과 똑같다.

우리네 일상 또한 크게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그 해님을 향해 두 손을 모은다.

수평선 저 멀리 근시, 난시, 원시 들이 다 같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가,

해님이 두둥 떠오르는 순간 대 환호성을 터뜨린다.

떠오르던 해가 당황한 나머지 퐁당 바닷속으로 빠질 만큼 그 함성은 대단하다.


신을 믿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그 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님은 우리 눈에 보이기에 보이는 것을 붙잡고 가냘픈 나를 의탁하고 싶은 것이다.

한 해를 좀 잘 부탁한다고.

새해엔 지난 해 보다 더 나은 생활을 꿈꾼다고 의뢰를 하는 거다.

이 의식은 지금으로부터 5만~10만 년 전부터 일어났을 것이다.

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시절부터 태동했을 테니까.


가슴에 품은 소망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해를 무탈하게 보내고 싶다는 희망사항은

대동소이하다.

새핸 온 가족이 건강했으면.

새핸 결혼했으면.

새핸 내 집 마련을 했으면.

새핸 좋은 직장으로 취직이 되었으면.

새핸 웃을 일이 많았으면.


사람 마음을 모으면 다 거기서 거기다.

지난해 보다 어떤 것이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못해봤던 일들을 해 볼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이고 그렇게 익어가는 것이다.

우리네 삶은 그렇듯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에 더 요란하고 뻑적지근하다.


이런 뻐근함이 올해도 지났고 다가올 며칠 후에도 재현될 것이다.

나는 올 한 해가 시작된 지 딱 반년만에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러니까 올 6월에 이곳에 입문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낯설었다.

글 쓰는 것이 낯설다기보다 글을 쓰기 위한 토양이 낯설었다.


이곳은 수많은 작가지망생들도 있고, 이미 출간한 기성작가들도 수두룩하다.

그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글을 쓰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소망도 갖고 있을 게다.

글을 전부 읽어보진 못했지만 꽤나 반질반질한 글들도 눈에 많이 띈다.

고품격의 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나도 이곳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아는 이 없는 이곳이 아무래도 버석거리고 서먹거렸다.

그렇다고 누구를 불러들이기도 그랬다.

아무렴 어때.


일단 수요일마다 글을 한 편씩 올리기로 했다.

자신과 독자들에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탁상달력에는 커다란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두었다.

그 약속이 지금까지 이탈되지 않고 잘 지켜지고 있다.

단 한번 8월에 베트남으로 여행을 가느라 요일을 어긴 적이 있고,

느닷없이 조선남자 엿보기 6화가 끼어들긴 했지만,

한 달에 네 번의 약속은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多作(다작)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글을 쓰다 보니 12월을 맞았다.

처음 이사 온 동네라서 여기도 기웃, 저기도 기웃 동네 구경을 다니다 보니 연말이란다.

라이킷과 구독을 누르면서 이웃하자고 지근덕 거리기도 했다.

절대 치근덕이 아니다. (지근덕은 치근덕 보다 약함)


이건 어디까지나 찰거머리처럼 죽자 살자 달라붙는 치근덕이 아니다.

나도 브런치 동네의 입주민으로서 잘 지내보자는 제스처다.

어떤 이는 나의 지근덕이 싫었는지 냅다 나를 걷어찼다.

잉! 텃센지 참샌지가 나를 거부하네.


새로 이사 왔다고 시루떡을 들고 이웃을 찾아가듯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건만,

떡도 필요 없고 이웃도 필요 없단다.

현대판 대원군일세.

무안해진 초보 입주자는 그 사람의 담벼락 밑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동네 인심이 왜 이렇게 고약해?"

흥칫뿡.

뿡뿡.


이렇게 나의 6개월 브런치 생활은 이리 걷어 차이고 저리 얻어맞으면서 지나왔다.

오다 보니 좋은 분들을 만나서 쓰담쓰담도 해주고 글이 재밌다고 어깨도 두들겨 주었다.

기분이 좋아서 글로 춤을 추었다.

곧 흥칫뿡을 걷어내고 나폴레옹을 불러냈다.

`1%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백인정권에 수없이 걷어차였던 넬슨 만델라는 이런 어록을 남겼다.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영예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

나를 내가 한 성공으로 심판하지 말아 달라. 얼마나 많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는가로 심판해 달라."

그렇다 비록 여기서 걷어차여 담벼락 밑에서 중얼거렸을지언정,

지치지 않는 열정만은 꺼뜨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 얘길 천천히 읽어온 독자들은 내가 어떤 고생을 했고, 고향은 어디이며,

어디에 거주하는 것까지 다 알 것이다.(가난의 추억에서 언급)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독자와의 간격을 촘촘히 좁히는데 주력해 왔다.

글쓴이와 읽는 이 가 함께 엮이려면 적어도 이 사람이 누구란 걸 알아야 신뢰가 갈 것이다.


이렇듯 내가 독자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듯이 독자들도 나를 만난 것이 행운이길 바란다.

약장수 구경도 엿이라도 사 먹어가면서 봐야 맞다.

공짜로 보기만 하면 아마도 이내 꽹과리 소리가 고막을 파고들 거다.

안 사려면 나가.

이럴진대 나는 그림까지 얹어가면서 보고 가쇼. 보고 가.

이렇게 주책을 떠니 얼마나 큰 행운이랴!


6개월을 이곳 마당에서 어슬렁 거리다 보니 어떤 이의 문체나 습성, 심지어

성격까지 어렴풋이 감지했다.

글을 올려놓고 이 사람이 와서 댓글을 달아줄 때가 됐는데 왜 안 오지?

오려고 하던 찰나에 누가 불러내 짜장면이라도 먹고 있는지.

문을 빠끔 열어놓고 종에 파란 불이 켜지길 기다렸다.


그러다가 아예 안 오면 걱정이 앞섰다.

"아니 이니가 뭐에 삐쳤나? 내가 달아준 댓글이 맘에 안 들었나?"

걱정도 팔자라더니 별 걸 다 신경을 썼다.

안 보이는 사람의 안위까지 걱정하는 폭넓은 오지랖은 아무래도 고달프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 묘한 인터넷 세상에서 나는,

홀로서기와 함께 서기를 반복하며 점점 이 공간을 익숙함으로 일구어 갔다.

블로그가 푸근하다면 브런치는 어쩐지 까칠하다.

도도한 도시녀의 얼굴을 한 브런치를 살살 달래 보면서 요모조모 적응해 가야 했다.


블로그는 글을 올렸다 하면 댓글이 푸짐하다. (요즘은 좀 소홀했더니 댓글이 뚝)

이곳 브런치는 댓글에 상당히 인색하다.

게다가 칭찬에 야박하다.

소위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집단 우월의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댓글 하나 얻기가 무슨 시리우스를 따오는 것만큼 힘들다.


특성을 알기에 나는 댓글과 라이킷을 되도록 많이 달아주려고 애쓴다.

내게 들어와 댓글이든 라이킷 이든 달아준 독자들에게 꼭 답방을 간다.

그 대신 내 댓글에는 대댓글을 하지 않는다.

내 글 꼬리를 늘이는 것보다 독자들 꼬리를 늘이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독자들이 달아준 댓글은 선물이다.

그렇기에 온전한 댓글로만 남기고 싶은 나의 충정을 독자들이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다.

그 밑에다 길게 내 대댓글로 도배를 하지 않고 오로지 마음속에만 담아두겠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말이 있다.

어떤 이가 처음 들어가서 댓글을 달아줬을 때는 절대로 자기 글에 대댓글만 달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은 지극히 이기적이어서 남의 꼬리 늘어나는 것보다 내 꼬리가 늘어나는 것이 기분 좋다.

하여 내게 꼬리를 달아준 집으로 버선발로 뛰어가 그 밑에 줄을 늘여주라.

그러면 그 니는 반드시 내게 다시 돌아온다.


오는 길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대관령 고개도 아니건만 도무지 발을 뗄 생각이 없다.

발병이 난 거라면 하다못해 지팡이라도 짚고 한 번쯤 가봐야 되지 않을까.

절룩거리든 찔룩거리든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 이렇게 꾸준히 자신에게 와주는지

고맙고 궁금하지도 않은가?


一粒萬倍(일립만배)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 알갱이의 씨앗이 천 개 만개로 불어난다는 의미로 자신이 좋은 씨앗을

뿌렸을 때 그 효과는 천리향, 만리향의 향기로 퍼져나가게 되어있다.

복이든 기분이든 보따리 든 무엇이든지 들고 내게로 오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이 사람 기분을 흔드는 처세술이다.


이왕 이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면 누군가가 와서 내 글을 보고 좋다 좋아.

라이킷이라도 해줘야 쓰는 사람 마음이 두둥 거릴 것 아닌가!

손가락도 움직이고 마음도 움직여 마실을 가보라는 거다.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댓글만 인색한가?

댓글보다 더 인색한 건 구독이다.

여간해서 구독을 눌러주지 않는다.

구독자 한 명이 늘어나려면 기린이 되어야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혈압이 높은 동물이 누구인가?

바로 기린이다.

사람의 정상 혈압은 120mmhg인데 기린은 혈압이 260mmhg이다.

독자를 만나기 위해 기린이 되어야만 한다.

기린처럼 긴 목을 늘이고 구독자 한 명을 만나려고 나는 , 우리는

애먼 자판을 수없이 두들겨야만 한다.


낯설고 물선 땅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지만 독자수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고장 난 괘종시계처럼 멈춰있다.

독자가 안 는다고 애타기보다 우선 좋은 글을 써야겠단 생각으로 심중을 굳히고 있다.

이곳은 내게 아직 문간방이고 행랑채니까 안방마님이 되려면 좀 더 삭혀야만 한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하듯이,

구독자가 된 지 얼마 안 된 작가가 자신의 글에 내 글을 링크해 놓고 선전을 해주기도 했다.

참말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최근에 블로그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뜻하지 않은 호의는 뜻했던 호의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반년 동안 이렇게 브런치 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세상사를 익히고 배워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내년에도 독자님들과 서로 활발하게 교우하면서 희로애락을 함께할 것이다.

햇병아리에서 중닭으로 자신의 입지를 키워보면서.

아울러 일주일에 한 번 이나마 글을 쓸 수 있도록 널찍한 멍석을 깔아준

브런치에도 감사하다.


새해에는 모두가 건강한 웃음이 이곳에서 한 바탕 마당극으로 펼쳐지길 바란다.

아울러 각자의 품속에 묻어둔 희망들이 파드닥 날개를 펴고 비상하길 또한 바라마지 않는다.

2024년은 푸른 용의 해다.

청룡처럼 여의주를 물고 세상을 관조할 수 있기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2024년이여 우리에게 오라!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대문 사진은 필자가 유화로 그린 겨울 풍경입니다.



독자님들 반 해(6개월) 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재미면 재미, 감동이면 감동, 교양이면 교양 그 무엇이든 글 속에

녹여내도록 하겠습니다.

글 읽는 시간이 기다려지고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애쓰겠습니다.

새해에도 무엇보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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