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도출의 생일

[김작기 시집]

by 김작가

빈 손으로 왔으니 빈 손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그 말은 참 무책임하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난 널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생일에는 더 그렇다. 매년 반복되는 생일, 줄어드는 사람들, 좁아지는 관계들. 그 안에 내 잘못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하고 싶지 않다. 어느새부터 생일은 확인하는 날이 되었다. 관계의 길이나 깊이 그리고 폭 따위를 가늠하고 실제 치수를 측정해본다. 그런 날이 생일이라면 전혀 반갑지 않다. 그래서 그냥 넘기고 싶은 날이다. 사람에게 법적으로 하루쯤 삭제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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