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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Sep 28. 2015

당신들만 즐거운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키치스러'우려'

키치.


키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사전적 의미는 네이버에서 찾으시면 되구요. 영화를 키치적이라고 표현할 때는 대충 이런 느낌이죠. 모범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이 모범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모범적이지 않은 결과로 끝맺는. 일단 키치적이라고 하면 평범하지는 않다는 걸 깔고 가는 겁니다. 유의어로 'b급'이라는 말도 있죠. 여기서 B급은 A급 보다 한 단계 낮다는 의미로 쓰인 게 아니라 아예 카테고리가 다른 거라고 보시면 되요. 박찬욱이 B급무비를 찬양하는 것처럼요.


 <나의 절친 악당들>을 봤습니다. 본론부터 얘기하죠. 재미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나의 절친 악당들>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했어요. 일단, 감독이 임상수. 그리고 출연 배우가 류승범이니까요. 고준희 배우는 단발이 잘 어우울리는 고준희다움의 예쁨이 있어서, 그런 점에서 기대를 한 게 있죠. 이런 어마어마한 기대가 많았음에도 실망을 한 건 왜일까요?


<이 리뷰는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입니다. 생각이 다른 걸로는 까지 마세요.>


1. 고준희의 직업은 엔지니어다. 그런데 그 몸이 과연 엔지니어에 어울리는 몸인가. 직업 설정이 자동차 엔지니어다(엔지니어가 아닐 수도 있는데, 어쨌든 폐차장에서 일하는 기술자). 즉, 몸쓰는 사람이다. 근육을 쓰고 피부도 탄다. 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의 특성상 일하지 않는 시간에 어떤 여가를 보낼지 상상을 해보면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아니,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실제로 그런 것보다 그렇게 보이는 게 중요한 세계아닌가.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준희의 몸은 누가 봐도 모델의 몸. 모델 중에서도 정말 깡마른 몸. 난 이 영화를 보기전부터 몰입이 될까 고민스러웠지만 역시나 힘들더라. 힘쓰는 씬에서는 버거워보이며, 구타 당하는 씬에서는 불쌍해보인다. 건장한 남자와의 싸움에서 이겨버리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터무니 없으며 이해불가한 고준희의 승리다.


2. 고준희의 옷은 계속 바뀐다. 어디서 어떻게 샀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집에 있는 걸 가지고 온 건지. 꼭 어디서 옷사는 거 까지 보여줘야 되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옷이 너무 자주 바뀌니까! 불필요한 장면이 많고 필요한 장면은 없다고 느꼈다. 김C(총기 판매자)에게 총을 사러 가는데, 김C가 사격 시연을 하다가 손에 불이 붙는다. 그러니 류승범과 고준희는 도망간다.(응?) 아니 총사러 심심해서 간 것도 아니고, 중요한 장면 아닌가. 결국 총은 안 산다. 손에 불붙은 거 밖으로 끌고 나오던지 물을 뿌리던지 끄고 총을 사야지. 이런 씬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3. 류승범이 다니는 회사 사람들은 왜 사과를 계속 먹는지. 류승범은 왜 헬멧을 쓰고 다니는지도 알 수 없다. 또 류승범은 고시원에 살다가 대기업에 입사해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돈가방을 나를 정도의 돌발 행동을 하려면 촉발시키는 사소한 동기라도 있어야 한다. 원래 그런 성격이다? 그건 너무 캐릭터를 방치한 것 같다.


4. 류승범과 고준희의 첫 베드씬. 베드씬을 그렇게 쓸 거라면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상의도 벗지 않고 관계를 가지는 남녀라. 그러니까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씬이라면 설명이 필요하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설명이 필요한 설정들은 많은데 불친절하게도 없다.


5. 액션씬에 슬로우를 지나치게 빈번하게 걸었다.


6. 감정을 이입할 등장인물이 없다. 류승범의 연기는 더 말할 나위 없지만. 류승범을 제외하면 관객은 기댈 곳 없이 외롭다. 고준희가 맡은 캐릭터는 강한데, 연기를 보면 강한 척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캐릭터는 미쳤는데, 연기자는 미치지 않아보인다. 입욕이든 손가락욕이든 상스럽게만 한다고 돌아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유가 없는 스타일리쉬는 외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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