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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Mar 15. 2017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리뷰]세월호 고래 스마트폰 케이스

잘 울지 않는 편이다. 종종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듣기도 할 정도로 감정 표현도 적다. 난 좋아하는 만큼만 웃고, 슬픈 만큼만 운다. 잘 울지 않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접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면 1

그러다 아이처럼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다.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이다. 다행히 바로 옆에 아버지가 계셨고, 딱딱한 바닥에 부딪치는 2차 사고는 없었다. 어머니는 잠깐 어지러워서 그런 거라며 안방에 누워 말씀하셨지만, 난 정말 펑펑 울었다. 눈물을 보이는 게 싫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때가 스무 살 여름 방학 때였다.


장면 2

인턴 기자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몇 개월이 지나도록 아이를 잃은 부모님은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못했다. 취재를 위해 매일 같이 찾았던 광화문 천막 속 어머니들은 항상 눈이 부어있었다. 노란 리본을 만드는 손이 참 안쓰러워 보였다.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간 지 100일이 되던 날, 그들의 엄마 아빠는 빗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고 경찰과 대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다고 했는데, 왜 길을 막는 거예요!"

"집시법 위반입니다. 해산을 명령합니다."

"..."

"선동 세력부터 체포"


'선동세력' 그 네 글자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세월호 뉴스만 보면 광화문 광장에 누워 비를 맞던 그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리다. 난 마음 속으로 몇번이나 울었다.


와디즈에는 아이디가 좋은 제품이 많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들어가는 것 같다. 생각 없이 페이지를 내리다가 멈춘 곳은 세월호 스마트폰 케이스였다. 박근혜는 전 대통령이 되었지만,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이렇게라도 알리고 싶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스마트폰 케이스 제작이 가능했다. G4 케이스는 요즘 거의 사라졌는데, 반가웠다.
아쉽게도 펀딩에 성공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주문을 했다.


뒷면은 고래다. 고래를 타고 아이들이 바다에서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


어떤 이들은 노란 리본을 다는 것을 두고,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보수를 척결하자는 말이 아니다. 생명이 사라진 이유를 밝히자는 것, 그뿐이다. 세월호는 단 한 번도 정치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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