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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는 뭘 하는 사람인가요

지식 상위 노동자로서 평론가의 역할에 대해

by 김작가



#영화

영화라는 예술 상품은 말그대로 '문화'임과 동시에 '상품'이다. 예술과 대중이 최대한 가까워져 타협한 예술이다. 그 속에서 누구는 예술로 기울어지고, 다른 이는 상품에 비중을 둔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영화는 예술상품이다. 상품이기에,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자본은 필수적이다. 자본, 인력 등 복잡다양한 요소들이 있어야 하나의 영화가 완성된다. 그래서 영화는 종합예술상품이다. 그런 영화를 평론한다는 건 또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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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라는 직업이 있다. 영화평론가, 문학평론가 등.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평을 남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영화 전문 기자와 영화평론가의 차이는 무엇일가. 직장의 유무? 그렇다면 프리랜서 기자와 평론가의 차이는? 전문성의 차이? 그 전문성의 미묘한 차이를 규정할 수 없다.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에는 자격증도 없고 어떠한 제도도 없다. 영화이론을 전공했다고 해서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직업을 규정할 어떠한 구체적인 것들이 없다. 이말은 즉,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듯이 누구나 평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의 영화평론은 깊이가 없기에 평론이라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평론가가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속한 이너서클의 횡포에 불과하다고 본다.

현대의 영화평론가들은 하지 않지만 기자들은 하는 것들이 있다.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한 보도. 이것이 영화부 기자와 영화평론가의 가장 큰 차이다. 기자들은 영화와 관련된 모든 소식을 다룬다(연예부 기자가 제 역할을 다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영화평론가들은 영화를 보고 평가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그들에게 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를 방기하는 지식노동자는 위험하지 않나. 물론, 영화평론가라는 직업군이 활동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이 없다. 그들 나름대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런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나아지지 않는 영화스태프들의 생계문제 때문이다.

허지웅 평론가가 다른 평론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지웅 기자가 말하는 발언들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지식노동자는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이 많고 적음이 중요치 않고, 가볍고 무거움이 중요치 않다고 본다. 중요한 건 공중에 붕붕 뜨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이다.

누구도 타인의 삶의 방향을 강제할 수 없음을 안다. 그래서 이건 강제가 아닌 바람이고, 소망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경제적' 상위층 뿐만 아니라 '지식적'상위층에게도 해당되어야 한다고 본다. 누가뭐래도 평론가는 지식 상위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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