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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평해전>감상평

영화로써의 <연평해전>에 대해

by 김작가

영화 <연평해전>에 대해 말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실제 사건 '연평해전'과 영화<연평해전>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내가 평하고 싶은 부분도 역시 후자다. 전자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일 뿐이다.


<연평해전>을 봐야 할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

-가족 중에 군인이 있거나 남친이나 여친이 군대를 간 사람

-평소 신파성 영화를 좋아하며 즐겨보는 사람


<연평해전>을 보지 말아야 할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

-신파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한국 영화가 개봉했으니 <연평해전>을 보기는 봤으나, 영화관을 나오며 느꼈다. 올 추석에는 TV에서 볼 수 있겠구나. 확실히 관객층이 다양했다. 다른 영화들보다 노년층 비율이 높았다.


전체적으로 어땠나?

사실, 이런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영화의 결말보다는 영화 자체가 주는 경험에 집중한다. 실화이기 때문이다. 실화 영화는 결과가 드러난 사건을 극화하기 때문에 결말보다는 과정에 몰입한다. 김학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국이 응원열기에 빠진 상황 그러나 NLL에서는 전투가 일어난다. 감독의 말이 맞다. 아이러니다. 그런데 그 아이러니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영화 내용의 대부분은 해군에 집중되어 있고 월드컵 상황을 더 보탤 것도 없었다. 월드컵 분위기와 해군들의 상황을 기계적으로 배치시켜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부족했다.


캐릭터는 어땠나?

박동혁을 괴롭히는 병장은 실제 전투 상황이 되자 비겁하게 혼자 숨는다. 이런 비겁한 모습에 박동혁(이현우)는 병장의 뺨을 때리며 정신차리라고 하는데, 이런 전개와 설정이 너무 뜬금없다. 관객들에게 그동안 받은 괴롭힘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동안 병장은 박동혁을 간간히 괴롭히기만 했지 무능한 모습은 보인 적이 없기에 무척이나 뜬금없다.


한상국 상사(진구)와 박동혁의 전우애 역시 비약적이긴 마찬가지다. "친형이나 다름없죠"라고 말하며 한상국은 지나치게 박동혁을 챙긴다. 그러나 박동혁은 전입 온 병사. 개연성이 부족하다.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욕을 넣지 않은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나오는 씨발이라는 말은 모두 북한군을 향해있으며 전우들끼리는 욕을 전혀 쓰지 않는다. 건강한 모습과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진짜 사나이>영화 버전이거나 국군홍보영상에 가깝다.


연평해전이라는 소재가 이렇게 낭비되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애초부터 연평해전이라는 소재가 영화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더 괜찮은 영화로 남을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좋은 영화로 남길 자신이 없다면 제작자들과 감독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 소재는 낭비되고 애국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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