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함
옛 여자친구으로부터 일 년만에 전화가 왔다. 그녀는 캄보디아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으로 가려다가 막연하게 캄보디아로 왔는데 닭울음소리로 아침을 시작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심지어 나라의 수도 프놈펜에서 일하는데 말이다. 난 그 말을 들으니 캄보디아로 날아가고 싶었다. 사람의 소리도 개소리로 들리는 요즘, 닭소리나 들으며 막연하게 살고 싶었다. 뒤돌아 내가 찍은 발자국을 보니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막연함'이라는 세 글자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조금 뜨는 것 같았다. 3개월 뒤면 한국에 온다고 했다. 벌써 그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왜일까. 봄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