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친밀함

by 김작가

적당한 친밀함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성철이는 경기도에 산다. 집도 멀고 학교도 멀고 물리적인 거리는 대한민국- 푼타 아레나스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우리가 꼭 만나는 이유는 마음의 거리만은 가깝기 때문일 거다. <원피스>와 <무한도전>을 좋아한다는 그렇게 특이하지 않은 공통점들이지만, '원피스 최고의 명장면'에 대해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을 정도인 친구는 의외로 주변에 없었다. 성철이는 군대에서 만났다. 휴가까지 나와서 같은 부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철이는 조금 달랐다. 밖에서부터 알게된 친구처럼. 나의 말년휴가를 그 친구와 <원피스 극장판 : 스트롱월드> 관람에 썼던 건 앞으로도 오래 만나고 싶은 친구였기 때문이었을 거다. 앞으로 72년을 더 산다고 해봤자, 72번 더 볼 뿐이겠지만, 그래도 어제 만난 친구처럼 적당히 반갑고 적당히 즐겁자. 그 적당함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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