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옷을 항상 박시하게 입는 박씨는 몇 안 되는 남가좌동 패션 피플이다. 그는 밀짚모자라는 말 밖에 없던 시절에도 페도라를 쓰고, 빨간 바지를 입었다. 어울리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일 뿐이었다. 그는 유행에 민감해 말도 심심치 않게 줄여 썼다. 대구 백화점을 대백(하지만 영어로는 DEBEC라고 한다)이라고 하듯 음식을 주문할 땐 주방 용어를 썼다. 물 1개 비빔 2개! 초계 1개 초계비 2개! 만날수록 인성이 우러나오는 사람을 두고 진국이라고 하니, 그는 그보다는 무맑은장국에 어울리겠다. 그는 투명한데, 볼 때마다 진해졌다. 올봄 트렌드가 무난한 데님이라면 체크무늬를 선택할 사람이다. 항상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