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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록4

by 김작가

주말 기록4

1. 요즘은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 중이다. 토요일 아침 8시부터 도로주행 연습을 했는데, 도로에 사람이, 아니 차가 없어서 그런지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2시간의 도로주행이 끝나고 나니 선생님은 "아이고 연습 많이 해야겠네요"라고 했다. 난 쉬웠는데 남 눈에는 그렇게 안 보였나 보다. 난 갑자기 소심해져서 "6시간 들으면... 보통 많이 붙어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아니요. 다 떨어져요 거의."라며 확신에 자부감을 곁들여 확언하듯이 단언했다. 아, 나도 그 ‘거의’에 포함될 것만 같다. 내게 미래를 보는 능력이 생긴 것만 같아.


2. 홍대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을 하느라 5분 정도 걸었는데 오늘따라 애슬레져룩을 입을 젊은이들이 보였다. 젊은이라고 해봤자 여자뿐이었지만. 남자들의 패션 폭은 좀 좁은 편이니까. 그 기억에 남는 애슬레져룩은 아디다스 쫄쫄이 바지에 노란색 워킹화, 상의는 호피 외투였다. 나도 집에 데쌍트 쫄쫄이 바지가 있긴 한데 그걸 입고 나갈 순 없다. 남자의 패션은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슬슬 봄옷을 사야겠다. 올봄 트렌드를 검색했다. 검색 검색. 무난함+데님이란다. 이상하다. 작년 봄 트렌드가 놈코어였는데, 뭐가 다르지. 아무튼 그게 트렌드라면 난 정반대로 가겠다. 올봄엔 체크무늬다.


3. 친구가 카메라를 빌리러 3시쯤에 온다고 했는데 3시쯤에 전화가 와서 머리만 자르고 오겠다고 조금 늦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냥 머리를 잘라버리라고 했다. 시간이 뜬다. 친구를 기다리며 만화책이나 봐야겠다.


4. 명지대의 명물 달콤카페에 앉아 만화책을 보고 있다.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앞 테이블에는 머리가 희끗한 점잖은 아버지와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신입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있다. 아버지가 이 카페에는 자주 오냐고 묻자 "응, 이 커피 내가 유일하게 마시는 커피야" "뭔데 그게" "허니 큐브. 엄청 달아." 처음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짧아서 혹시 싸웠나 생각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딸이 얼굴을 바꾸는 앱으로 아버지와 셀카를 찍기도 하는데 좋아 보였다. 딸은 사진을 보고 웃었고, 아버지는 그런 딸을 보며 웃었다. 아버지는 대학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나도 9년 전에 아버지가 저렇게 하나하나 다 물어봤었는데, 아버지 생각이 났다. 역시 대학 주변에 살면 심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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