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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14. 2017

썰전의 긴장되는 항해

전원책의 하차가 가져온 새로운 썰전

"발전? 계속 발전할 겁니다. 긴장하세요. " <썰전>의 새로운 패널 박형준 교수의 말이다. 모두가 웃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전원책 변호사가 꿈을 찾아 떠난 뒤, 박형준 교수가 함께한 <썰전>의 두 번째 방송을 보며 몇 가지 의미를 짚어봤다. 전원책 변호사가 TV조선 앵커로 떠난다는 소식이 나오자 그날 하루 온라인 상에는 관련된 소식으로 뜨거웠다. 하긴, <썰전>이 어떤 프로그램인가. '한국인이 사랑한 TV 프로그램'에 시사예능으로는 최초로 2개월 연속 1위를 할 만큼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아닌가. 그래서 전원책의 갑작스러운 하차는 걱정이 되고 관심이 가는 소식이었다.


전원책 변호사는 꿈을 찾아 TV조선에 들어갔다.


하차 뉴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랬다. "유시민과 케미 좋았는데 아쉽다" "전원책처럼 재밌는 사람 찾기 힘든데…" 그 정도로 '유시민-전원책'의 케미는 뛰어났고, 뿐만 아니라 전원책의 캐릭터도 확고했다. 어느 예능에서도 김구라를 몰아세우는 캐릭터는 없었기 때문이다. <본격연애 한밤>에서는 태양이나 왕인 김구라에게 대본을 좀 재밌게 읽으라고 하는 출연자는 <라디오스타>의 윤종신 말고는 없다.


예능 중에서도 시사예능이 재밌기란 어려운 일이다. 시사예능이라고 해봤자, <썰전> 이전에는 시사예능이라고 할만한 프로그램이 딱히 없지만, 공익예능까지 범위를 넓혀보자면 대부분 시청률이 처참했다. 리얼버라이어티에 밀려 일찍 종영하고, 시간대가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니 <썰전>의 흥행은 분명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썰전>이 흥행하자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연달아 런칭했다. 하지만 썰전(226회 시청률 6.2%)에 비해  TV조선의 <강적들>(191회 2.0%), 채널A의 <외부자들>(28회 1.5%) 같은 시사 비평 프로그램이 흥행하지는 못했는데, 이유는 내용의 깊이를 떠나 예능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와 재미를 한 번에 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에 맞는 캐릭터를 찾기란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전원책-유시민-김구라'는 시사예능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훌륭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무뎌지는 법. 그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났다. 유시만과 전원책의 조합을 처음 본 시청자들은 보수와 진보가 합리적으로 대화가 된다는 점에서 박수를 쳤지만, 일 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자 긴장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남는 건 캐릭터 플레이뿐이었다. 욱하는 전원책, 그런 그를 다독이는 유시민. 긴장감은 사라지고 예능화되어가고 있었다.


<썰전> 홈페이지 출연진에도 박형준(오른쪽) 교수로 교체되었다.


처음부터 <썰전>을 봤던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철희-강용석, 이철희-이준석이 보여줬던 언쟁. 물론 그들은 유시민-전원책처럼 예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말싸움이 주는 긴장감은 확실했다.  새로운 보수 논객으로 합류한 박형준 교수는 이제 2회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긴장감이 생기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주로 흥분한 전원책 변호사를 진정시키던 유시민은 오히려 흥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진짜 잘하신다. 나 위기의식 느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유시민 작가의 말이 새로운 논객이 투입되며 공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제 겨우 2회 방송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박형준 교수의 캐릭터도 확고하지 않다. 블랙 유머를 구사하는, 정당 밴드 등 별 짓 다해본 의원, 한 줄 평을 정성 들여 만드는 등 제작진과 박형준 교수 스스로도 예능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전원책 변호사의 부재로 인한 <썰전>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새로운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재미와 유익 사이에서 '긴장감'은 확실히 갖추고 항해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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