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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ug 02. 2017

정형돈의 또 다른 '무한도전'

정형돈은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영화 시나리오 작가, 콘서트 기획자, 뮤지션. 2015년, 불안장애를 이유로 <무한도전>을 하차한 후 2년이 지났고,<주간아이돌>을 통해 복귀한 지 약 1년이 되었다. "있어야 할 곳에 왔다"며 복귀 소감을 말한 정형돈을 대중은 응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편으론 냉담하다. '무한도전 빼고 다 한다'는 댓글이 달린다. 무한도전 후유증이다.



7월 30일 첫 방송된 JTBC<밤도깨비>ⓒ JTBC


정형돈의 또 다른 무한도전

그에 대한 냉담한 평가는 옳은 것일까. <무한도전>의 팬들은 완벽한 하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 한 명도 빠져서는 안된다는 강박증에 가깝다. 여전히 노홍철의 SNS와 기사에는 '제발 무한도전으로 돌아오세요'라는 댓글이 달린다. 식스맨 프로젝트를 통해 <무한도전>의 새 멤버가 되었던 당돌한 이미지의 광희는 프로그램 출연 내내 기가 죽어있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우리를 키운게 시청자니까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하하, <라디오스타>)

하하 역시 고마움과 함께 부담을 느낀다는 심정을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그런 부담감이 쌓여 지금의 정형돈이 되었다. 정형돈은 <힐링캠프>와 <무한도전> 등에서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고민을 여러차례 내비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하차소식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불안장애를 겪고, 예능을 쉬고, 다시 예능을 했다. 이 모든 결정은 그가 오랫동안 예능을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정형돈이 누구보다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 그가 이제서야 맘놓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정형돈은 무한도전 빼고 다 한다는 철없는 비난에 대해서는 모두 감수하기로 한 것 같다. 7월 한 달 동안 그의 행보는 폭발적이다.

복귀한 직후에 그는 <주간아이돌> 하나에만 집중을 했지만, 과거와 달리 지난 7월에는 총 4개의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다. <셜록의 방>(7.3), 영웅삼국지(7.7),  <내 여자의 핸드폰>(7.28), <밤도깨비>(7.30) 채널과 장르도 다양하다. 추리예능 <셜록의 방>,역사예능 <영웅삼국지>, 연애예능 <내 여자의 핸드폰> 그리고 야외버라이어티 <밤도깨비>까지. 다양한 예능에 대한 시도를 보면 정형돈은 말그대로 '무한도전'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무한도전> 안에서도 제작진에게 기획력을 인정받았던 '아이디어뱅크' 정형돈이었지만, 선택하는 프로그램은 오히려 부족한 기획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7월 28일 첫 방송된 <내 여자의 핸드폰>ⓒ KBS 2TV


색을 잃어가는 MC

KBS2 <내 여자의 핸드폰>은 두 명의 남자가 블라인드 너머의 다섯 명의 여자의 핸드폰을 통해 여자를 선택하는 프로그램이다. 남자가 여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한다는 컨셉부터가 시대착오적일 뿐더러 사람의 외면이 아닌 그 사람의 취향만으로 고른 다는 의도와는 달리 프로그램의 방향은 속물적으로 흐른다. 대리석으로 인테리어가 된 여자의 집을 보고 환호를 화며 정형돈은 "자 그럼 바로 확인해보죠. 누가 좋아요?"같은 농담을 한다. 사진을 통한 재력 평가, 엉덩이가 부각되는 사진을 보며 "쓰리디 영화보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한다. 케이블 채널에서나 보던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KBS에서 방송되고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정형돈은 중심을 잡지 못한다.

JTBC <밤도깨비> 역시 마찬가지다. <밤도깨비>는 핫한 상품과 먹거리를 1등으로 얻기 위해 밤을 새는 노숙 버라이어티다. 전에 없던 시도를 한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잠에서 깨기 위해 여러가지 게임을 하며 재미를 찾으려 하지만, 오히려 새벽에 잠을 쫓는 방식들이 그야말로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발 씻은 물에 세수를 하는 등 재미도 없고 저질스러운 게임을 했다. JTBC <비긴 어게인>이나 <효리네 민박>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그것 자체로 보게 만드는 JTBC의 요즘 예능과 궤를 같이 하려던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잠이 부족한 멤버들은 억지로 웃기기 위해 게임만 한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서 정형돈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프로가 있었으면 너무 일찍 결혼한 게 아닌가..." <내 여자의 핸드폰> 첫 방송 오프닝에서 했던 말이다. 농담으로 한 말이겟지만, 이 멘트를 보면 정형돈이 <무한도전> 이후 오히려 자신만의 색을 잃어버린 채 도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성주, 서장훈, 이수근 등 다양한 진행자들과 합을 맞추고 있지만, 완벽한 비즈니스 파트너는 아직 찾지 못했다. 지금의 정형돈을 보면 복귀 후 다양한 프로그램을 런칭했지만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강호동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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