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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Aug 02. 2017

여러모로 없는 방송, <열정 같은 소리>

불편한 이야기가 팔리는 세상이 되길


온스타일에서 첫방송된 <열정 같은 소리>는 여러모로 없는 방송이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처음으로 단독 MC를 맡았다. <마녀사냥>, <런드리데이> 등 종편과 케이블을 통해 공동MC를 맡은 적은 있지만, 단독MC는 처음이다. 공동MC를 맡았을 때도 허지웅의 역할은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에 가까웠다. 도발하거나 자극적인 멘트를 통해 파열음을 만드는 캐릭터. 혹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데 그것이 정제화되지 않거나 방송에 부적합해서 메인진행자를 당황케하는 것이다. <열정 같은 소리>가 흥미로운 건 이 부분이다. 입장이 뒤바뀌었다는 것. <열정 같은 소리>에서는 허지웅이 다른 패널들의 발언에 당황하고 있다. 세월이 흐른 것일까 입장이 바뀐 것일까.

허지웅 외에 다른 패널들은 지상파 방송에서는 본 적 없는(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뮤지션, 배우, 감독, 래퍼 등 예술인이지만 방송인이 아닌데, 배우 김꽃비의 멘트 중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나온 것만 봐도 이 방송은 다르구나 라는 걸 알 수 있다. 몇년 동안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출판계와 온라인 상에서 가장 트렌드한 문화(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에서도 볼 수 없었다. 문화를 반영해야 할 예능이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시했다. 욜로나 나홀로족이 뜨면 즉각 반영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태도와는 다르다. TV를 자주 보는 나는 <열정 같은 소리>를 통해 그 단어를 TV에서는 처음 들었다.

크루라고 할까. 출연자들은 코너를 폐지하기도 한다. '짠내 배틀'이라는 코너는 자신의 불행을 전시해서 누가누가 더 불행하나 배틀을 하는 코너다. 코너의 목적에 대해서는 명과 암을 대조해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출연자들은 이 코너가 잘못되었다고 말했고, 허지웅은 20분째 게임을 하는 명분에 대해 진행자로서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사실 난 이런 태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코너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회의하고 고민했을 제작진들이 먼저 떠오른다. '짠내 배틀'이라는 코너의 의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적당히 타협해서 가능한 쪽으로 코너를 진행했을 것 같다. '흑역사 배틀'정도로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던 허지웅의 태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여간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불편한 사람들이다. 허지웅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보다 사회성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난 이 사회성 없는 사람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이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가 전파를 타는 게 좋다. <내 여자의 핸드폰>이나 <아이돌 학교>, <아는 형님> 같은 구시대적인 프로그램에 투입시켜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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