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송곳>에서 봤던 말이다. 사람은 변하는 걸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걸까. 내가 어른이 되고 서른이 넘고 술자리를 가리게 된 이유는 변한 사람들 때문이다. 동아리를 하면 알게 된 친구L은 리액션이 좋은 아이였고, 셀카를 찍는 것을 좋아했으며, 뚜렷한 꿈이 있었다. 꽤 인기가 많아서 항상 연애 중이었다. L과 만나면 주로 하는 애기는 연애 얘기. 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한번은 영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의 생각의 깊이가 얇았다기 보다는 둘이 영화를 보고 느끼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달라서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 선로가 다른 기차가 어떻게 같이 달릴 수 있었겠나. 처음에는 여러 주제로 대화를 진행했을 거다. 정치, IT, 연예, 연애, 영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 하지만 가벼운 얘기 밖에 남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친구였고, 가끔씩 만나는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1년 만에 만난 그 친구는 조금 달라져있었다. 그 사이에 9급 공무원이 되었고, 만나는 사람은 없지만 소개팅을 최근에 몇번을 했고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놀랐던 건 소개팅한 사람에 대해 설명하는 말 때문이었다. "그 사람 괜찮았지. 직업도 치과의사고, 차도 좋은 거 타고, 키도 크고." 그게 첫번째로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물은 질문은 "대화는 잘 통했고?"였다. 썸을 타고 있는 사람에 대해 설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 나랑 잘 맞긴 한데, 집에 빚이 있는 것 같아서 고민이야. 진짜 있는지 없는 지는 모르겠는데, 농담으로 빚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라고."
B: 얼굴을 마주보거나 같은 방향을 보며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
C: 알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연락을 끊어버리고 잠수를 탄다.
D: 상대방의 마음을, 상대방이 예전에 어떤 마음이었는지 잊은 건지, 무심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걸 알고 있다면 이런 얘기를 하는 것조차 미안해질 텐데. 비참한 마음이 들게 한다. 걔는 버리라고 했던 친구의 말을 진작에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 대답을 듣지 않고 30분 동안 말을 하는 것에서 배려를 느낄 수 없어서 그저 한 마디 문장으로 남겨놓아야 할 것 같다.
E: 어쩌다 보니 인생이란 이렇게 흘러간다. 신기하고 신기할 따름이다. 전설 같이 느껴지는 그 순간이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는데.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지 정말 몰랐는데.
F: 나이와 무관하게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좋은 사람이고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그 용기 덕분에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