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가 Jun 24. 2018

좋아하는 것들의 순위

좋아하는 것에도 순위가 있을까

"나 그거 좋아해"


좋아한다는 말 안에도 무수히 많은 구분이 있음을 알게되는 요즘이다.

평소에 나는 영화와 책을 좋아한다고 말을 하곤 했는데,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서울국제도서전 티켓을 공짜로 받았는데, 집에서 1시간 14분이나 걸린다는 이유로 도저히 가고 싶지 않았다. 가고 싶지 않은데, 가고 싶은 마음.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12시부터 12시 15분까지 집 안에서 생각해보니 그건 책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정도로'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몇가지 요소로 분리하면

-서울국제도서전이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는 경험을 하고 싶다.

이정도 일 것 같다. 그리고 두 가지 이유는 경험을 쌓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그래도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다음 주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가 "요즘 뭐해?"라고 물었을 때 "서울국제도서전에 갔다왔어" 같은 말을 하고 싶어서는 아니었을까.


2.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니 내가 정말 책을 좋아하는지가 의심스러웠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즐거운가? 즐거울 때도 있다.

그럼 쉬는 날 책을 읽는가? 읽지 않는 날이 많으며 보통은 영화를 보거나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한다.

그럼 책을 좋아하는 게 맞나? 좋아하는 건 맞는데, 영화만큼 좋아하지 않고 TV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 언제 책을 읽나?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왔을 때, 재미있는 영화가 없을 때.


3. 그러니 좋아하는 것에도 계급이 있고, 순위가 있다는 것이다. 외부적인 시선이나 다른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2번에서도 언급했듯이 영화가 그렇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처음으로 혼자 부산여행을 떠나려고 했었을 때가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고작 3시간 정도 소요될 서울국제도서전이 귀찮은데, 가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부산에 가려고 하다니. 진짜 좋아할 땐 방해요소가 있어도 하고야 만다.


4. 내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봤다.

하루에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영화

에디터의 개성이 드러나는 수필집 같은 잡지

지금의 한국을 말하는 한국의 소설



매거진의 이전글 20180522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