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를 만드는 일에 대한 태도

에디터 일기

by 김작가

2호선 신촌역 옆에는 호두과자 노점이 있다. 가끔 문을 열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연다. 주말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는다. 세 달 전까지만해도 할머니가 장사를 하셨다. 꽤 여러번 호두과자를 사먹었지만 날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였다. 그리고 어느날 처음 보는 아저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 할머니는 안 나오세요?" "할머니는 아프다고 그만뒀어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아 그렇군요"하며 대화를 마쳤다. 호두과자는 금방 나왔다. 겨우 한 입 먹고서 걸음이 멈췄다. 맛없어서, 너무 맛없고, 퍽퍽하고, 딱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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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을 가고서야 달라진 맛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저씨는 호두과자를 쌓아놓으며 장사를 한다. 손님이 오면 미리 만들어놓은(그게 언제인지 몰라도) 호두과자를 담아준다. 그러니 그 과자는 이미 겉은 딱딱해지고 속은 촉촉함이 하나도 없는 저품질의 호두과자가 되어버리는 거다. 할머니가 장사를 할 땐 그런 적이 없었다. 난 더 이상 맛이 변한 그곳을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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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맛없는 호두과자를 먹으며 '호두과자에도 품질이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틀에 반죽을 넣고 굽는다는 단순해 보이는 호두과자 조리법만 해도 요령이 필요하고, 기술에 따라 맛이 이렇게나 달라지는데 다른 건 어디 안 그러겠나. 글이든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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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작으로 만든 로맨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일본인 총각의 질문에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답하는 한국인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재료를 찾으로 왔다"고 여행의 이유를 설명한다. 나는 가끔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한다. 짧은 역사를 가진 에디터라는 직업, 사전적 정의로는 편집하는 사람 그러나 에디터마다 무엇을 편집하는지 목적어가 달라서 그만큼 에디터의 역할이 무궁무진한 이 직업에 대해. 고작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호두과자를 먹으며 '기계처럼 만들지말자'라고 다짐하는 정도이지만 말이다. 내가 그 노점을 더이상 찾지 않듯, 나를 찾지 않는 날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