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왠지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싶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그리고 오늘 일기는 너무 진지해서 재미없을 예정이다. . 1. '원래'라거나 '절대'라는 표현을 안 쓴 지 오래된 것 같다. 확신하는 태도를 멀리하고 있는데 심지어는 내 마음조차도 그렇게 말할 때가 있다. 애매하게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지금은 그래. 나중에는 어떻게 변할지 몰라" 같은 태도를 보인다. 친구는 데카르트의 회의적 방법론 같다고 했는데, 뭐 비슷한 것 같다. . 1-2. 예쁘다, 잘생겼다는 말도 안 쓴 지 오래 됐다. 외모평가라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친한 친구 사이와 처음 만난 사이가 다를 것이고, 화보를 찍은 연예인과 친구의 친구 카톡 사진을 봤을 때가 또 다를 것이다. 모든 상황을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편하긴 하겠지만, 막상 그렇게만 하려니 그게 정말 정답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 태도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생각은 사람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요소에 대해 질적으로 좋고 나쁨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가난을 놀리지 말아야 하는 것이고, 외모를, 몸매를, 키를, 피부를 마치 소 등급 나누듯 하지 말자는 거다. 폄하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쪽만 찬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술을 마시다 보면 이런 저런 얘기가 들리고 술 맛이 떨어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서 인간관계가 많이 좁아졌다. 불편한 게 많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 1-3. 이런 얘기를 쓰다 보면 혹시 내 지인 중에 내 글을 보고 '이거 혹시 내 얘긴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괜히 주저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니 깊게 생각할 필요없다. 그래서 이석원의 에세이가 대단한 거다. . 2. 전쟁은 극과 극이 일으키는 것 같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말이 없으니 양극단의 존재감만 커보인다. 마치 그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색상표의 그라데이션처럼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기만 하다. 그 속에서 이건 노란색, 이건 주황색이라고 가르는 행위가 내가 볼 땐 우습기만 하다. . 3. 어제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유물론에 대해서 얘기했다. 내가 죽음 이후에는 천국이나 지옥 없이 물질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나는 유물론자야!'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후세계는 믿지 않지만 우리가 영혼을 가지고 있느냐 물질로만 이루어져있는냐에 대한 확실히 대답을 못하겠으니까. . 4. 나는 흥과 한의 민족답지 않게 흥도 없고 한도 없는 편인데 둘 중에 뭐가 더 없냐고 묻는다면...음 어렵다. 그냥 둘 다 없다. 예전에 <아이돌룸>에서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못 추게 하는 게임을 하던데 마마무가 춤을 못 춘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발버둥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며 춤을 춘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난 그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저런 사람이 있다고? 내가 신났을 때 프로세스는 이렇다. 신이 난다 ->기분이 좋다 ->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 끝.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성적 인간을 보여주는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계속 글로만 표현하려고 하니 조르바가 춤으로 표현하라고 한다. 몇 년전에 읽었던 부분이 아직도 생각나는 걸 보면 언어 말고 춤으로 표현하라는 발상이 놀라웠던 것 같다. 춤도 언어라고 할 순 있겠지만. . 5. 단편소설을 한 편 쓸 때가 되었다. 7월이 끝나기 전까지 한 편 써야겠다. . 6. 4/15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그날은 친구들끼리 더불어 선거방송을 보며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이기든 지든 술은 맛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선거가 끝나고 당적을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관만 보자면 처음부터 그쪽이 더 맞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안주는 창신동 매운족발이다. . 7. 똑똑한 척하는 사람들과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지 않고 말한다. 해석은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해석을 불가변의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 참 잘 나신 분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