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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n 06. 2020

침입자, 주춤주춤 후반

<침입자>를 보기 전에 기대하는 건 송지효가 언제, 어떻게 본색을 드러내고 김무열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40분부터 김무열은 본격적으로 송지효가 동생이 아님을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그 계기가 등 뒤에 있는 문신이다. 이런 방식은 촌스럽다. 등 뒤에 문신이라니, <원피스>도 아니고. 등 뒤에 문신이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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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부터 이제 김무열은 송지효를 본격적으로 의심하고 둘의 대립구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언제 터질지 모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간인데 갈등 자체는 흥미로운데 문제는 이게 꽤 오래 간다는 거다. 가족들은 김무열 말을 안 듣고 송지효는 한명씩 자기 편으로 만들기 시작하는데 과정이 지난하다. 사람이 죽지도 않고, 코피만 흘리고 클라스막스로 향할듯 말듯 하니 늘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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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는 이단의 교주 같은 사람인데, 그의 계획과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김무열의 역할이 부족하다. 행동은 적극적이지만 얻는 건 없는 '고구마 캐릭터'다. 시나리오에서 결실을 얻지 못하는 주인공은 답답함을 유발한다. 의자에 묶인 상태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였던 사람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일장연설하는데, 마치 <마녀>에서 조민수가 '너 사실 어쩌고 저쩌고'하면서 컷을 쓸데없이 소모한 경우와 비슷하다. 어찌나 살인범이 친절하고 말도 똑부러지게 설명을 잘하는지. 대사로 모든 걸 처리할 거면 영화가 아니라 연극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살인범 역의 정체가 나오는 장면은 사건이 다 드러나는 중요한 장면인데 힘없이 지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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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이 너무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형사를 앞에 두고 그런식으로 행동을 하니 도와주려던 형사도 치를 떨고 손절할 수밖에. 문제해결능력이 없는 주인공은 행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때문에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결국 김무열은 경찰차 뒤에 타서 블랙박스만 확인하자고 생떼를 부리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혼자 기어나와서 다른 차를 타고 또 이단 차에 타기를 반복한다. 이런 장면이 있어야 했을까. 거의 유일한 조력자가 형사인데, 형사와 손을 잡고 이단의 소굴로 가는 시나리오와 형사는 교통사고 나게 만들고 블랙박스도 건지지 못한 채 혼자 가는 것 중 무엇이 더 흥미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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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열의 아이는 송지효와 김무열이 싸우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절벽으로 뒷걸음질을 치는데 과장스럽다. 결국 두 주인공의 과거를 상징하는 '손을 잡는다'는 행위를 다시금 재현하기 위함인데 불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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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김무열은 경주마처럼 달려간다는 말을 듣는데, 차라리 영화가 경주마처럼 달려갔다면 어땠을까 싶다. 중후반에서 주춤거림이 보인다. 마지막 싸움씬에서 송지효와 완력 싸움에서 비등한 것 역시 고개를 갸웃하는 부분이다. 절벽에 떨어지는 송지효를 잡을 만큼 근력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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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연은 연기를 잘했다. 김무열은 근작 중 가장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송지효 역시 오싹한 연기를 선보이며 역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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