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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Jul 04. 2021

이번 주에 본 영화&감상

<아미 오브 더 데드>, <바르게 살자>, <리플리>

1. <아미 오브 더 데드>

똑똑한 좀비, 군대를 이룬 좀비가 새롭긴 했다. 하지만 재료가 좋다고 모든 요리가 맛있을 수는 없다. 강한 좀비를 스토리에 어떻게 사용했느냐를 보면, 평범하게 사용되었다고 본다. 이야기의 중심이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나오는 하이스트 무비의 리듬을 끊는 느낌이 든다. 부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감독 개인사에서 영향을 받은 줄거리인데, 영화로서 사용되었을 때 결과물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차라리 하나의 팀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조금 더 간결하고 리듬감 있었을 텐데, 두 가지 서사가 섞이다보니 루즈해지는 기분이다. 강한 빌런이지만 빌런에게 특별한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능력치만 높게 설정되어 있을 뿐 스토리상으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세트며, 액션신 등 비주얼은 훌륭하다.


2. <바르게 살자>

옛날 코미디 영화 중에는 유통기한 지난 것들이 많다. 많은 영화가 클래식의 반열에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 시대에 갇힌 유머를 구하기 때문이다. 남녀차별적인 농담이나 지나칠 정도의 야한 농담 같은 것들. 장진의 코미디 영화는 그런 게 거의 없다. 거의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 기억엔 없었기 때문이고 없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서다. <바르게 살자>는 한 장면의 대사가 길고, 상대의 말을 받아서 웃기게 되받아치는 리드미컬한 장진 감독 특유의 대사가 매력적인 영화다. 장진의 이런 영화를 보고 사람들은 '연극적이다'라고 하는데, 그런 매력을 좋아한다면 <바르게 살자>를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요즘엔 찾기 힘든 소소한, 오직 흥미로운 이야기만으로 2시간을 끌고 가는 영화다. 이런 순수함이 있는 상업 영화를 요즘엔 찾기가 힘들다. 영화계에도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홈런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안타 정도를 치려는 영화가 괜찮지 않나.


3. <씬시티>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압도되어서 몰입하지 못했다.

한 번 봐서는 잘 모르겠다.


4. <리플리>

영화 <리플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다른 사람을 연기하다가 결국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리플리는 거짓말을 하는 데 아주 능숙해서 계획적이진 않지만 즉흥으로 상황 모면을 한다. 거짓말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갈수록 각자 다른 거짓말을 들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들통나는 상황이 발생하자 결국 진실에 접근한 사람들을 죽이게 된다. 리플리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살인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 규정된다는 걸 몰랐던 리플리는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는 사랑하는 사람까지 죽이게 되는데, 나를 증명하는 것은 타인이다라는 명제에서 봤을 때 그 행위는 자기 자신을 죽인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리플리는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영화의 결론이다. 이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빛나는 누군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 그 사람의 빛은 그 사람의 것이다. 훔쳐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빛나는 법을 찾는 게 유일하게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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