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어서 결국 말할 수밖에.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엄마에게는 말 잘 듣는 막내아들, 아버지에게는 믿음직한 아들 친구에게는 힘들 때 의지가 되는 친구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는 다정한 남자친구 그리고 내게 던져진 수많은 노릇들을 잘 수행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들 노릇, 친구 노릇, 남자친구 노릇...수많은 노릇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적응하느라 필연적으로 몇가지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뒤집을 때를 놓쳐 타버린 해물파전처럼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이미 먹을 수 없었다. 먹어도 괜찮은 해물과 오징어만 내어줘도 좋았으니까 타버린 마음은 숨겨도 나만 괜찮으면 됐으니까. 그래도 알았겠지. 어디서 분명 타는 냄새를 맡았을 테니까. 그리고 결국엔 버려졌다.
내게 엄마는 엄마일 뿐이었겠지만 당신도 얼마나 많은 역할 사이를 떠다녔을까. 좋은 아내, 좋은 엄마 그리고 괜찮은 직장인이 되기 위해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잠시도 쉬지 않고 달리셨겠지. 그래서 눕자마자 잠들었겠지. 엄마는 내게 말없이 밥을 차려주며 말했다. "슬퍼해야 할 때는 충분히 슬퍼해야 된다. 그땐 그래야 하는 거다."
흘러넘치는 눈물을 가득 품으며 반짝거리던 내 눈은 한번 깜빡이며 눈물을 주룩, 하고 흘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