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초단편소설
이 글은 소설입니다.
"너무 추워, 가까운 데 아무데나 들어가자." 우리는 근처 카페로 갔다. 우리 사이에 조그맣게 빛나는 그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몇년 동안 서로를 바라봤다. 일 년 전만 해도 그 친구 옆에는 다른 사람이 서있었고 이 년 전에는 내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그 이 년 동안 우리는 숱하게 연애에 대해 이야기했고 결혼에 대해 고민했으며 원하는 인생에 대해 확인하고 확인시켜주었다. 그 사이를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의리였을까, 무엇이었을까.
"분위기 괜찮은데 여기?"
"응 진짜, 딱 네가 좋아하는 분위기. 아늑한 동네 카페."
"여기 아지트하자. 좋다, 여기 정말, 노란 조명들 봐. 하나 슬쩍하고 싶을 정도야."
요즘들어 부쩍 자주 만나고 있다. 마치 결재 서류를 올리기 전에 오타난 곳은 없는지, 숫자는 틀리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처럼. 그리고 난 어쩌면 오늘 확신할 것 같다. 어쩌면 이제는 말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저번에 네가 말했던 타이밍이라는 거 있잖아. 연애나 직장이나 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거."
"응. 저번주에."
"어제 파전집에서 회식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타이밍이라는 거 파전에도 해당되는 거 같다고."
"왜, 파전이 늦게나와서 기본 반찬으로 배 채웠어?"
"아니, 그런게 아니라, 뒤집을 때 못 뒤집으면 다 타버리잖아. 위는 안 타서 멀쩡해보여도 밑은 까맣게 타잖아. 겉으로는 멀쩡해도, 못 먹는 음식이 되버리는 거지. 그래서 타이밍이라는 건 파전 구울 때도 해당되는구나 싶더라고."
"그래쪄여~넌 진짜 먹을 걸 얼마나 좋아하면, 파전 먹을 때도 그런걸 생각하냐, 요즘 무슨 생각하고 살길래."
"그런데 파전은 냄새가 나잖아. 타면 냄새가 난다고. 아무리 숨겨도 숨길 수가 없지. 응? 잠깐 근데 우리 주문했나? 안 했지? 뭐 먹을까? 레몬요거트?"
"응 난 그거. 넌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거지?"
왠지 모르겠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할 때 그 친구의 말에서 향기가 났고 빛이 났다. 그 향기가 진해서 마음에 뱄고, 빛에 마음이 그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