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7일 고기 구워먹기 딱 좋은 날씨
어떤 동생이 일요일에 삼겹살을 먹자고 해서 오랜만에 얼굴이나 볼겸 가방도 없이 책 한 권 손에 들고 합정동으로 나갔다. 소주도 없이 삼겹살을 먹었던 이유는 소주만큼이나 쓴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흔한 이야기다. 니스 테러 사건이나 터키 쿠데타에 비할 게 못되는 사소한 앞날에 대한 걱정말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칠레의 광산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큰 무거움일 것이다. 마음의 무게는 잴 수 없으니.
"모르겠어 진짜. 최승자 시인은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이 온다는데, 서른이 가까워져서 그런건지, 지금 일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그 말에서 삼겹살로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의 허기가 느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 헤어졌던 사람이 원인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친구는 불안한거야,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불안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귀를 쫑긋 세우며 듣다가 이제는 내가 한마디 해야 할 차례였다.
"너무 걱정하지마, 천천히 다시 좋아질 거야. 너무 멀리 보지 말자. 멀리만 보면 바로 눈 앞에 돌부리에 걸려넘어지잖아."
그 친구는 그 말을 듣고, 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살면서 정답은 없다고 하지만 어떤 만남에는 정답이 있다. 그리고 오래 알고 지낼수록 서로 정답을 알고있다. 단지 내 입으로 정답을 내 뱉어봤자 아무 효과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이다. 위로는 스스로 할 수 없어서 친구의 말을 거쳐야 한다. 위로는 귀로 듣는 것이라 누군가가 말로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 알고 있다. 이 만남의 효능이 며칠이나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내일 다시 그 자신 안에 쌓인 감정이 출구를 찾지 못해 쌓일 수도 있다. 그 감정이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가 걸리기 직전 다시 연락을 하겠지. 그러면 난 합정동으로 책 한 권 들고, 7612 버스를 타고 쫄래쫄래 나갈 테지. 그때 다시 말해줘야지. 천천히 좋아질 거라고. 너무 멀리 보지 말라고.
어떤 만남은 정말 해답이 아닌 '해(do)'만 필요한 때도 있다. 나이키는 좋아하지 않아도 just do it을 좋아하는 이유는 망설이는 나를 쿡 찔러주기 때문이다. 잠시 어두워졌지만 그 친구에게 어서 해가 떴으면 좋겠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