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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병걸 Aug 27. 2024

농구를 사랑하는 아드님

농구 그리고...

우리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농구에 푹 빠졌다. 작은 공을 던지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NBA 선수 같았다. "아빠, 나도 커서 농구선수가 될래!"라고 외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큰 꿈을 가졌던 아들이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선수가 되고 싶었던 아들은 아빠에게 선수 테스트라도 받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내심 선수보다는 취미로 하기를 바라던 나는 대답만 하고 미적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생이 농구부가 있는 부산의 중학교에 전화를 걸어 코치 선생님과 테스트 일정까지 잡아버렸다.

적응 안 된 환경이라 투입된 연습경기에서 연신 골을 놓쳤지만, 감독님은 자신감 있게 던진다고 잘한다고 하셨고, 아버지 키가 크시니 아들도 선수로서 가망이 있다고 하셨다.

두어 번 테스트를 받았는데 중학생은 기숙사가 없고 가족 중에 한 명이 따라와 원룸이라도 잡아야 하느니, 1년 유급해서 훈련해야 고등학교를 이름 있는 팀에 가느니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자, 아들의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열망은 여전했지만,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들은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아들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아빠, 나 농구선수가 되는 건 좀 힘들 것 같아." 그 말에 내심 놀랐지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농구는 여전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취미로 농구를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들이 얼마나 성숙해졌는지 깨달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현실의 균형을 찾으려는 모습이 대견했다. 농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시야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는 아들의 결단력이 느껴졌다.

아들은 클럽 농구부가 잘되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여전히 방과 후 학교 체육관에서 농구를 즐긴다. 볼을 던지고 드리블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하지만 이제는 농구장 밖에서도 그의 열정은 빛을 발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받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소중히 여긴다. 농구만큼이나 학업과 미래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가끔은 농구 선수의 꿈을 잠시 내려놓은 아들이 아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도 아들은 자신만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나는 그 길을 응원하며, 아들이 좋아하는 농구와 학업 모두에서 행복을 찾길 바란다. 아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그를 믿고 지지할 것이다.

아들은 나에게 농구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꿈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농구공을 손에 쥐고 땀을 흘리며 웃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도 그가 선택한 길을 응원한다.

농구 대회 중 아들의 사진을 AI로 일러스트화 시킨 그림


경북도지사기 생활체육 농구대회에 찾아간 부모가 거의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는, 별난 아빠라는 건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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