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도록 정확한 보존의 절대법칙
물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나는 학부 시절 정말 다양한 (그리고 버거운) 전공 수업을 들었다.
일반 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열 통계학, 수리물리학 등등...@.@
학부를 졸업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직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과학의 절대
법칙이자 거의 모든 수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서 나를 반기던 법칙, The principle of conservation.
쉽게 예를 들면 컵 속의 물이 다 증발해서 기체가 돼도 변화 전이나 후나 물분자를 이루는 총수소와 산소의 질량합은 똑같다는 말이다.
시소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 시소 양쪽의 지면에서의 높이를 각각 재서 합쳐도 어떤 순간에도 그 총합이 일정하다고 설명하는 게 더 쉽겠다.
즉, 올라간 만큼 다른 쪽에서는 내려오고, 내려온 만큼 다른 데서는 올라가며 균형을 이룬다!
보존의 법칙은 나에게는 때때로 슬프게 다가온다.
어린이이던 내가 청소년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하고 한 건장한 남성으로 에너지와 체력을 키워왔는데,
바꿔 말하면 이것은 그만큼 우리 부모님께서 점차 늙어가고 계시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보존의 법칙 앞에 예외는 없어서 서글프다.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마치 내가 부모님의 에너지를 받아서 나는 점점 건장해지고 부모님은 늙어가시는 것 같아서 안쓰럽고 죄송하다.
보존의 법칙은 그러나 희망적이기도 하다
항상 남에게 양보만 하고 베풀기만 하고 져주기만 하는 내 친구 영수에게,
그렇게 에너지를 쉽게 고갈하고 상대방에게서 에너지를 보상받지 못하기 일쑤였던 영수에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영수를 쉽게 여기기도 하고, 그를 이용하고 그를 배신하고 떠나던 친구와 동료들은
자신들과 똑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 이용당한 뒤에
영수를 자기들의 진짜 친구로 인정하고 그와 깨지지 않는 우정을 쌓아갔고
영수를 매력 없다 판단하고 그의 순수한 관심과 사랑을 외면하거나 거절하던 여자들은
'나쁜 남자'들에게 상처받고 된통 당한 뒤에서야
영수의 진실되고 착실한 인격의 힘에 이끌려 그에게 돌아오는 모습을 보았다.
보존의 법칙이 발휘하는 신비한 힘을 믿는 다면
노력한 것에 비해서 얻은 것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자랑삼아 이야기하며 자만할 이유도 없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인생은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상실감에 빠져서 절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보존의 법칙을 통해
나와 타인, 그리고 내 인생의 관계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도서관에서 어려운 물리 공부를 하면서 힘겨워했던 학부시절의 그 힘겨움이
10년이 넘어서 내게 되돌려주는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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