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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Mar 11. 2018

게임 중독에 걸린 아이들

게임중독의 위험성 및 접근 방법

 8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저는 오락실에 대한 따스한 추억이 많습니다. 저의 또래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당시에는 가정용 게임기와 플로피 디스크를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를 소지한 웬만한 부잣집 아이들이 아닌 한 전자오락을 하려면 골목마나 하나 정도 있었던 "전자오락실"로 가야 했고, 이 곳은 또래 친구들이 함께 게임도 하고, 친목(?)도 도모하고, 간식도 조금씩 나눠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던(?) 하나의 휴식터였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나중에는 오락실 이름을 "전자 휴계실"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게임 한 판을 하려면 코 묻은 50원짜리 동전을 넣고 해야 했기에 많이 해봐야 그 날 3-4 판하면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었고 평소에는 100원을 가져가서 제일 좋아하는 오락 두 판정도 하고 룰루랄라 하고 집에 왔던 기억이 많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저희 또래 세대들은 게임에 중독이 될 수는 없었죠...



그러나, 98년도에 IMF 한파가 불어닥쳤고, 당시 인터넷이 보급화되는 가운데 스타크래프트가 열광적인 인기를 끌면서 값싸게 오랜 시간 동안 오락을 할 수 있는 신세대형 전자오락실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도 번창하고 있는 게임방이었죠. 당시 저는 군입대를 앞둔 상황이었는데 98년을 기점으로 그 전의 대학생활과 그 이후의 대학생들의 삶의 패턴도 많이 바뀌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예를 들면, 용돈이 터무니 없이 급감해서 신입생이던 98학번들을 멀리서 보면 점심을 사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들을 피하던 선배들도 있었고, 공강 시간에는 당구를 치러가던 사람들이 게임방으로 가기 시작했고, 대학교 1, 2학년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으며, 졸업을 앞 둔 선배들은 취업란이라는 낯선 단어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98년 무렵 한국 젊은이들의 공공의 취미로 등장한 스타크래프트                             출처: Starcraft.com


게임방 열풍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를 필두로 리니지, RPG, Battle, Sports 게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발전하고 있는 게임산업에 덕분에 아직도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주류 문화의 한 채널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가끔 호기심에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게임방을 가는데, 갈 때마다 최신식 모니터와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들, 그리고 제자리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 기가 막힌 서비스에 감탄에 감탄을 하며 빠르게 발전하는 게임방 문화에 놀라고 올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제가 다룬 "알코올 중독"이 어른들의 문제라면, "게임 중독"은 아마도 청소년 중심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성인들 중에도 게임 중독에 빠진 분들이 꽤 있죠. 이번에는 게임 중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콘솔게임, PC게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아져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게임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국의 게임 중독률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로 어떤 분은 한국의 인터넷 기술과 속도, 그리고 보급률을 꼽기도 하는데, 자료를 보면 그 이야기도 꽤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출처: recode


2016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5%이고, 스마트폰 중독률은 29.2%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중독정신의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도 한국 청소년의 게임중독률은 12.4%였고, 성인의 게임중독률은 5.8%이었다고 합니다. 이 수치들은 2018년인 최근의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녀나 친구, 배우자가 게임중독에 빠진 것을 지켜보는 분들의 심란한 마음과 좌절감도 심각한 수준이라서 가정 불화, 학교 폭력, 그 외 추가적인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알코올 중독은 몸이 중독되면 어느 상황에서는 몸이 심한 저항 반응을 보여서 (예를 들면 구토) 스스로 강제 제어가 되지만 게임은 강제 제어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한 참이던 시절에 어떤 분이 게임방에서 3일 이상 그 자리에서 계속 게임만 하다가 결국 사고가 나서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는데, 게임은 한 번 몰입하면 쉽게 강제 제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기에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게임중독의 증상, 원인, 그리고 현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안 등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게임 중독의 정의 및 증상

 게임 중독(Gaming Disorder)은 이미 세계국제보건 기구가 편찬한 정신보건편람인 ICD (11th edition)에 정신 질환의 하나로 공식 등재되었습니다. 여기서 게임 중독의 주요 진단 기준은 당사자 스스로 게임을 멈추기 힘들어하며 게임을 하는 시간 조절이 안되고(Impaird control over gaming), 결국 다른 것보다 점차 게임을 가장 중요시 여기며(Increased priority given to gaming over other activities), 게임에 지나치게 빠지는 생활 패턴 탓에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나는지(Escalatation of gamig despite the occurance of negative consequences) 등의 여부입니다. 이런 행동이 최소 1년 이상 지속되며 당사자 개인, 가족, 친구, 학교 생활, 직장 생활 등에서 지장을 초래하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사람은 게임 중독자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이나 가족 또는 친구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이 게임에 중독되었는지 알아보려면 다음의 게임 중독 증상 여부를 관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A. 내성

게임을 사용하면 할수록 만족을 얻게 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경우 (효과 감소)  

B. 금단

장기간 게임을 중지 혹은 게임시간을 감소한 뒤, 정신운동성 초조/불안/강박적 사고/환상 혹은 꿈/

금단으로 인해 사회적 혹은 직업적, 그 밖의 중요한 부분에서의 고통이나 지장을 유발할 때

금단증상을 완화, 회피하기 위해 대체적인 게임을 시도하는 행동을 할 경우  

C.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주, 길게 게임을 하는 경우  

D. 게임하는 시간 줄이거나 조절하려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있었거나 혹은 그 시도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E. 상당량의 시간을 게임과 관련된 행동에 소비하는 경우  

F. 중요한 사회, 직업, 혹은 여가활동이 게임 때문에 포기되거나 감소되는 경우  

G. 게임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고,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신체적, 사회적, 직업적, 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을 하는 경우


그리고 추가적으로 다음의 세부사항도 함께 검토하면 중독 진찰을 보다 정확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게임 중독 증세 자기 진단표 ※  

1. 게임을 하고 있지 않는데도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2. 게임을 한 이후로 해야 할 일이나 물건을 잃어버리는 등 건망증이 늘었다.

3.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

4. 게임 때문에 시험(일)을 망친 적이 있다.

5. 게임을 통해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6. 게임을 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7. 컴퓨터를 켠 후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한다.

8. 게임을 하지 못할 때면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다.

9. 게임하는 것 때문에 가족들과 다툰 적이 있다.

10. 게임 때문에 밤을 새운 적이 많다.

11. 게임을 하는 도중 주인공이 다치거나 죽으면 마치 내가 그러는 느낌이 든다.

12. 게임을 하다가 고함을 치는 경우가 많다.

13. 내가 현실 생활보다 게임에서 더 유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14. 게임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도 번번이 실패한다.


그렇다면, 게임에 중독되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부작용적 생활 패턴이 생기게 될까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특징으로는 "지나친 피로감과 수면", "성적 하락", "취미생활의 감소", "친구와 멀어짐", 그리고 "반항과 불복종" 등의 예를 들 수 있지만, 이런 점 이외에도 더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전에 EBS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서 2009년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던 실험 결과를 토대로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과 게임을 덜하는 아이들을 비교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실험에 따르면,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일수록 자기효능감, 충동통제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만족도, 공감능력, 자율성, 관계성, 그리고 뇌 혈류량의 측면에서 눈에 띌 정도로 비교군에 비해서 감퇴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출처: EBS 아이의 사생활


출처: EBS 아이의 사생활


 십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이 갖는 가장 큰 위험성은 바로 과다한 게임에 장시간 노출된 아이들의 경우 그 결과 그들의 전두엽 성장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위의 실험 결과는 이미 게임에 영향을 받아 성장기에 맞춰서 성장해야 하는 그들의 뇌가 건강하게 보조를 맞춰서 성장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두엽은 순서배열능력, 의사결정능력, 집중력, 성격 형성, 문제 해결 능력, 어휘표현능력, 자발성능력, 감정조절능력 등을 비롯한 정신능력 발휘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EBS 아이의 사생활


출처: 아이의 사생활


이후에 연구진은 게임 과다 이용 학생들에게 억지로라도 게임 대신 운동을 하도록 했는데 불과 몇 주만에 그들의 뇌혈류량을 비롯한 다른 항목이 몰라보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해외 연구자료들 중에는 아이들의 게임중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나이가 만 11세라고 하니,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이 11세가 될 무렵부터는 더욱 신경을 쓰셔서 아이들의 게임시간을 운동시간으로 점차 대체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뇌 안에서 도파민은 보상(동기 유발), 즐거움, 운동능력, 충동 행동을 주관하는 호르몬이고, 세로토닌은 정서 조절, 기억, 사고, 수면, 인지를 주도하는 호르몬입니다. 각각의 호르몬은 관련 행동과 자극에 따라 경로(Pathway)가 형성되기에 한 번 게임을 통해 만족을 느끼는 경로가 생기면 쉽게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경로를 대신할 운동/대인 교류 등을 통한 다른 도파민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게임 중독에 빠지는 원인 및 경과

그러면, 과연 사람들은 왜 게임중독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개인마다 그 원인과 경로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연구자료 등에 따르면 가장 공통적인 원인은 세 가지로, 신체적 특징, 심리적 특징, 그리고 사회 한경적 요인이 존재합니다.


첫째로 신체적 특징 (Physical Trait)이 그 사람을 보다 쉽게 게임에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만성적으로 과각성 혹은 저각성 상태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은 점차 보다 편안한 상태, 즉 최적의 각성상태에 머물기 위해 일종의 카타르시스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안적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데, 그런 활동으로 게임을 선택하게 되면 게임 중독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내성/금단 현상의 위험성이 높고, 위험감수/감각추구행동/불확실한 상황 통제/보상을 추구하는 경향도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다 높은 감각추구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 자주 중독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Zuckerman, 1994), 다른 실험에서도 감각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스릴/모험추구/강렬함 추구 항목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Powell 외, 1999). 즉, 게임도 점차 어려운 스테이지를 돌파하고 클리어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익명의 상대방과 1:1로 실력을 통해 자웅을 겨루는 순간 느끼는 긴장감과 모험추구심이 분명히 발동되기 때문에, 이런 감흥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보다 쉽게 취미 이상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쉬울 것입니다. 즉, 이러한 감각추구 성향은 그 사람에게 흥분을 유발하고, 동시에 일상의 불안이나 스트레스로부터 회피를 시켜 주기 때문에 게임중독에 있어서 강력한 예측변인이 됩니다. Jacob의 이론에 의하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학생은 적정 수준의 각성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게임을 계속하며,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게임을 하는 동안 각성 수준이 증가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 기분이 고조되어 낙관적이 되고, 더욱 흥분되는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요인으로 심리적 요인 (Psychological Trait)이 있는데, 게임 중독에 더 쉽게 빠지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쉽게 상처를 받는 취약성(Vulnerability)이 있는데, 이런 취약성은 그 사람이 보다 쉽게 낮은 자존감, 거부당함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 열등감, 죄책감, 부적절성 (독립성/문제해결력)을 느끼게 만들어서 그 사람은 자기의 정체성(자기 성격, 철학, 스타일 등)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인 정체감 추구하게 만들고, 현실을 회피하게 만드는데,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 일종의 항우울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자기 보호를 하고 자기 가치를 증진시키고 싶을 때도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 이유는 게임을 하게 되면 현실이 아닌 새로운 가상공간에서나마 낮은 자존감, 우울, 불쾌한 정서 등의 기분상태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정환경적 요소도 중요한데, 예를 들어서 가정 내 부모 간의 갈등, 불화한 가정 분위기, 부모로부터 인정/애정 결핍, 수치심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아이들(또는 성인들)도 이런 스트레스를 이겨내거나 회피하기 위해 게임에 몰두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정환경이나 다른 요소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도 신경정신과적 측면에서 볼 때, 만성적 불안, 불안정한 정서,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 그런 상황에서 탈출하고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 즉 만성적 심리적 요인도 중요한 요소가 되며,



세 번째 요인으로 사회환경적 요소인데, 연구자료에 따르면, 사회환경적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소년,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청소년일수록 게임 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경우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이 서로에게 관심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이 되었고, 젊은 층을 위한 건전한 놀이 문화가 아직 많이 부족한데다가 게임에 대한 접근 용이성은 무척 높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 대한 위험성은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복잡하고 경쟁이 높아지는 사회 속에서, 개인은 진정한 벗이나 멘토 없이 방황하는 경우가 많기에, 새로운 인격을 창출할 수 있고, 끊임없는 재미와 호기심의 충족 그리고 사람 간의 다양한 교류가 가능한 게임 속 가상현실이 오히려 정감있게 다가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가상 현실에서는 치열한 경쟁도 없고 왕따도 없고 잔소리도 없는데다가 모든 것을 익명으로 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에 억제가 더 힘들 수도 있겠습니다. 게다가 늘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에게 가상공간은 시간마저 왜곡되는 공간이기도 하며, 온라인상에서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자들끼리 만나는 공간이다보니 현실에서보다 더 빨리, 더 깊이 유대감이 형성되어 마치 현실세계의 동호회와 같이 쉽게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요약해보면, 어린 시절을 거쳐 성인기로 가는 길목에서 자신을 위협하거나 불쾌하게 하는 요인들을 잊고, 회피하고, 거부하고자 게임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인데, 일전에 제가 알코올 중독에 대해 다룰 때 무조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알코올 중독이 아니고 술을 왜 마시게 되는지 그 이유와 경로가 그 사람이 알코올 중독자인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 것처럼, 게임중독도 그 사람이 단지 게임을 많이 한다고 게임중독은 아닙니다. 문제는 게임을 왜 하는 것이며, 왜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게임을 하지 않을 때의 삶의 질이 얼마나 양호한지의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보통 알코올 중독의 경우처럼 불안감, 분노, 보상감 충족을 위해 게임을 하며, 생활에서 다른 가치와 취미생활 등과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게임중독에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게임 중독에 대한 치료 및 대안법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게임중독에 걸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원인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적절한 대안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신체적 특징의 측면에 대해서는 알코올 중독자를 술에서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 그 출발인 것처럼, 일종의 금주활동에 해당하는 억제 계획을 짜서 게임중독자와 함께 게임을 줄이거나 멈추고 그 시간을 더 유용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대화하며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다소 항진되거나 불균형했던 뇌도 뉴로피드백 효과를 통해 다시 보다 건강해 질 수도 있고, 게임 중독자가 부모와 전문가, 그리고 멘토와 대화를 하면서 이런 저런 다양한 게임 대체물을 발견하고 그런 것에 몰입하고 다양한 취미생활을 시도하다보면, 자신의 신체적 특징에서 우러나는 욕구를 게임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게임 관련 환경을 바꿔줘야 하는데, 다음의 항목들을 기초로 해서 각 가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계획을 마련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게임 관련 환경 바꾸기>   

가정에서 게임 관련 환경에 변화를 준다.  

1. 컴퓨터를 가족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동 공간에 둔다.

2. 컴퓨터는 정해진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한다.

3. 게임 사용의 규칙을 정한다.

4. 일주일에 한 번은 컴퓨터나 텔레비전의 휴요일을 정한다.

5. 약속 이행을 위한 보상을 정한다.

6.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훈련한다.


결국, 가정에서 게임 중독자와 협력해서 게임을 강제로 중지시키고 그런 만큼의 시간을 채워 주면서 당사자의 보상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족이나 친구가 함께 하면서 "시간"을 나누고, 모임이나 교제도 "자연"의 공간 속에서 함께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심리적인 측면입니다. 게임 중독자의 경우 이미 불안/우울/분노/트라우마 등의 부정적 감정이 가득 차서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회피의 수단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게임중독자들은 정신질환적 성향(우울증, 강박증, 불안장애, 공황 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십대 게임 중독자들의 경우는 부모의 품에서 아동으로서 의지하고 지내다가 한 명의 독립된 개체로서 세상을 향해 나가기 일보직전의 상태에서 세상을 향한 불안감과 부담감을 갖고 아직 홀로 서서 독립하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경우 게임에 의지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부모님이나 형제들도 그동안의 대화방식이나 대응방식을 잠시 내려놓고 당사자의 내면을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필수적입니다. 앞에는 쫙 펼쳐진 들판과 2차선 도로가 있지만, 혼자 운전해 본 적이 없는 초보운전자와 같은 그들에게 부모와 멘토로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차량의 기본 파트의 기능과 사용법을 알려주고, 지도를 꺼내서 어떤 목표지점들이 있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지도를 통해 설명해 주고, 차량 정비법과 비상시 대처법 등을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알려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멘토가 운전자를 신뢰하고 지지하고 있음을 알려주어 운전자가 확신과 자신감을 가지고 목표를 스스로 정해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되는 과정인 만큼 확신을 가지고 자기만의 인생을 써내려갈 준비를 하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부모의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며 그런 목표를 추구할 때 보상감을 느끼도록 강요했다면 (예를 들면, 학교 성적), 이제는 본인만의 보상체제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자유와 권한을 줄 때가 된 것입니다.


 

의미 있고 열린 대화를 할 수록 학생을 도와줄 수 있는 정보와 소스는 많아지며, 부모가 몰랐던 학생만의 애로사항이나 문제도 알고 서로 깊은 대화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대화가 물론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전문 상담사나 상담소, 또는 학교 선생님과의 협력도 필요합니다. 평소 말이나 대화가 많지 않은 식탁에서 부모님으로서 갑자기 깊이 있는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도 무척 어색하고 어려운데다가, 설령 그런 상담적인 대화를 시도하려고 해도 심리나 상담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서 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제가 그런 부모님들에게 가장 쉬운 방법을 하나 제안하자면, 아이가 무슨 말을 하던 그 말을 하는 동안 자르거나, 끼어들거나, 말을 막지 말고 친절한 표정으로 다 들으신 뒤에, 방금 그 학생 (가명으로 홍길동이라고 하겠습니다)이 한 말을 그냥 들은 대로 재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란 학생이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


“나(홍길동)는 어제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기말고사를 준비했어요. 시험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불안하고 압박감이 느꼈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자마자 수학부터 공부했어요. 가장 많은 노력을 들여서 공부한 과목이지만 여전히 가장 어려운 것이 수학이에요. 다소 스스로 실망스러웠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수학 공부를 했고 점심에는 친구와 만나서 햄버거를 사 먹었는데 다소 속이 거북했어요.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싸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아침부터 장사를 하러 나가시는 어머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오후에는 화학과 물리를 공부했는데 어려운 문제는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도움을 받았어요. 그 친구는 화학을 너무 잘해서 다소 열등감이 느껴지기도 해요. 아마 제가 그 친구보다 잘 하는 과목은 없는 것 같아요. 저녁에는 집에 와서 동생과 TV를 보면서 쉬었어요. 부모님은 동생이 잠들고 나서야 밤 늦게 귀가하셨는데, 부모님이 조금 더 일찍 귀가하시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면,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냥 아이의 눈을 보며 들은 말을 학생의 시점에서 그대로 기억나는 대로 최대한 동일하게 재생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응 그래. 나 길동이는 어제 도서관에 가서 시험 준비를 했어. 시험 준비하느라 많이 불안해서 부랴부랴 도서관에 가서 수학부터 공부했지. 아무리 노력해도 수학은 여전히 어렵네. 그래도 열심히 두 시간 동안 공부했고, 점심에는 친한 친구와 햄버거를 사 먹었는데 긴장한 탓인지 속이 거북했어.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싸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미안해서 그런 말을 못하겠어. 오후에는 화학과 물리를 공부했는데, 나보다 공부를 훨씬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다행히 그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도움을 받았어. 집에 와서 동생과 TV를 보며 쉬었어. 부모님은 매일 늦게 오시는데, 조금 더 일찍 오시면 좋겠어요...라는 말이구나”


이런 듣기 중심의 대화가 여러분이 자녀나 그 외 다른 분들과의 의미 있는 열린 대화를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가정은 복잡하고 경쟁으로 가득찬 험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안락한 등대가 비치는 휴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과 "의미"를 매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며 중독자 당사자를 비롯해서 가족 전체가 마음 속에 일종의 탄력(Resilience)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협력해서 더 좋은 가치를 함께 이루어 갈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생기고, 서로 융통성 있고 열린 자세로 서로 친밀하게 연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소통이 허락되는 가정 문화가 형성된다면, 그 만큼 구성원이 게임 중독에 빠질 일도, 설령 중독에 빠졌다가도 서로의 연합을 통해 다시 원위치로 쉽게 돌아올 것입니다.


셋째로, 사회환경적 요소입니다. 이것은 사실 상당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왜냐면 개인 몇 명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에는 다양한 "이즘(-ism)"이 사람들이 서로를 병적으로 판단하는 태도를 갖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별주의(Sexism)와 계급주의(Classism)를 비롯한 "-ism"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가치함, 우울함, 열등감, 그리고 수치심을 내면화하게끔 유도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 고유의 능력과 성향,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온 인생 고유의 이야기가 대등한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와 인식이 요구됩니다. 각자의 고유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강조한 것처럼, 작고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보상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취미생활이나 습관, 그리고 관념을 형성해 나간다면 서로 격려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로 한 걸음의 폭만큼은 진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게임중독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저는 게임중독도 알코올 중독처럼 결국은 어떤 개인이 진흙탕에 빠진 차량이 헛바퀴를 돌리며 나오려고 분투하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외로운 싸움을 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 절규하며 헛바퀴를 돌리는 그들의 뒤로 가서 서로 힘을 합쳐 그 차량을 밀어주면, 회복 이상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오늘 주변을 둘러보시고, 진흙탕에서 혼자 헛바퀴질을 하며 그 절규와 고통을 말하기도 쑥스러워 혼자 신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뒤로 가서 힘껏 밀며 지지하며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슬슬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함께 자전거를 타고 점심으로 돈까스를 먹는 것도 근사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만.


모두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주말 되기를 소망합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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