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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Feb 26. 2018

알코올 중독에 대하여 - 제2편

알코올 중독 2편 (알코올 중독의 원인 및 치료에 대한 탐구)

얼마 전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 개괄적으로나마 그 원인 및 치료법에 대해 가볍게 훑어봤습니다. 독자들을 위해서 나름대로 정보를 찾고, 생각을 정리해서 썼는데, 뭔가가 많이 부족한 듯해서 그동안 책을 더 읽고, 정보를 모으며 조금 더 생각을 추가해 보았고, 그 내용들 중 독자분들 중에 본인이나 주변분(가족, 친구 등)들이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경우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Vernon E. Johnson의 Intervention: Step by Step Guide for Families and Friends of Chemically Dependent Persons라는 책의 내용을 주로 참고해 가면서 중독에 대한 생각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다음에 소개되는 내용들은 제 생각이나 다른 정보에서 얻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Vernon Johnson의 책을 참조한 내용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알코올 중독에 대해서 1편에서 강조한 것처럼, 알코올 중독(약물 중독 포함)은 1956년 미국의학협회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정의 내린 분명한 하나의 질병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알코올 중독자를 술에 의지하고 중독되었다는 이유로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그들을 돕고 싶다면 이것이 질병이라는 것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거의 충동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들의 특징은 그 충동이 "부적절함", "예측 불가함", "지나치게 많이", 그리고 "꾸준히" 마신다는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Johnson, p.5). 주로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적 문제(예를 들어 트라우마)를 해결하고 다루고자 음주를 하게 되는데 결국 음주는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안 되고 다른 문제를 더 키워서 나중에는 중독자의 25% ~ 50%가 전문기관에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중독자들이 처음에는 안그랬는데 점차 술에 의지해 왔으니, 이제 반대로 술을 차차 줄이면 쉽게 정상적으로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들이 정상적이고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은 "술을 끊는 것" 이것 하나 뿐입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주변에서 도와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차츰 회복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생기는 원인은 무척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들이 결합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지만, 아직 확실한 루트가 명쾌하게 원리로써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유전자에 의한 영향이 있다는 보고도 있고, 개인 성격의 특징, 그리고 트라우마와 상처, 그리고 기타 여러 요소가 가능할 수 있는 요소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쉽게 알코올에 중독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은 아무리 일부러 중독이 되려고 해도 중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알코올 중독도 분명 연구주제로서 불가사의한 영역에 있는 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주변분들은 중독자들이 결코 그들의 윤리의식이나, 의지력, 또는 마음이 약해서 중독에서 쉽게 못 헤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지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을 위한 간단한 알코올 중독 증상 및 중독 정보를 점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Johnson, p.11)

1. 그 사람이 과거보다 지금 더 술을 자주 (많이) 먹나요?

2.  그 사람이 술을 먹거나 약물을 사용 중일 때 가까이 가기가 겁이 나나요? (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3. 그 사람은 술이나 약물을 사용 중일 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부인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나요?

4. 그 사람의 술과 약물 섭취가 걱정될 정도입니까?

5. 그 사람은 자신의 술/약물 섭취에 대해 문제시 삼아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를 거절하나요?

6. 그 사람이 술이나 약물을 섭취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어긴 적이 있나요?

7. 그 사람이 술이나 약물 섭취에 대해 당신에게 거짓말하거나 숨긴 적이 있나요?

8. 그 사람의 음주나 약물 사용에 의해서 불쾌하거나 놀란 적이 있나요?

9. 당신이 그 사람의 음주문제나 약물 사용을 숨기려고 다른 이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숨긴 적이 있나요?

10. 그 사람이 음주 상태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타인들에게 대신 사과한 적이 있나요?

11. 그 사람 주변에도 술을 많이 먹거나 중독자인 사람이 있나요?

12. 그 사람은 술을 먹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있나요?

13. 그 사람의 음주 문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나요?

14. 그 사람이 술을 마실까 봐 오히려 명절이나 휴일을 맞이하기 두려운가요?

15. 그 사람의 술 문제만 생각하면 그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걱정이 되나요?

16. 그 사람의 술 문제를 보호하기 위해 그 사람의 동료나 친구에게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적이 있나요?

17. 그 사람은 자신이 단지 맥주만 조금 마실 뿐이라면서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자신의 중독을 부인하나요?

18. 그 사람은 술만 마시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하나요?

19. 그 사람은 술이 제공되지 않는 회식자리에는 가지 않으려고 하나요?

20. 그 사람은 술이 판매되는 음식점이 아니면 가지 않으려고 하나요?

21. 그 사람은 음주 상태에서 음주한 적이 있나요?

22. 실제로 그 사람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게 적발된 적이 있나요?

23. 그 사람이 술을 먹었을 때 그 사람을 집에 데려가기가 걱정되나요?

24. 타인이 당신에게 그 사람의 음주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나요?

25. 그 사람이 술과 관련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후회한 적이 있나요?

26. 만일 그 사람이 당신의 배우자라면, 배우자가 술을 먹고 오거나 집에서 술을 먹는 것을 본 자녀들이 겁에 질리는 경우가 있나요?

27. 그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이 낮은 편인가요?

28. 그 사람이 숨겨놓은 술이나 약물을 본 적이 있나요?

29. 술과 약물 구입 때문에 재정에 문제가 생길 정도인가요?

30. 그 사람은 술이나 약물을 사용할 시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편인가요?

(이 중 3개 이상에 대해 "네"라고 답했다면, 그 사람은 알코올 중독일 가능성이 있고

 이 중 5개 이상에 대해 "네"라고 답했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지며

 이 중 7개 이상에 대해 "네"라고 답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한 건강했던 사람이 중독자가 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맥주 한두 잔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렸다가 1시간 내로 몸과 마음이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런 학습이 반복되면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점차 음주량이 늘어나게 되고, 원상태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며, 음주를 더 안 하면 오히려 술을 마시기 전인 원상태보다도 더 안 좋은 마음 상태로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대부분은 술을 더 자주/많이 마시게 되는 악수를 두게 되어 몸과 마음은 점차 술에 더 의존하게 되고, 원하던 마음 상태(예전의 맥주 한잔으로 기분이 좋아지는)는 쉽게 도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술이 깨서 더 안 좋은 마음 상태로 갈까 봐 걱정과 두려움이 생겨서 술을 더 마시게 되고, 술에서 깨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게 되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이제는 술을 마시고 쉽게 필름이 끊겨서 자신이 어떤 행동이나 말실수를 했는지 기억을 못 하는 것이 비일비재하게 되고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런 그를 말리고 돕는데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왜 그렇게 술을 마십니까? 지금 당신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십니까?"라고 묻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들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난 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중독자 본인은 중독이 된 자신의 문제가 배우자나 다른 사람 탓이라며 가족들에게 자신의 감정적 독소를 투영(Projection)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재미없고 매력이 없어서 내가 술집에 가는 거야"라든가 "당신이 식사를 맛있게 차렸으면 내가 술집에 가지 않았겠지"하면서 상대 탓을 해버리는 경우가 그런 예입니다. 중독자는 또한 자신의 중독성향과 중독 증세를 일부러 부인하고 그런 기억들을 억누르며(Repression), 자신이 취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Feeling)는 기억해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Action) 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감정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하고 격한 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그런 알코올 중독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와 가족들도 대부분 공통적으로 그 중독자 때문에 분노, 수치심, 상처, 트라우마, 외로움, 공포, 불확정성, 완벽주의, 죄책감,  반항심을 경험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가족들(특히 배우자)은 중독자가 만취 상태에서 벌인 실수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사과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 중독자를 보호하는 보호자(Protector)가 되기도 쉽고, 그 중독자의 행동이나 음주 관련 행동을 예방하고 단속하기 위해 행동하는 조절자(Controller)가 되기도 하고, 때로 중독자를 비난하는 비난자(Blamer)가 되기도 하고, 아무도 자신의 고통을 모른다는 무력감과 오랜 외로움 속에서 고독자(Loner)가 되기도 하고, 지친 나머지 자신도 결국 술이나 약물에 의지하는 다른 중독자 (Co-depedent)가 되기도 합니다.



Vernon Johnshon이 중독자 치료 해결책으로 제시한 방법은 팀워크를 통한 치료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치료라기보다는 중독자를 치료로 인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직시하여 그 심각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자와 전문가들은 중독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방어막을 치는 것을 봐왔고, 그래서 그 방어막을 없애서 현실성과 객관적 안목이 중독자의 눈과 마음까지 전해져서 그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확한 모습을 보게끔 하는 것이 주효하다고 합니다 (Johnson, p.61). 그래서 배우자나 보호자들도 중독자를 무조건 보호하고 지켜주려고만 하지 말고 동정(Sympathy)보다는 적절한 공감(Empathy)과 격려(Motivation)로 중독자를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재는 바로 지금(Now) 시작되어야 하고 바로 당신이 그 적임자입니다. 중재 팀은 약 3명에서 5명이 적절한데, 정말 그 중독자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해야 합니다. 보통 중독자의 가족, 종교인, 회사 동료, 친구가 좋은 후보군으로 뽑힙니다.


팀을 구성한 뒤에는 모여서 중독에 대한 증상과 특징을 공부하고, 중독자에 대한 다음 사항들을 숙지합니다 ( Johnson, p.70).

1) 중독은 그 사람의 의지력과 무관한 하나의 질병이다.

2) 중독증상은 그 사람의 그 의지력마저 악화시킨다.

3) 중독자는 오랫동안 자신의 의지와 계획과는 무관하게 방어기제가 발달되어와서 현재 자신이 중독자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 것이다.

4) 중독자는 그 방어기제 때문에 자신이 왜 이런 자리에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5) 중독증상은 중독자가 아니다. 즉 중독증상은 중독자와는 별개의 독립된 문제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중독자의 미래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이후, 팀원들은 각자 자신이 그 중독자에게서 중독증세라고 느끼거나 실제로 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사실 기반으로 적어서 데이터를 모으고 어떤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적절한지 토의합니다.

데이터의 예) "당신은 지난 월요일에 8시까지 집에 온다고 했었지만 실제로는 새벽 1시에 만취해서 집에 왔었지. 그리고 술냄새가 나는 옷도 벗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어"


이후, 팀리더를 선출하고 팀원들이 모여서 실제로 리허설을 합니다. 한 사람씩 준비한 데이터를 차분히 읽고 반응을 듣습니다. 중독자를 앉혀 놓고 데이터를 읽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발생 가능한 반응을 모두 상상해보고 리허설 시작전에 일부러 한 명에게 중독자 역할을 맡겨서 가상으로 중독자를 중심으로 한 대화를 해보고 미리 중독자의 여러가지 저항 상황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을 마련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제의된 방법이라서 얼마나 한국에서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중독자 본인에게 불쾌하고 괴롭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중독자를 위해서 묵묵히 진행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물론 대화와 중재 과정에서 중독자를 몰아세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사실 기반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하며 "당신은 중독되었으니 치료를 받자"라는 메시지가 그 사람에게 올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런 대화가 잘 될 경우, 중독자 한 명만 치료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관련된 가족 전체가 함께 가족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고, 부부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결국 서로 믿음과 애정을 기반으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뭔가 엉킨 실타래의 끝자락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그 중독자를 중독자로 몰아세웠는지, 그 길고 긴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이야기 다발에서도 많은 공통점을 느끼고 서로서로를 위해 아파하고 공감하는 따스한 마음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독은 처음에는 심리적/기질적/환경적인 복합 요소에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육체 문제로 수렴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몸이 술에 중독되어 많은 메커니즘이 바뀐 상태가 되기 때문에 빨리 손을 써야 하며, 필요한 경우 약을 사용하게 되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알코올 전문 상담소가 많고 종교기관에서도 AA (Alcoholics Anonymous)라고 해서 중독자들끼리 모여서 진행하는 집단 상담 모임도 있지만 아직 한국에는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책이나 웹서핑을 조금만 해보면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상담소, 병원, 기관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독은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지금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 중에 중독자가 있다면 한 번 이런 팀플레이도 생각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술이 어떤 곳에서는 마치 낭만적인 것이고 즐거움을 전달하는 긍정적인 매개물인 양 소개되거나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많은 중독자를 양성하기도 하고 많은 사건이나 사고의 배경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모순된 현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 편으로는 많이 씁쓸해 지기도 합니다.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중독자들의 쾌유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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