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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잘러 장피엠 May 06. 2018

경영학 전공하지 마라

그렇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네 인생은 멋질 테니 걱정 말거라

경영학과에 대한 도발


  나는 경제학을 주전공/경영학을 부전공했으며, 학부 졸업을 했다. 나는 경제학이나 경영학 수업에서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학부만 졸업했기 때문에 경제/경영 학문의 겨우 맛만 보았다는 게 맞겠다. 따라서 나는 경제학/경영학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단지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경제학/경영학을 훨씬 깊게 공부한 동료, 선후배도 잘 알고 있다. 특히 경영학과에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학문적 열정을 가진 선후배도 많았다. 그들의 열정과 성취는 내 글의 범위 밖이다. 이 글은 순전히 학부의 경영학과에 대한 내 주관적 의견을 학과에 갓 진입하려는 신입생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전하는 게 목적이다.


  이 글의 시작은 우수한 문과 학생들이 경영학과를 지망한다는 고교 선생님인 내 아내의 이야기였다. 특히 법대 폐지 이후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경영학과를 지망한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든 생각은 안타까움이었다. 고등학생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진로에 대해서 고민해볼 충분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막연히 경영학과를 선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들은 학생들의 생각과 내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짐작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리고 싶다.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한다?


  내 기준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한 고등학생의 생각은 더 큰 꿈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로스쿨에 진학해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대학 입시에서는 경영학과를 가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 한다고 한다.(어떤 학생은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유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 기업 영역인 로스쿨 입시에 경영학과가 왜 유리한지는 사실 이해가 가진 않는다. 점수가 높은 사람이 경영학과를 가기 때문, 즉 인과 관계가 바뀐 게 아닐까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경영학과가 로스쿨에 진학하는데 유불리를 따지거나, 로스쿨이 좋은 진로인지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내가 가지 않은 잘 모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단지 나이를 먹고 사회 경험을 쌓아가면서 생긴 작은 지혜를 공유해주고 싶다. 바로 꿈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 변화된 꿈이 이전 꿈보다 더 선명하다는 것, 꿈의 변화가 나를 더 독특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는 어렴풋이 관료나 정치인이 되고 싶었다. 주요 공직자 임명이 신문에 나는 것을 보고, 그들처럼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대학교 때는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만 하기보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삶을 살고 싶어서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그렇게 대기업에 직장을 잡고 나니, 진정으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궤도를 변경하며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삶은 점을 이어 나가는 것(Connecting Dots)라고 한다. 점들은 매 순간의 선택으로 연결되는 것이며, 그렇게 연결된 선이 내 삶을 설명해준다. 그러니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목표를 미리 세워둔 후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내 삶을 계획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궤도 변경, 즉 계획 수정이 내 삶을 타인과 구분되는 독특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나의 독특한 점은 나를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분명한 가치관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전공을 결정할 때도 그러니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불확실한 미래의 목표가 기준이 되기보단 현재의 선호와 소질을 바탕으로 내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영학과를 선택한다?


  오히려 위와 반대로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꿈과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학과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제도권 교육을 이수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선택의 순간에 나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때 진로에 대한 결정을 유예할 수 있는 방법이 점수 맞춰서 진학하는 선택이었다. 잘 나가는 학과에 가면 미래의 기회도 많고, 과를 옮기더라도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기회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택해서 경제학과를 선택해서 입학하고, 졸업할 때 기회를 넓히기 위해 경영학과도 부전공한 내가 회고했을 때 이러한 결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이 결정은 회고해보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하며 결정을 남에게 떠넘기거나 미래로 결정을 유예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찾아온 내 진로에 대해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 이러한 많은 기회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선택해야 하는 진로는 하나였기 때문이다.


  진로와 꿈에 대한 결정은 유예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누가 대신 선택해줄 수 없는 것이다. 기회를 넓히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은 그러므로 중요한 결정을 뒤로 미루는 어리석은 결정이다. 전공을 선택할 때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내면의 목소리를 귀 기울였다면 대학 수업을 좀 더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한 살면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다 보니 빠른 성공보다는 빠른 실패가 낫다는 것을 느낀다. 빠른 성공은 운 좋게 성공한 것이기에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신 빠른 실패는 최소한 내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어느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러므로 나를 실패는 나를 성장시킨다. 그러므로 빠르게 실패하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다. 전공도 마찬가지다. 내가 정말 원한다고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틀린 선택이 결국 나를 성장시키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안목을 줄 것이다.



기업에 관심 있어서 경영학과를 선택한다?


  경영학과는 기업 활동에 대해서 공부한다. 다만 그 관점이 경영자의 관점이지 직장인의 관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대기업 경영을 해야 하는 2세 경영자가 아닌 일반 직장인이라면 경영학과의 유용성에 대해서 한번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창업 경영자의 경영도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내용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인이거나 창업자로 자리잡고, 성장하고, 인정받기 위한 핵심은 문제해결력이다. 재무/회계/마케팅/전략 지식이나 프레임워크가 절대 아니다. 일의 핵심인 문제해결력은 생각을 밀고 나가는 사고력, 이를 실행하는 실행력, 결과를 피드백받아 개선하는 학습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은 경영학과를 전공하는 것으로 길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치철학이나 문학이 깊은 사고력을 키우는 데 좋은 훈련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업의 일원으로 일하다가 필요한 기능은 그때그때 배워서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영학의 진입 장벽은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일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는 것이 경영학을 전공해서 배우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해서 기업의 일원으로 채용되는 데 있어서도 점차 경영학의 차별성은 약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느낌적으로 그렇다.


  경영학과를 전공함으로써 진취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경영학과에는 진취적이고 글로벌한 사람들이 타 과보다는 많은 것 같다. (이런 걸 재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도 있었다ㅋㅋ) 하지만 진취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은 많다. 수업/조 모임/동아리 등 대학의 다양한 활동 속에서 노력만 하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생은 한 선택으로 결코 망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후배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각자의 선택이 나도 모르는 영역으로 후배들의 삶을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도 인생에서 정말 값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경영학, 경영학과의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크게 가치를 못 느끼고 다른 전공을 선택해볼껄하고 아쉬워하지만, 경영학과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결정 자체는 내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


   우리의 삶은 한 선택으로 결코 망가지지 않는다. 비록 조금 내게는 맞지 않는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의도치 않게 새로 배우는 것이 생기고, 만회할 수 있는 다른 기회들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배들은 조금 더 용기를 내도 된다.


  내 의견은 결코 경영학보다 경제학이 낫다라던지, 경영학과는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게 아쉬운 선택이었을지라도 타인에게는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다만, 자기 스스로 확신이 없는데 주변의 시선과 부모님의 기대로 인해 경영학과를 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는 아내의 제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내가 대학에 들어갈 2000년대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과대가 취업이 잘 안되어서 이공계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고 한다. 10년 사이에도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타인의 시선과 부모님에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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