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서 성취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마이클 펠프스라는 위대한 수영 선수가 있다. 그는 펠피쉬(펠프스+fish)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재능이 있는 것으로 기억되지만 그의 큰 성취의 이면에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아래 영상은 펠프스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에 대한 멋진 찬사다.
우리는 위대한 인간을 볼 때, 그의 재능을 부러워한다. 고통의 과정은 보이지 않고, 결과를 맺는 영광의 순간만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에 재능은 위대한 성취를 설명하는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재능으로 그의 성취를 설명함으로써, 재능이 없는 우리의 평범함을 위안한다.
"그릿(Grit)"이라는 책은 성취의 근원에 대한 글이다. 저자가 커다란 성취를 거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특성을 탐구한 결과, 성취의 원동력은 바로 그릿,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고 일을 끝까지 해내는 힘이 바로 그릿이며, 그릿이야말로 성취의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한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러닝머신에 올라간다면 그 사람이 먼저 기권하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정말로요.
이는 윌 스미스가 밝힌 자신의 성공 비결이다. 끝까지 해내기 위한 노력은 재능보다 훨씬 중요하다. 저자는 기술 = 재능 x 노력, 성취 = 기술 x 노력이라는 성취 이론으로 재능보다 노력이 성취의 핵심 변인임을 말한다. 노력을 통해 기술이 향상되고, 기술을 활용해 성취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노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게 하는 힘이 바로 그릿이다.
그릿을 가지려면 그릿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최상위 목표가 없거나, 최상위 목표가 있더라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하위 목표 구조가 없으면 그릿을 키울 수 없다. 그릿은 꾸준히 목표를 고수하는 힘이기 때문에 목표가 없으면 열정과 끈기도 금세 힘을 잃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목표 체계는 어떻게 세우고 이를 어떻게 심화시키는가에 대해서 저자는 4가지의 방법을 알려준다. (1) 관심, (2) 연습, (3) 목적의식, (4) 희망이다.
(1) 관심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느끼는 대상이 관심사이다. 열정을 느끼는 대상이 없으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계속 돌아보며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을 할 때 흥미를 느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관심사는 계시처럼 한 순간에 생기지 않으니 조금씩 관심을 자극하며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라고 조언한다.
(2) 연습
흥미가 생긴 일을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탁월하게 잘하도록 해야 한다. 의식적인 연습은 아무리 그 일의 대가라도 고통스럽다. 연습하는 과정의 고통,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수치심을 이겨내고 꾸준히 수행할 때, 몰입이라는 행복감도 맛볼 수 있다.
(3) 목적의식
내 개인의 목표가 타인과 사회 전체에 의미를 가질 때 그 목표 의식은 더 강화된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흥미나 관심과 같은 자기중심적인 동기에서 출발해, 절제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타인 중심의 목적으로 통합되는 순서로 목표 의식이 강화된다고 한다.
(4) 희망
목표를 추구하다 보면 좌절에도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역경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 느낄 때 비관론에 빠지고 더 노력할 힘을 잃기 쉽다. 여기서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이 희망이다. 그릿의 희망은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결심이다.
그릿은 "기업가 정신"과 상당히 비슷하다. 기업가 정신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려운 문제를 찾아내고, 이해해서, 결국은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릿은 결국 끝까지 해내는 힘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이다. 어느 분야든 탁월성에 도달하는 데는 지름길이 없다.
성공한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성공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실패를 맛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확신과, 꼭 해내겠다는 끈기, 비관적인 상황에서도 가지는 희망으로 데스 벨리(Death Valley : 창업 초기 어려운 구간)를 뛰어넘는다. 그릿을 가진다고 해서 모두 성공한 창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창업자들에게는 그릿과 비슷한 힘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의 문제로 돌아온다. 직장인으로서 그릿을 가지고 일에 임했는지 회고해봤을 때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기업에 있을 때도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퇴사라는 어찌 보면 쉬운 선택을 했고, 스타트업에 있을 때도 문제를 풀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들지 못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일에서 그릿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상당히 많은 직장인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그러니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지 못하고, 그 결과 점차 성취와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스포츠 스타나 유명한 예술가, 크게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직장인으로서도 그릿의 아이디어를 내 삶에 적용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릿을 키우는 것이 행복하게 일하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선택할 때 나는 조건에 맞고 좋아 보이는 곳을 선택해서 발령해주는 대로 일했다. 일과 내 개인의 장기 목표가 합치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처음에 직장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릿의 필요조건은 목표이다. 내가 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그 목표를 향한 열정을 지속할 수 있다. 목표는 나만의 배경과 경험을 통해 세우는 것이 자연스럽다. 링크드인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유연실 님의 글을 공유한다.
목표가 설정되어있더라도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의식적인 연습을 하는지 반문해보자. 우리는 운동, 악기, 언어 등 일과 상관없는 것을 배울 때는 의식적인 연습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의식적인 연습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탁월함에 빠르게 다가가지 못하고, 열정을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 내가 수행하는 일의 도메인과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