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믿고 싶은 인간의 본성
휴먼카인드는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대표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의 출처를 추적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었습니다. 이전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인간의 모습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우리 인간을 바라보는 냉소적이고 거침없이 신랄하게 바라보는 관점에 놀랐지만, 일절 동의 했었습니다. 당시 가장 임팩트가 컸던 것은, 사피엔스가 사실은 동시대에 존재했던 네안데르탈인을 청소해 버렸다고 보는 저자의 강렬한 표현이었습니다. 다소 거칠고 반발심이 드는 표현이지만, 저는 내심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니까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고 싶어 하는 성격이긴 하나, 누구나 심연에는 이기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 저의 기존 관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또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어떠한 선행을 행하는 일이 생긴다면 사실 그 시작점은 이기심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진정 원했든 아니든, 내가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내가 그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충만함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죠. 굳이 따지자면 나름 선해 보일 수 있는 이기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스스로를 동기 부여하는 이기심은 건강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딱 이 지점부터 뒤집고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육체적으로도, 지능적으로도 뛰어났던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지는 반면 연약하고 덜 똑똑했던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는, 그들이 ‘연결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사실 포커 페이스는 본능이 아닙니다. 우리가 얼굴이 붉어지는 것 또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위한 것이죠. 눈동자로 시선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서로 교감하며 모자란 것을 모방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했어요. 이러한 본성은 대를 이어가며 결국 가장 강한 집단이 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 또한 이 대목을 읽고, 우리가 부족한 무언가를 누군가한테 배운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능력을 익혀왔던 시간과 경험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고, 그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그러하며, 이 연쇄 작용을 통해 집단이 강대해진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대표적인 비극적 사건을 예시로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것을 학습 받았습니다. 파리대왕, 이스터섬, 스탠퍼드 감옥 실험, 밀그램의 복종 실험, 캐서린 제노비스(방관자 효과) 사건 등을 통해 말이죠. 하지만 저자는 납득하지 않았어요. 이미 기정사실이 되버린 인간의 그 본성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집요하게 사건들의 전말을 추적했죠. 그리고 결국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배워왔던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음을.
이 사건들 중 기존에 제가 확실히 기억하고 있던 것은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과 캐서린 제노비스 사건입니다. 어린 시절에 배운 내용이지만, 충격적이었고 인간의 유약함을 인정하게 되었던 사건이죠. 심지어 방관자 효과는 오늘까지도 믿고 있던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것이 인간의 나쁜 면이건 아니건, 그저 본성이라 받아들였었던 거예요. CPR 교육을 받을 때 반드시 특정 한 사람을 지칭하라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터섬의 진실을 통해 ‘잘못된 인용과 확대재생산’으로 인해 오랜 시간에 걸친 엄청난 왜곡을 경험했습니다. 이스터섬의 사례로 밝혀진 것이기는 하지만, 저는 다른 사건들도 결국 모두 이 성질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말한 인간의 본성, ‘뒷담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진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달할 때 과장을 조금도 섞지 않았다고는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자는 그 끔찍한 오해들을 차례차례 벗겨주었습니다.우리는 특히 절체절명의 순간 인간의 그 이기적인 민낯이 드러나고야 만다라는 생각이 있어요. 이것은 편집된 미디어와 우리가 배워온 학습의 영향이 큰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비극적인 사건들의 진실을 파헤치며, 사실 절체절명이야말로 인간의 선한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저자의 믿음이 진실이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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