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서바이벌이 아니라, 장기 레이스니까
이 책의 골자가 되는 ‘팃포텟’이라는 프로그램의 전략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했어요. 사전적 의미 그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반에는 배반’으로 대응한다는 것이죠. 복잡한 전략을 구성하여 협력과 배반을 교묘하게 섞어쓰는 다른 프로그램들 사이에서도, 이 단순 명쾌한 전략은 2회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대결을 펼치는 죄수의 딜레마 컴퓨터 대회는 한 승부에 200회 게임을 펼쳤습니다. 이 특징은, 마치 실제 인생에서의 인간 관계를 나타낼 수 있었죠. 실제 인생에서 겪는 인간 관계는 죄수의 딜레마의 유래처럼 단 1번의 선택으로 이득이 좌우되지는 않아요. 상대와 협력할지 말지는, 이전까지 그와의 기억 혹은 미래에 기대되는 이득에 영향을 받습니다. 즉, 과거와 미래를 고려하여 현재의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마침 이 책을 읽는 시기에 흑백요리사를 참 재밌게 봤어요. 매번 모든 승부가 곧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러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상호 협력이 이뤄지기 참 어렵습니다. 이는 곧 인생과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실제 인생에서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단판 승부가 아니란 것을 은연 중에 알게 되죠. 제가 즐겨보는 유튜버의 말처럼, 인생은 서바이벌이 아니라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일상적이고 단순한 사례로, 친구 혹은 지인끼리 선물을 주고 받을 때조차 이점은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다 퍼주는 성격이거나, 선량해서만 협력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군과 독일군의 참호전에서 발생한 공존공영 시스템처럼 적대적 관계에서도 상호 협력은 이루어졌죠. 가장 실리적인 선택을 위해 얼마든지 상호 협력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몇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겠지만요. 서로 보복을 확실히 한다는 것이 명확히 인지된 점, 내가 협력하면 상대도 무조건 협력한다는 것을 서로가 명확히 인식한다는 점, 이 상호 작용의 빈도가 높고 끝이 확실치 않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즉,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저자가 결혼식을 예시로 든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공존공영 시스템은 ‘참호전’에서만 유효했습니다. 단번에 끝나는 전쟁이 아니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간 동안 서로를 매일 마주보고 대치해야한다는 특성, 이것 또한 상호작용이었죠.
흔히 우리는 ’세상 좁다‘는 표현을 합니다. 다시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생각지 못한 때 생각지 못한 형태로 다시 마주하게 되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팃포탯 전략이 참 맘에 들고, 현실적이라 생각해요. 먼저 손을 내밀되, 무조건적으로 착하게만 구는 것도 아니고, 아니다 싶을 때는 그에 맞게 행동하기도 하니까요. 아직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도 우선은 마음을 여는 것, 저는 이렇게 관계를 여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