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은 친절함, 신뢰감과 다르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단어는 익숙했습니다. 조직 문화 관련 아티클을 읽으며 알게 되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잊지 않을 정도로 잘 지은 단어라 느끼고 있었죠! 대체로 속한 조직 내에서 ‘내가 있어도 된다는 느낌’, ’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는 안정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어요.
책, ‘두려움 없는 조직‘에서는 이런 ’ 심리적 안정감‘이 막연히 좋다는 내용이 아니라, 그 유무의 차이는 무엇일지, 어떻게 단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짚어주었어요.
저자, 에이미 어드먼슨은 심리적 안정감의 정의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
시작부터 놀라운 사례를 보았어요. 병원에서 팀워크가 나쁜 팀과 좋은 팀 중 어느 쪽이 의료 과실이 더 높을까요? 당연히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팀워크가 좋은 팀이 더 적을 거라 생각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팀워크가 좋을 때 의료 과실이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저 같은 독자와 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팀워크가 좋을수록 분위기 자체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실수를 보고하고 논의하는 일’ 자체가 활발한 것이 아닐까 추측했어요. 그리고 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며 그 상관관계가 일치함을 알아내었죠!
‘자신의 실수를 기꺼이 보고 할 수 있는가?’
팀워크가 좋은 팀은 의료 과실의 위험성을 거리낌 없이 토론했고, 이러한 실수를 찾아내거나 방지할 방법에 대해서도 훨씬 빈번하게 논의했다고 합니다.
반면 팀워크가 나쁜 팀의 경우는 ‘실수를 알면서도 숨겼다’고 했죠. 이 문제는 부정한 개개인의 문제였을까요? 저자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 근무 환경의 차이가 ‘심리적 안정감’에서 기인하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의료 과실이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질책의 대상’이 되어 방지, 더 나아가서는 두려움을 통해 ‘제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멀리 가지 않아도 흔히 체감할 법한 조직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본인 혹은 팀의 실수가 평가에 직결되는 이상, 약점 잡힐 일은 만들지 않으려 할 수밖에 없죠. ‘폐급‘, ’ 관심병사’라는 단어는 이 마음을 더 굳건하게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실책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것은 대단히 큰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일을 하며 발생한 실수에서 ’ 개인‘을 떼어내면 어떨까요? ’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팀이 함께 해결해야 할 ’ 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하면 관리자가 일일이 분노할 일도 없고, 오히려 마음 편히 시스템의 결함을 서로 제보하며 본래 이뤄야 할 목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이어서 저자가 이야기해 준 실제 사건, ‘테네리페 공항의 참사’에서는 두려움 ‘있는’ 조직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상승시켜 주었어요. 최고 결정권자 외 모두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심지어 말했음에도, 돌아오는 공포적 대응에 침묵을 지키게 되어 발생했습니다.
반대로 ’ 허드슨 강의 기적‘에서는 두려움 ’ 없는 ‘ 조직, 즉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된 조직에서는 일촉즉발의 순간에도 최선의 선택을 위한 상호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어요. 심지어 한 사람의 과감한 선택과 지시에도 이견 없이 수용한 덕분에, 모두가 생존하는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네요. ‘심리적 안정감’이 기저에 있는 조직은,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표를 달성하기에 더욱 수월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에서 이미 무언가 포근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저는 왠지 서로 선하고 말랑말랑하게 대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었어요.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려면 서로 분노는 물론이고 절대 날 세워서도 안될 것만 같습니다…! 동료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매사 둥글둥글하게만 대할 수는 없기 마련이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좋은 안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를 위해 반대 의견을 내서는 안될까요?
다행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이란 친절함이나 상냥함,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였죠. 오히려 듣기에는 조금 거칠지라도 ‘생산적인 갈등’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여건이라 했죠!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듣기 좋은 말만 서로 건네는 관계보다는, 가끔 다투기도 하며 서로의 입장과 속에 있던 생각을 나누어 더욱 관계가 단단해진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리적 안정감이란, 특정 개인이 아닌 ’ 조직 전체‘를 향한 감정이라고 합니다. 조직으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있다면, 성향이 영 맞지 않은 동료나 무서운 상사인 것과 상관없이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 개개인과 상관없이 이미 조직 차원에서 어떤 목소리든 자유롭게 내는 것이 허용되는 분위기일 테니까요. 반대의 경우에는 각 인물로부터 신뢰를 잃을 것이 두려워 쉽사리 반대되는 의견을 낼 수 없겠죠.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조직에 구축하기 위한 3단계 과정을 제시했어요. 조직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역할이 아니라도, 구성원들부터 조금씩 보탤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습니다!
요는 얼마든지 실패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깔아주는 거였습니다. 저자는 구글 X의 CEO이자 문샷 프로젝트의 수장인 아스트로 텔러의 말을 빌려왔어요.
「나는 실패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지지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실패가 장려되는 토대가 마련되면 비로소 구성원들은 다소 평범하지 않은 의견도 스스럼없이 내놓을 수 있고, 어떤 것부터 실험해 보면 좋을지 구성원이 직접 능동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였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실패’라는 단어조차 치환해서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되었어요. 예를 들면 ‘시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미 부정적 인식이 지배적인 단어인 이상, 아무리 다르게 표현하려 해도 그 인식을 바꿔주기는 힘들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분류한 세 가지의 실패 유형 중, ‘창조적 실패’처럼 그 시도 자체에 의의가 큰 실패는 이미 실패로 여겨지지 않을 것 같아요. 성공을 위한 반복적인 ‘시도’인 셈이죠. 이런 인식이 구성원 모두에게 심어져 있다면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내뱉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책 ‘리더의 질문법’의 저자, 에드거 샤인이 이야기한 내용과 상통했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여도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겠죠. 이때 중요한 2가지가 ‘상황적 겸손’과 ‘적극적 질문’이었습니다.
리더가 모든 걸 다 안다는 식으로 군림하는 조직 안에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리 없죠. 반대로 자신의 실수와 약점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면 자신감을 갖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대단하고 지식이 월등한 상대 앞에서는 위축되어 갖고 있던 생각조차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합니다…! 반면 그런 상대라도 모르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주면 오히려 마음 편안히 말을 꺼낼 수 있더라고요!
더욱이, 제가 가진 생각을 궁금해해 준다면 신나게 더 많은 이야기를 술술 꺼내게 되곤 했습니다! 의례상 하는 질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 말이죠!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존중한다는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호기심이 깃든 질문은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와 한 편이 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질문으로 참여를 이끄는 것만으로는 살짝 아쉽습니다. 일회성으로 그친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공들여 쌓은 의미가 무색할 것입니다. 선순환이 이뤄져야겠죠.
질문을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을 때 중요한 것은, 정말로 마음이 동하든 안 하든, 상황에 효과적이든 아니든 일단 고마움을 표현해 주는 것이라 합니다. 저도 그랬어요. 제 아이디어가 먹히지 않더라도, 상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호응을 받으면 뿌듯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연속적인 동기부여가 생깁니다. ’ 다음에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가야지!‘
이런 분위기가 순환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심리적 안정감이 구축된, ‘두려움 없는 조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은 정말 빠르게 읽히는 책이었어요. ’ 심리적 안정감‘의 실체를 쫓아가는 과정에 빠져들었고, 이를 실제 사건에 적용하여 분석한 저자의 케이스 스터디도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를 짚어줌으로써, 더욱 현실성이 느껴졌습니다. 두리뭉실하게 무조건 적용하라는 이야기만 있었다면 ’그런 조직도 있겠지만 우리 상황에는 안돼…‘라는 마음만 생겼을 것 같아요.
조직 구성원으로서 언제나, 제가 상호작용하는 동료들과는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려 합니다.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은연중에 실패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 심기나, 호기심으로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