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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부부 Oct 08. 2021

산부인과 보기를 돌같이 하는 이시대 여성들에게

아내 B의 난임정보통 - 산부인과 정기검진, 산전검사

 

  인터넷 포털에서 ‘저출산’이라는 키워드로 오늘 자 뉴스를 검색해본다. 대략 계산해봐도 얼핏 60개의 뉴스가 검색된다. 내가 학생일 때도 고령화,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교과서에 종종 등장해왔으니 20년이나 지난 지금 그 단어의 심각성이 더해진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저출산’과 짝을 이루는 ‘심각하다’는 수식어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저출산’은 개선이 필요한 사회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분야에서 심오한 이유를 도출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 가운데 ‘낳고 싶은데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의 증가’, 즉 ‘난임 부부의 증가’에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산부인과를 방문한 적이 없었다. 나의 첫 산부인과 방문은 대학생이 되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때였고 이때도 주사만 맞고 진료실을 나왔으니 진료다운 진료는 본 적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산부인과에 가면 딱밤 1대는 필수로 맞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곳은 왜 여성들이 피하는 곳이 된 걸까.

   많은 여성에게 산부인과를 가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일, 감추어야 할 일로 인식되어있다. 심지어 산부인과 진료 의자는 ‘굴욕 의자’라는 치욕스러운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산부인과를 가는 것을 꺼렸다. 가게 되더라도 꼭 ‘여의사 산부인과’를 검색해서 가곤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생리통이 있긴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생리를 잘하고 있어. 다른 곳도 크게 아픈 곳이 없으니 여성건강도 당연히 좋을 거야. 굳이 병원을 가서 검사해볼 필요가 뭐 있어?’


      다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은 명백한 나의 오산이었고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비트코인과 구글 주식도 사겠지만, 나는 꼭 산부인과를 갈 거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 부부는 몇 가지 산전검사를 통해 임신 전 맞으면 좋은 예방접종도 하고, 본격적인 임신 준비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보건소뿐만 아니라 원한다면 동네 개인병원에서도 호르몬 검사나 정자 검사를 쉽게 받을 수 있으니 나는 임신을 계획 중인 신혼부부, 나아가 여성건강을 위해서 2차 성징이 시작된 미혼 여성들에게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임신준비 프로그램. 우리 부부가 받은 검사를 기준으로 만든 자료로, 지역구 별로 혜택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지자체별로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산전검사의 종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시도에서 ‘남녀임신준비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구 보건소를 중심으로 2세를 계획 중인 가임 남녀를 대상으로 혈액, 소변검사 등으로 임신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해주는 사업이다. 우리 부부가 다녀온 서울시 동대문구의 산전검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 산전검사 진행 과정 ]     


1. 서울시 임신·출산 정보센터(https://seoul-agi.seoul.go.kr/smom) 가입, 설문 작성

2. 검사 가능 날짜 확인, 검진 예약
 (참고로 여성의 경우 생리가 끝난 뒤 일주일 뒤 방문해야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3. 밤 12시 이후 금식

4. 제출 서류를 지참하여 지역구 보건소 방문

5. 흉부X선, 혈액, 소변, 신체 계측검사까지 1시간 이내로 검사 완료

6. 검사 후 공공보건 포털(https://www.g-health.kr/portal/index.do)을 통해 검사 결과 수령   

  



    우리 부부가 검사를 받았던 2020년에는 위 검사 항목에 AMH 검사나 정자 검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지역구에 따라 정자 검사까지 보건소에서 지원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 보건소가 아닌 보건소 제휴 비뇨기과에 ‘서울시 남녀임신준비 지원사업 대상자’임을 밝히고 예약 방문을 해야 한다) 검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배란 테스트기나 엽산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검사 결과에 따른 A, B형 간염 예방접종까지 시중 의료기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맞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보건소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있는 것은 아니라서 자궁 초음파 등 여성건강에 직결된 정밀검사는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기처럼 많은 여성이 흔하게 겪는 자궁 내 질환인 질염이나 여성호르몬에 의해 생긴다는 자궁근종은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질병이다. 실제로 질염이나 자궁근종은 여성들이 자각할만한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병원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이런 질병들이 임신에 영향을 주거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도 있는 마당에 한평생 같이 살 나의 자궁과 함께하는 길인데 1년에 몇 번 검진을 받는 것을 못 하랴. 조금 험난한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선배의 마음으로 빌어본다. 보건소 산전검사, 산부인과 진료의 번거로움을 이겨내 많은 여성분이 더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그리고 많은 신혼 부부들이 눈물 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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