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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Jul 18. 2018

그냥 유학을 보내지 그랬어요.

‘식샤를 합시다3’ 백수지 (서현진 분)의 죽음.

  

 ‘식샤를 합시다3’ 1화 방영 이후 시청자들은 백수지의 죽음을 예상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니길 바랬다. ‘식샤를 합시다2’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백수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 (배우가 너무 떴다 등등)로 백수지가 아닌 다른 여주를 내세운 것은 이해한다. 애초에 시즌2에서도 여주가 바뀌었으니까. 그런데 왜 꼭 죽여야만 했던 걸까...?      


식샤를 합시다3 백수지 모습


어떤 드라마 작가님이 강의할 때 그런 말씀을 한  이 있었다.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은 유독 인물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살아있는 사람처럼 여긴다고 말이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는 그냥 ‘그런가?’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백수지의 죽음으로 인해 바로 내가 그 시청자 중에 한 사람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대략 추측은 간다. 시즌2에서는 시즌1에서 이수경 (이수경 분)과 구대영이 헤어진 것만 제시해주고 왜 헤어졌는지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렇다.)

   

그런데 시즌3에서도 시즌2의 백수지와 왜 헤어졌는지 이야기를 안 해주는 것은 좀 찜찜하고 리스크가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한국 드라마 정서상 러브라인을 바꾸는 것을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많은 드라마 작가님들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드라마 초반 남주나 여주를 다른 사람과 키스시키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인물의 진정성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구대영은 시즌1에서 이수경과 헤어졌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 이유조차 모른다. 또 현실적인 이유로 백수지와 헤어진 것으로 하면 이 인물의 진정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작가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즌3에서 구대영은 슬럼프를 맞은 상태이다. 이왕 백수지라는 캐릭터를 없앨 거 구대영의 슬럼프를 설명해주는 장치로 활용하고 싶었던 거 같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가가 놓친 것이 있다. ‘식샤를 합시다’가 구축해 온 톤과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애정이다. ‘식샤를 합시다’는 음식이 중심이 되는 힐링 드라마다. 편안하고 현실적인 느낌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 등장한 ‘백수지’가 죽는다. 매일 많은 커플이 헤어지지만 그 헤어짐의 이유가 죽음인 경우는 많지 않다. 이것은 드라마의 톤에도 맞지 않다.     


시즌3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시즌2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시즌2를 애정 했던 시청자의 존재를 뜻한다. 그런데 지난 시즌의 사랑받았던 인물을 죽이는 것은 그 인물한테 쏟았던 시청자의 애정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그것도 극 안에서의 이유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여주가 바뀌어서)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내가 작가였다면 유학을 보냈을 것이다. 아니, 차라리 원거리 연애를 하다가 구대영 (윤두준 분)이 교통사고가 났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두 사람 사이가 조금씩 멀어졌다면 어땠을까? 무엇이라도 죽는 것보단 나았을 거 같다.     


아마 작가는 초반 왜 또 여주인공이 바뀌었냐라는 비판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작가가 정말 시즌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좀 더 용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러브라인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다.     


하지만 러브라인이 수없이 바뀌고도 시즌제 드라마로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막돼먹은 영애씨’이다. 처음에 러브라인이 바뀌는 것에 예민하던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드라마의 세계가 그렇게 굴러가는 것으로 인식하곤 한다. 시즌3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면 시즌4에서는 분명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이미 백수지가 죽었으니 살려낼 방도는 없지만, 정말 시즌2 시청자로서 마음이 안 좋다...     


제발 내가 보는 드라마에서 이러한 실수를 하는 작가는 없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스포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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